“민주당 20년 독점 끝내야” vs “명품 교육특구 조성할 것”
대표적 ‘한강 벨트’인 서울 중·성동갑은 4·10 총선의 격전지로 꼽힌다. 야권 지지 성향이 강해 한동안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으로 여겨졌지만 성수동에 고가 아파트가 들어서고 왕십리·행당동·도선동 뉴타운 집값이 오르면서 보수세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2004년 17대부터 2020년 21대까지 모두 다섯 번의 총선에서 18대(2008년)를 제외하고 모두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 그러나 지난 대선과 2022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이 더 많은 표를 얻었다. 이를 감안하면 어느 당도 절대 우세를 장담할 수 없는 곳이어서 결국 중도층 표심이 승패를 가를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 출신으로 문재인정부의 실정을 조목조목 비판했던 윤희숙 전 의원을 후보로 내세웠다. 민주당은 ‘여전사 3인방’ 중 한 명인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전략공천했다. 윤 후보는 ‘경제전문가’, 전 후보는 ‘민생전문가’를 내걸고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국민일보는 총선을 30일 앞둔 11일 두 후보의 유세 현장에 동행해 민심을 살펴봤다.
오후 6시 왕십리역 6번 출구 앞 한양시장. 빨간색 점퍼 차림의 윤희숙 후보는 인근 대학생과 직장인들이 주로 찾는 식당 골목을 다니며 길거리 유세를 벌였다. 한 중년남성은 윤 후보의 손을 맞잡고 “열심히 해서 이번에 꼭 바꿔 달라”고 호응했다.
윤 후보는 “이 지역구가 민주당 지지세와 조직력이 강한 곳인 것을 알고 왔다”며 “제가 한 사람 한 사람 직접 마주하고 진심을 전달하는 것이 20년간 이어진 민주당의 독점정치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어 “지역을 돌아다니다 보면 서울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낙후된 구역도 있는데, 민주당은 이곳을 ‘텃밭’으로 여길 뿐 지역 현안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윤 후보는 특히 “지역 발전에 대한 주민들의 열망이 오랜 기간 굉장히 억눌려 왔다”면서 “민주당이 20년 동안 이 지역을 독점했던 것이 지역 발전을 가로막았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24시간 진료·입원이 가능한 ‘안심어린이병원’ 유치와 민간 주도의 왕십리역세권 ‘경제허브’ 개발, 지하철 3호선 지선 신설을 통한 도심 접근성 개선, 뚝섬유수지에 각종 생활체육센터 조성 등 10대 공약을 발표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 박사를 취득한 윤 후보는 ‘경제통’으로 불린다. 국회의원 시절 문재인정부의 대표적 부동산 정책인 ‘임대차 3법’에 반대하는 ‘나는 임차인입니다’ 연설로 이름을 알렸다.
윤 후보는 ‘여전사’라는 수식어보다 ‘경제전문가’를 부각했다. 윤 후보는 “이렇게 할 일이 많은 지역에 온 순간부터 ‘누구와 싸운다’는 것보다는 제가 가진 식견과 능력을 발휘해 주민들의 삶을 더 좋게 변화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왕십리역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33)씨는 “두 후보 모두 방송에서 많이 봤지만 전문성 측면에선 윤 후보 쪽이 더 믿음직하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민주당이 부친의 땅투기 의혹을 문제삼고 있는 데 대해선 “저는 의혹이 불거졌을 때 깔끔하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고 부친도 땅을 처분해 전액 기부했다”고 반박했다.
전현희 후보는 뚝섬역에서 출근길 유세를 펼쳤다. 전 후보는 이어 경동초등학교 앞에서 등굣길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표를 호소했다.
전 후보는 2008년 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고 2016년 20대 총선 때 민주당 험지인 서울 강남을에서 당선된 이력이 있다. 전 후보는 “강남에서는 민주당 명함을 건네면 찢는 분들도 있었는데 여기서는 선거운동 일주일 만에 열기가 뜨거워지는 걸 느낀다”며 “엔도르핀이 팍팍 솟는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전 후보를 알아보고 “TV에서 봤다”며 “파이팅”을 외치는가 하면 기호 1번을 뜻하는 엄지척을 해 보이며 응원했다.
‘민생전문가’를 내세우는 전 후보의 경력은 화려하다. 치과의사와 변호사라는 전문직 출신에 재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장관급인 국민권익위원장을 역임했다. 전 후보는 “저는 권익위원장 3년 동안 1년에 1000만건 이상의 민원을 처리했고 관계부처와 이견을 조율한 경험이 있는 지역 발전 맞춤형 후보”라고 말했다. 전 후보는 또 “윤 후보는 당선되면 1.5선이지만 저는 국회 상임위원장을 할 수 있는 3선이 된다”며 “경험과 경륜에서 차이가 난다”고 강조했다.
전 후보가 내세우는 핵심 공약은 ‘아이 키우기 좋은 교육특구 조성’이다. 중·성동갑은 중학교가 적고 고등학교는 한 학년 학생이 100명대로 소규모인 곳이 많아 학부모들 사이에선 내신에 불리하다는 불만이 크다고 한다. 전 후보는 “성수를 교육특구로 만들어 초·중·고교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고 명문 고등학교를 유치해 젊은 세대가 오래 살 수 있는 ‘교육 일번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전 후보는 권익위원장 시절 직접 조사했던 윤 후보 부친의 땅투기 의혹도 겨냥했다. 전 후보는 “저는 윤석열 정권의 검증도 통과한 청렴하고 깨끗한 후보이고, 윤 후보는 부친의 부동산 문제로 의원직을 사퇴한 후보”라고 주장했다. 전 후보는 “지역을 다녀보니 윤석열 정권 심판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매우 뜨겁다”며 “‘여전사’로서의 역할도 당연히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동환 정우진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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