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작가 모옌도 애국주의 공격 타깃… “편협해진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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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적으로는 처음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모옌(본명 관모예·69)이 '애국주의' 세력의 타깃이 됐다고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CNN 등이 보도했다.
모옌은 중국작가협회 부주석을 지내는 등 친정부 성향을 보여왔지만, 중국을 비방하고 서구에 영합한다는 공격을 받고 있다.
모옌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과 중국작가협회 부주석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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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 때리는 홍위병 연상케 해
최대 생수업체도 ‘친일’ 몰려 뭇매
중국 국적으로는 처음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모옌(본명 관모예·69)이 ‘애국주의’ 세력의 타깃이 됐다고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CNN 등이 보도했다. 모옌은 중국작가협회 부주석을 지내는 등 친정부 성향을 보여왔지만, 중국을 비방하고 서구에 영합한다는 공격을 받고 있다.
이들 매체에 따르면 22만명의 팔로어를 가진 애국주의 네티즌 우완정은 최근 모옌의 작품이 마오쩌둥 주석과 인민해방군, 중국 국민을 모욕했다며 그의 책을 서점에서 회수해 달라는 소송을 베이징인민법원에 제기했다. 중국 국민 1인당 1위안씩 15억 위안(약 2734억원)의 손해배상도 요구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웨이보 글은 1만회 이상 재게시되며 지지를 받았다. 우완정은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의 원작인 모옌의 ‘붉은 수수밭’이 일본군과 싸우려 하지 않는 공산군을 등장시키고 일본군 일부를 잘생겼다고 묘사해 침략자를 미화했다고 비난했다.
마술적 사실주의 경향을 보여 ‘중국의 가브리엘 마르케스’로 불리는 모옌은 산둥성의 농촌에서 태어나 가난과 굶주림, 마오쩌둥 시대의 혼란 속에서 자랐다. 국공내전과 6·25전쟁, 공산당 치하의 지식인 숙청, 대기근, 문화대혁명 등을 소재로 삼아 따듯하면서도 날카로운 풍자를 보여줬다.
모옌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과 중국작가협회 부주석을 역임했다. 공식석상에서 시진핑 주석을 여러 차례 칭송하는 등 중국 정부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중국 현대사의 부정적 면을 과장했다는 이유로 공격의 대상이 됐다.
SCMP는 중국 소셜미디어가 서구적 가치를 공격하는 민족주의로 가득 차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지식인과 예술가들이 젊은 홍위병들에게 망신당하고 구타당한 문화대혁명의 망령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상하이 퉁지대 문학 교수인 장융성은 “수년에 걸쳐 우리 사회는 점점 더 편협해지고 금기로 가득 차게 됐다”고 비판했다.
민족주의 성향인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장도 반대 목소리를 냈다. 그는 웨이보에 잇달아 글을 올려 “모옌을 고소하는 것은 가해 행위이자 포퓰리즘적 행위”라며 “우리 사회에서 극단주의 세력의 확산과 발전을 절대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한 정치학자는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중국의 문화적·교육적 노력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SCMP에 말했다.
중국 최대 생수 업체인 농푸산취안도 애국주의 네티즌들의 불매운동에 직면했다. 이 회사 제품 포장지의 디자인이 A급 전범이 합사된 일본 야스쿠니신사 정문 모양과 유사하다는 이유에서다. 회사 측은 중국 전통 사원을 바탕으로 디자인한 창작물이라고 해명했지만, ‘친일 기업’이라는 낙인은 지우지 못했다. 장쑤성의 세븐일레븐 편의점들은 지난 8일 농푸산취안 생수를 판매하지 않겠다는 성명까지 발표했다. 농푸산취안의 창업자 중산산에 대해선 ‘은혜를 모르고 돈만 아는 장사치’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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