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냐 50%냐… ‘ELS 배상액’ 계산 나선 은행들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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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배상 범위를 0~100%로 제시하면서 은행권의 배상 예상액은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을 넘나들고 있다.
전날 금융감독원은 배상 비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은행권이 자율배상할 것을 요구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감원 징계 수위를 낮추자고 높은 수준의 자율 배상안을 산정하면 주주로부터 'CEO 때문에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고 고소당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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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땐 ‘조 단위’… CEO 배임 우려
당기순이익 큰 폭 줄어 주주 눈치
이사회 통과 첫 관문 ‘산 넘어 산’
금융당국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배상 범위를 0~100%로 제시하면서 은행권의 배상 예상액은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을 넘나들고 있다. 실제 배상 수준을 결정할 책임을 떠안게 된 시중은행은 주주와 금융당국, 투자자 사이 눈치를 보며 외줄타기를 해야 하는 처지다. 배상안에 대한 이사회의 동의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H지수 ELS를 많이 판 KB국민·신한·하나·NH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은 고객 배상 시뮬레이션에 한창이다. 전날 금융감독원은 배상 비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은행권이 자율배상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배상 수준을 바탕으로 추후 최고경영자(CEO) 징계와 과징금 부과 등 제재 수위를 정하겠다며 적극적 배상에 나설 것을 압박했다.
은행권의 배상 예상액은 시나리오별로 천차만별이다. SK증권 추산에 따르면 평균 배상 비율을 20%로 가정할 경우 은행권 부담액은 1조원에 약간 못 미친다. KB국민은행 5100억원, 신한은행 1600억원, NH농협은행 1500억원, 하나은행 900억원, 그 외 500억원 순이다. 배상 비율이 평균 50%로 높아지면 부담액은 2조4200억원까지 늘어난다. KB국민은행은 1조2800억원을 토해내야 한다.
은행권은 후한 배상에 나설 경우 CEO가 배임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자율 배상에 나서는 건 H지수 ELS 판매 과정에서의 잘못을 시인하는 것이고, 이에 따라 올해나 내년 당기순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들면 주주 배당액 감소도 불가피하다. 이 경우 CEO의 관리 소홀로 주주가 손해를 봤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감원 징계 수위를 낮추자고 높은 수준의 자율 배상안을 산정하면 주주로부터 ‘CEO 때문에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고 고소당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은행권의 자율 배상과 배임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금감원에서 합리적인 기준을 만들어 효율적으로 처리하려는 것인데 왜 배임 이슈가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각 시중은행에 설치된 자율 배상 태스크포스는 장고에 돌입했다.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되 순이익이 큰 폭으로 줄지 않을 적정 수준을 찾기 위해 법무법인과 함께 판매 녹취록을 뜯어보고 법적 쟁점을 따져보고 있다. 자율 배상안 산정 후 맞닥뜨릴 첫 관문은 이사회 설득이다. 자율 배상안이 내부 감시자인 이사회를 통과하면 주주와 사법부를 설득할 명분이 될 수 있다.
다음 달 시작될 금감원 자체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도 중요 변수다. 분조위 조정 결정과 성립 사례가 은행권 자율 배상안의 이정표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다만 분조위 조정 성립까지는 3개월 안팎이 필요해 올 하반기는 돼야 첫 배상 사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자율 배상이 올해 안에 마무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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