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테라 피의자 권도형의 한국행이 드러낸 우리 사법의 문제

2024. 3. 13.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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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사태의 핵심 피의자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결국 한국에서 재판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권 대표는 애초부터 한국에서 재판을 받을 것을 강력히 희망해 왔고 미국으로의 송환을 피하고자 '필사적인' 노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대표가 한국행을 바란 것은 고국을 그리는 향수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

우선, 미국 검찰·법원에서는 가상화폐를 증권으로 판단했지만, 한국에서는 증권으로 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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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사태의 핵심 피의자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결국 한국에서 재판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이 지난 5일 권씨 측의 항소를 받아들여 미국으로의 인도를 결정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결정을 무효로 하고 재심리를 명령한 것이다. 권 대표는 애초부터 한국에서 재판을 받을 것을 강력히 희망해 왔고 미국으로의 송환을 피하고자 ‘필사적인’ 노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대표가 한국행을 바란 것은 고국을 그리는 향수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 우선, 미국 검찰·법원에서는 가상화폐를 증권으로 판단했지만, 한국에서는 증권으로 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에선 다른 범죄도 그렇지만, 특히 경제 범죄에 대한 처벌이 미국에 비해 가볍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선 개별 혐의들의 형을 합치는 병과주의를 채택한다. 징역 10년 선고가 가능한 범죄를 10개 저질렀다면 100년 형을 선고할 수 있다. 한국은 가장 중한 죄에 1번 가중하는 방식이다. 한국 형법에서 유기징역 상한은 30년, 가중하면 최대 50년이다. 그렇지만 사기, 공갈, 횡령, 주가 조작 등의 경제사범이 수십년 형을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지난달 임차인 191명으로부터 148억을 가로챘고 피해자 4명이 이를 비관해 목숨을 끊은 전세사기 사건의 주범이 15년형을 선고받았다. 사기죄의 최고 형량이지만, 담당 판사는 “좌절감을 느낀다”며 최고 형량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기 범죄자들이 계속 사기 행각을 벌이고, 주가 조작범이 다시 범행하는 데는 솜방망이 처벌의 영향이 크다. 한국이 전 세계 첨단 범죄 연루자나 악성 범죄자의 천국이라는 오명을 들을 판이다. 달라진 현실에 맞춰, 정의 구현이라는 법의 목적 실행을 위해 경제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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