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자 지키려 사직” 의대 교수들, 환자는 버려둬도 되나

2024. 3. 13.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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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려 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정부가 진정성 있는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18일 사직서를 내겠다"고 결의한 데 이어 16개 의대 교수 대표들이 12일 회의를 열어 집단 사직 문제를 논의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사직을 결의하며 꺼낸 '중재안'은 중재라 부르기 힘든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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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들이 비공개 긴급 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의대 교수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려 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정부가 진정성 있는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18일 사직서를 내겠다”고 결의한 데 이어 16개 의대 교수 대표들이 12일 회의를 열어 집단 사직 문제를 논의했다. 각 의대 교수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전공의 행정처분 중단, 의대 증원안 백지화를 요구하며 “강력한 행동”을 거론했고, 전국의대교수협의회도 “단체행동 불사” 방침을 밝혔다. 전공의 집단 사직, 의대생 집단 휴학에 이어 의대 교수까지 병원을 비우겠다는 극단적 카드를 꺼낸 것이다.

이들의 성명에 이런 문구가 있었다. “단 한 명의 전공의·의대생이라도 피해를 입는다면 주저 없이 행동해 제자를 지키겠다.” 전공의·의대생 피해를 막기 위해 사직하겠다는 것인데, 그로 인해 환자들이 생명과 건강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는 것은 괜찮다는 말인가. 어떤 상황에도 환자를 지켜야 할 의사의 본분은 뒤로 한 채 제자를 먼저 지키겠다는 말을 이렇게 대놓고 해도 되는 것인지 의아할 뿐이다.

의료계 오피니언 리더인 교수들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집단행동이 아니라 중재 역할이다. 의료개혁을 둘러싼 정부와 전공의의 간극을 좁혀 의료 현장을 속히 정상화하는 매개자가 돼야 할 시점에 거꾸로 병원과 환자를 더 어렵게 만드는 사직서를 쓰려 하는 모습은 실망스럽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사직을 결의하며 꺼낸 ‘중재안’은 중재라 부르기 힘든 거였다. 의대 증원을 1년 유보하고, 해외기관에 의뢰해 증원 규모를 정하자고 했다. 서울대 등 국내 여러 연구진이 의사 수급 추계에서 다 같은 결론을 내려 마련한 증원안을 “비과학적”이라 치부하며 해외에 다시 맡기자는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 당면한 의대 정원 배정에 제동을 걸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진정성 있는’ 중재안을 내놔야 할 것이다.

정부는 원칙에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과거의 전철을 밟는다면 의료개혁은 요원해진다. 의대 정원 배정을 서둘러 원칙의 견고함을 보여야 할 때다. 대학병원의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 수가 개편을 통한 전문병원 역할 강화 등 이번 사태로 드러난 의료현장의 문제를 바로잡는 제도 정비에도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 동시에 전공의들에게 돌아올 명분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필수·지방의료를 살리는 패키지 정책에 그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데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역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엊그제 보건복지부 장관이 전공의와 했다는 비공개 대화가 그 시작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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