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게 적어도 기부… 위기의 아동 위해 국경없는 사랑 실천”
2020년 화장품 회사 엘씨드를 창립한 최에스더(38·사진) 대표는 젊은 나이에 자수성가한 청년 사업가이자 월드비전에 1억원 이상 후원한 ‘밥피어스아너클럽’ 회원이다. 최 대표의 기부는 대표가 되고 돈이 많아서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빈손으로 사업을 시작했던 그는 “가진 것이 적었을 때도 하나님께 전 재산을 드릴 수 있을 만큼 훈련이 돼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소외 이웃 돕는 일을 이어올 수 있었다고 했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엘씨드 본사에서 그를 만나 나눔 스토리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2018년 아프리카 르완다를 돕기 시작해 잠비아 인도 수단 등 위기 아동을 위한 기부를 꾸준히 해왔고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튀르키예 지진과 같은 긴급 구호 지원에도 나섰다. 처음 월드비전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남편(이현민 엘씨드 이사)이 남자친구이던 시절 월드비전과 함께 르완다에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었다. 다녀오고 나서 남편이 현지 어린이들을 위한 구호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고 월드비전 직원들이 갖고 있는 사명감에 감명을 받았다는 얘기를 해줬다. 당시 나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는데 마음이 움직여 1000만원을 후원하면서 월드비전과 동행하게 됐다. 지난해부터는 나눔에 동참하는 한국사회 리더들의 모임인 ‘캐피탈위원회’에도 소속되면서 선배들로부터 배우는 것도 많다.”
-기부를 통해 아이들의 삶이 바뀌는 것을 보면서 느끼는 보람이 클 것 같다.
“첫 기부 이후 월드비전에서 후원금이 르완다에서 어떻게 쓰였는지 보고서를 주면서 아이들의 감사편지도 함께 건네줬다. 내가 슬픈 드라마를 봐도 우는 성격이 아닌데 그 영상을 보고 펑펑 울었다. 사실 내가 후원한 것은 하나님이 어려운 이웃을 도우라고 해서 순종한 것이지 그 아이들이 측은하거나 가여워서는 아니었다. 그런 내가 아이들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듣고 감동과 동시에 미안함을 느꼈다. 그때 ‘이왕 이렇게 된 거 아이들을 본격적으로 도와야겠다’고 결심했다.”
-최근에는 ‘사랑온’ 캠페인을 통해 국내 결식아동을 돕기도 했다.
“나도 어렸을 때 넉넉한 형편에서 자란 것이 아니라서 아이들을 위한 교육사업 쪽에 관심이 많이 갔고 아프리카 아이를 돕는 것도 교육 사업에 집중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먹을 게 없는데 뭘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교육과 식량 사업이 같이 가야 한다는 생각에 저소득 아동 300명에게 푸드박스를 보내게 됐다.”
-기독교인이라고 다 나누는 것도 아니고 돈이 많다고 기부하는 게 쉬운 것도 아니다. 나눔에 대한 대표님의 철학은 무엇인가.
“내가 돈이 없었을 때부터 하나님께서 나를 훈련하셨던 것 같다. 내가 수중에 10만원만 있어도 하나님이 필요하시다고 하면 다 냈을 정도로 연습을 많이 했다. 그 덕분에 몇천만원을 내는 것도 아깝거나 주저하지 않는 것 같다. 내가 대표까지 올라온 것은 100% 하나님의 도우심이었다. 그런데 입으로만 그렇게 말하고 내가 가진 것을 드리는 실천을 못 하면 거짓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월드비전에서 어떤 사업에 후원이 필요하다고 하면 결정하는 데 1분도 걸리지 않는다.”
-이름을 들으면 모태신앙인 것 같다. 당신의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가.
“목사님 집안이었는데 어릴 때 하나님을 되게 싫어했다.(웃음) 노방 전도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가서 시비를 걸고 성경 말씀에서 잘못된 부분만 찾는 못된 애였다. 그런데 무려 2년 동안 나한테 일주일에 한 번씩 교회 가자고 전화했던 친구가 있었다. 욕을 하다 하다 끌려갔는데 그 자리에서 예수님을 믿게 됐고 내가 반박하던 성경 말씀이 이해가 됐다.
그 이후 열심히 교회를 다니면서 새 신자에게 성경 말씀을 변증하기까지 했다. 하나님은 비전도 없던 나를 통해 약속을 이뤄주시는 분이었다. 하나님을 만나 꿈이 생겼고 내 꿈을 통해 소외 아동을 돕는 사역도 시작하게 됐다. 지금도 가난한 자들을 위해 하는 일이 예수님에게 하는 일이고 반드시 갚아주신다는 말을 믿는다.”
-기독 사업가로서 남다른 사명감도 있을 텐데 회사를 통한 비전이 있다면.
“좋은 원료로 만든 값싼 가격의 상품을 소비자에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기부는 물론이고 동물실험을 하지 않거나 종이 포장지를 사용하는 등 사회적 책임도 다하고 있지만 ‘좋은 일 하는 회사’보다 ‘좋은 화장품 파는 회사’로 더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 기독교 회사라고 하면 고리타분하거나 재미없는 곳으로 생각하는 젊은 세대들이 많은데 ‘이렇게 좋은 회사가 알고 보니 기독교 회사였구나’ ‘이런 회사에 들어가고 싶다’ 이런 메시지를 주고 싶다. 직원들과 함께 애쓴 끝에 최근 홈쇼핑에도 입점했고 매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감사하다. 많이 벌어서 더 많이 나누는 삶을 사는 게 목표다.”
글=박용미 기자, 사진=신석현 포토그래퍼 m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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