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학 목사의 우보천리] 교회를 둘러싼 생태계를 건강하게
자연 속 모든 생명에는 생태계가 있다. 생명이 번식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일에는 주변 생태계가 매우 중요하다. 교회도 생명이다. 그리스도의 몸이요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교회에 우호적인 생태환경이 교회 주변에 형성돼 있으면 그 교회는 앞으로 생명현상이 왕성해진다. 반면 교회에 비우호적이거나 적대적인 생태환경이 놓여 있으면 교회라는 생명은 서서히 주변으로부터 고립돼 나중에는 멸절돼 간다. 이는 창조주 하나님의 섭리이다. 이런 면에서 교회의 선교에서 사회와 환경을 교회에 우호적이고 선린적으로 만들어가는 일은 교회 자신의 생명력을 위해서 매우 소중하다.
한국교회 선교환경이 점점 열악해지고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지난해 발표한 ‘2023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는 추락을 거듭하더니 지난해에는 21%로 주저앉았다. 교세도 2011년 880만명 정점을 찍었지만 해마다 줄어들기 시작해 720만명(2023년)으로 쪼그라들었다. 허수와 이단을 빼면 대략 550만명 정도로 본다. 이 중에서 또다시 가나안 교인을 빼면 450만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한국교회 감소세는 점점 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태계가 심각할 정도로 악화되어 가고 있다는 뜻이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라 하지만 이미 한국교회는 저출산 문제가 대두되기 전에 다양한 병증을 보여오기 시작했다는 것을 고려해보면 지금 한국교회 어려움은 선교전략 문제에서 야기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필자가 볼 때 한국교회는 선교전략에서 자신을 둘러싼 ‘생태환경’을 개선하는 데 적극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교회에서 길러낸 일꾼을 사회나 세상에 파송한다는 ‘선교적 교회(Missional church)’ 비전을 가져야 한다. 안타깝게도 한국교회의 신앙교육은 개교회 중심적이다. 교회 안에서 헌신하는 좋은 일꾼을 길러내는 것이 교회의 목표이다. 이런 패러다임에서는 절대로 한국교회 초기 때의 남강 이승훈을 비롯해 도산 안창호와 백범 김구, 우사 김규식, 고당 조만식 선생 등과 같은 인물이 나올 수가 없다. 500만명 넘는 한국교회의 사회적 영향력이 인구 대비 교인 1%도 채 안 됐던 3·1운동 때만도 못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교인과 교회가 교회중심주의 신앙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이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교회가 모여서 예배하며 교인을 양육하고 훈련해야 한다. 그 후에는 세상에 선교적 사명을 전해 파송한다는 선교적 비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세상에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일에 교회가 더욱 신실하게 연합하고 일치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회가 교리와 교파라는 사소한 차이를 넘어 연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 안에서 진행하는 직접선교와 교회 밖의 기독교 시민단체나 기독교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다양한 시민운동의 간접선교가 적극적으로 연대해야 한다.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자는 우리를 위하는 자이다.”(막 9:40)
안타깝게도 한국교회는 정통과 순수성의 이름으로 과도하게 반목과 대립, 갈등과 분열을 반복해 왔다. 이 대립과 갈등은 사회의 모든 대상을 향한 호전·전투적 영성으로 확장됐다. 그 결과 교회는 자신을 게토(getto)화시키고 분리집단처럼 스스로 사회에서 고립시켜 버렸다. 교회가 스스로 생태환경을 악화시킨 것이다.
이제는 교회가 생태계의 관점에서 자신과 세상을 볼 안목을 가져야 한다. “도적이 오는 것은 도적질하고 죽이고 멸망시키려는 것뿐이요 내가 온 것은 양으로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려는 것이라”(요 10:10)는 말씀처럼 교회 주변 생태계를 선교 전략적으로 보다 우호적이고 교회 친화적으로 가져가는 일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교회가 향후 20년 후에도 자신을 견고하게 세워가는 길이 될 것이다.
이상학 새문안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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