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캡틴'인데 교수이자 학부생…與 영입인재 김인현의 별난 스토리
'선장 면허' 놓고 언제든 '현장' 준비
"비례 몫 하나 없어 소외된 바다산업"
"국회에 진출해 입법적 진흥 필요"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국민의힘 영입인재 가운데서도 김인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출난 존재다. '해상법'을 전공한 법과대학 교수로서 논문인용지수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전문성을 입증받았지만, 원래 그의 직업은 학자가 아닌 배를 모는 '선장'이었기 때문이다.
선장에서 교수가 되기까지의 역정은 열정 그 자체였다. 한국해양대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선사에서 항해사와 최연소 선장까지 올랐지만, 해난 사고가 발생했고 호주 법정에 서게 된다. 이 일을 계기로 해상법학자로서의 길을 걸었다. 1994년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시작했으며 5년 만에 박사 학위를 받고 목포해양대 교수를 지냈다. 이후 미국 텍사스 유학길에 올라 L.L.M 과정을 밟았다.
특히 2005년에는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학부생으로 편입하는 놀라운 선택을 했다. 김 교수의 나이 45세 때의 일이다. 같은 시기 김 교수는 목포해양대학교에서 강의도 병행했는데, 교수이자 학부생이었던 셈이다. 학부생의 마음으로 강의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노하우가 쌓였고 결국 고려대학교에 교수로 초빙될 수 있었다.
학자로서의 삶도 성공적이었지만 김 교수의 눈은 여전히 '현장'에 가 있다. 연구실 벽에 2029년까지 유효한 선장 면허증을 걸어 놓고 언제든 다시 배를 타겠다는 다짐을 한다. 최근에 다시 발급을 받은 것이라고 한다.
정치에 뜻을 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해운·조선·수산·항만·물류·심해개발 등 바다 산업의 분야와 가능성이 무궁무진함에도 정작 우리 국회에는 입법과 예산을 통해 지원해 줄 '전문가'가 없다는 점에서다. 실제 바다 산업 종사자는 150만명에 GDP로는 200조원이 되지만, 관련 전문성을 가진 의원은 지역구는 물론이고 비례대표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업계의 강력한 요청과 추천이 있었고, 국민의힘에 인재로 영입됐다. 국민의힘은 "해양수산, 해운물류, 조선 분야에 있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교수는 "인재영입이 된다는 것 자체로 정치인이 된다는 인식을 하지 못했는데, 그래도 (바다 산업계를 위해) 필요한 게 있다면 캡틴인 내가 할 일"이라고 했다.
다음은 김인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의 일문일답.
Q. '선장' 출신이라는 굉장히 드문 이력을 가지고 있다.
"선장보다는 마도로스라는 말을 더 친숙하게 여기는 것 같다. 그런데 마도로스는 선장이 아니라 선원이다.(웃음) 교수 정년이 되면 다시 바다로 나갈 생각도 하고 있고 2029년까지 유효한 면허를 최근에 다시 발급받았다."
Q. 선장에서 해상법 전문가로, 그리고 교수로 변신했다.
"한국해양대 졸업 후 일본에서 선장까지 했다. 선장을 하다가 해난 사고로 소송이 걸려 호주 법정에 섰는데 법학 관련 지식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법을 알아야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에는 변호사인 선장도 있다. 1994년부터 고려대 대학원에서 석사를 했고 1999년 박사과정을 마치고 목포해양대에서 강의를 했다. 해양대의 교육은 주로 선장을 배출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공부를 많이 시켜서 제자 중에 변호사가 다섯 명이나 된다."
Q. 교수로 재직 중 본인은 또 학부생으로 편입을 했다.
"목포해양대 교수 재직 중 텍사스로 유학을 떠났다. 거기서 국제조약을 만드는 회의에 한국 대표로 참여할 기회가 있었는데,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언어가 아니라 법에 대한 기초지식이 부족해서였다. 그래서 젊은 친구들과 경쟁해 2005년 고려대학교 법과대학에 학사편입을 했다. 기초 실력이 탄탄해지니까 강의도 자연스럽게 발전했고, 모교에 교수로 초빙이 됐다고 생각한다."
Q. 국민의힘에 영입이 됐는데 정치에 뜻을 두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산업을 진흥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의 입법과 예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평소 정책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21대 국회를 보면 바다에 정통한 의원이 없다. 용어부터 제대로 정립이 안돼 있다. 보통 해양 산업이라고 하는데 나는 '바다 산업'이라고 표현한다. 해양이라고 하면 해운과 상선으로 좁게 보는 시각이 있기 때문이다. 바다 산업은 해운·항만·조선·수산·물류·창고 등을 포괄한 개념이다.
우리나라 바다산업의 규모는 200조원으로 GDP의 15% 수준이다. 이 정도면 최소 한 명 이상의 국회의원은 나와야 하는데 정치적으로 소외돼왔다. 마침 국민의힘이 널리 인재를 구한다고 하니 업계에서 우리 몫을 인정받아야겠다는 운동이 벌어졌다. 교수로서 평소 정책에 관심이 많았고, 해양수산부 장관 정책자문관을 지낸 경험을 때문에 상향식 추천이 이뤄졌다. 선장 출신이라 내가 무리를 좀 많이 하는 편인데(웃음), 필요하다면 캡틴인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Q. 지역구 의원으로 공천을 신청하지 않았다.
"바다에 면한 지역구는 총 59개다. 유엔 해양법상 배타적 경제수역 200해리를 적용하면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약 4.5배다. 지역구 의원은 지역에 인접한 연안을 커버할 수 있지만, 전체를 포괄할 수 없다. 이 배타적 경제수역 200해리를 모두 입법부 영역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는 직능에서 길을 열어줘 이번만이 아닌 계속 국회에서 업무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게 비례대표 취지에도 맞다고 생각한다. 바다 산업 직능 비례 1명이 59명 의원과 결합한다면 2배인 118석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바다는 국제 경쟁이기 때문에 이념도 여야도 없고 오로지 국익만 있을 뿐이다."
Q. 국회에서 어떠한 일을 할 수 있나.
"크게는 법을 만들고 예산을 투입해 산업을 진흥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동해는 굉장히 수심이 깊고 태평양과 유사하다. 심해저 광물 개발을 하려면 태평양에 갈 게 아니라 동해안을 개발하면 된다. 테스트 베드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우주항공청을 만들어 우주 산업을 진흥한 것처럼 바다 밑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누군가는 아이디어를 내놔야 한다.
표준 컨테이너 단위로 TEU가 있다. 현대상선이 80만 TEU를 보유하고 있는데 대만은 260만, 일본은 160만, 머스크(덴마크 국적 선사)는 400만이다. 머스크의 경우 5배 규모가 큰 데 매출은 10배 이상이다. 제3국 간 화물 운송으로 그렇게 벌어들이는 거다. 우리도 160만 TEU가 되면 매출을 크게 올릴 수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 때 중국 운임이 높아져 부산항을 거치지 않고 바로 미국으로 가서 국내 운임이 크게 오른 적이 있다. 우리 배가 있어야 한다. 운송주권의 문제다.
국제 거래상 전자 선하증권이라는 게 있다. 법상 선하증권은 물권적 효력이 있는데, 종이 문서가 아닌 전자로 했을 경우 어떻게 법적으로 소유권 취득을 인정하게 해줄 것인지 문제도 있다.
수산의 문제도 크다. 기후 변화로 오징어가 더 이상 동해에서 잡히지 않는다. 선주들을 살려야 하지 않겠나. 직불금 형태로 지원을 하고 있는데 정책적으로 어촌의 수입을 늘릴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어촌은 노령화를 넘어 인구소멸 단계로 들어가고 있는데 귀어를 통해 충분히 살 수 있도록 해준다면 소멸을 방지할 수 있다.
외국인 노동력 활용도 어촌에 중요한 문제다. 외국인들을 더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교육과 제도가 필수적이다. 외국인 어민의 경우 언어와 같은 기본 교육도 되지 않은 상태로 오는 경우가 많은데, 기술과 안전 교육이 중요하다. 또한 데려오는 것만큼 중요한 게 숙련노동자의 정착이다. 국회에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2016년 중단된 한일어업협정도 현안 중 하나다. 그동안 한일어업협정을 통해 양국 선박이 서로 상대국 배타적 경제수역에서도 조업을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막혔다. 사실 우리가 3~4배 정도 이익이 되는 협상이었는데, (중단돼) 어장이 많이 줄었다. 한일 관계가 좋아진 지금이 재협상의 적기다."
Q. 정치라는 게 정책만 가지고 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에 대한 철학도 중요한데.
"공정과 상식의 실천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정치는) 틀린 것을 틀렸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틀린 것을 다른 시각으로 비틀어 괜찮은 것 같다고 넘어가는 게 많아서 국민이 불만스러웠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스스로는 공정과 상식에 맞춰서 살아왔다고 자부하며,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생각이다."
Q. 마지막으로 국민께 하고 싶은 말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영입을 하면서 '해운·조선·물류·수산의 국제 경쟁력을 갖추도록 해주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지금은 한계가 있다. (바다 산업 관련) 전문가가 직접 국회에 들어가야 주도를 할 수 있고 나아가 한국이 국제적으로 바다 산업을 주도할 수 있다. 일례로 자율운항 선박이라는 게 있는데 우리가 표준을 만들면 외국이 따라올 거다. 옛날과 달리 우리는 실력이 있고 경제력도 뒷받침이 되기 때문에 세계를 제패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의 추천을 받아 바다가족 450만명을 대표해 국민의힘에 영입이 됐는데, 국민의힘이 진정 국가의 미래를 고민한다면 바다 산업 직능에 비례 몫을 배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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