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총 공세 나선 행동주의, 기업 성장 해치는 일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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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와 연대, 주주가치 제고에 앞장섰지만
과도한 배당·자사주 소각 요구, 미래 갉아먹어
주주총회 시즌의 막이 올랐다. 지난해 12월 결산을 마친 유가증권(코스피) 시장과 코스닥 상장사의 올해 주총에서는 경영권과 주주 가치 제고를 둘러싼 창과 방패의 싸움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더해 이에 기댄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가 강화되면서다.
행동주의 펀드는 단순 투자를 넘어 상장 기업에 경영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 등을 요구해 수익률을 높이는 펀드다.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책을 주장하며 일부 펀드는 ‘먹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반면에 소액주주와의 연대 등을 통해 상장사임에도 지배주주의 이익에만 몰두해 왔던 기업의 체질 개선 등에도 기여한 측면은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원조로 우리가 벤치마킹한 일본이 주주가치 제고 등을 통해 주가 부양에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를 끌어들여 ‘메기’ 역할을 맡긴 전략도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에서도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과 영향력은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 주총에서 소액주주와 손잡은 행동주의 펀드가 대주주인 이수만 전 프로듀서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게 대표적이다. 한국ESG기준원에 따르면 지난해 주주제안 기업 및 안건은 50개사, 195건이었다. 2021년(34개사, 168건)보다 늘어났다. 입김은 더 세지는 추세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이 주총을 통과한 비율은 지난해 20.2%로 2021년(5.5%)과 2022년(5.6%)에 비해 4배로 높아졌다.
문제는 주주 이익 제고에 나선 행동주의 펀드가 단기 차익만을 노린 ‘주주 포퓰리즘’으로 치우칠 우려다. 과도한 수준의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등을 주장하며 기업의 성장 여력을 훼손할 수 있다. 실제로 오는 15일 열리는 삼성물산 주총을 앞두고 시티오브런던 등 5개 외국계 사모펀드가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며 ‘울프 팩(wolf pack·늑대 무리처럼 여러 펀드가 뭉쳐 한 기업을 공격하는 것)’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들 행동주의 펀드 연합은 삼성물산에 5000억원어치의 자사주 매입과 주당 4500원(우선주 4550원)의 배당을 요구했다. 1조2364억원 규모의 주주환원으로, 이는 삼성물산의 올해 현금 창출 능력인 잉여현금흐름(FCF)을 웃돈다.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대로라면 벌어들인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주주에게 돌려줘야 한다. 투자 등 기업의 미래를 위해 써야 할 돈을 주주에게 다 줘버리는 셈이다.
기업이 성장하고 그렇게 키운 파이(이익)를 제대로 나누는 것이 주주가치 제고의 선순환 방식이다. 눈앞의 이익을 챙기는 데만 급급해 성장 여력을 갉아먹는다면 당장은 남는 장사일 듯하지만, 기업과 주주 모두의 미래를 없앨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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