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애의 시시각각] 민주당, 불평등 한·미 해체 동의하나
'국회 프락치 사건'을 이승만 대통령의 권위주의 통치 시작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교육부 산하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펴낸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엔 이렇게 기록돼 있다.
“1949년 5월부터 8월까지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소장파’ 국회의원들 10여 명이 검거되었다. 그들이 기소된 이유는 국제연합 한국위원단에 외국군 철퇴와 군사고문단 설치에 반대하는 진언서를 제출한 행위가 남조선노동당 국회 프락치부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는 혐의를 받았기 때문이다.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 모두는 혐의 사실을 부인했으나 재판부는 고문으로 인한 허위 진술의 자백 내용과 신빙성이 검증되지 않은 암호 문서를 근거로 1950년 3월 14일에 국회의원 13명에게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대백과는 피고인 대부분이 한국전 발발 후 월북했거나 납북됐다며 “사건의 진상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썼다. 그러나 ‘고문으로 인한 허위 진술’ 등에서 연구원의 판단이 드러난다. 과연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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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위성정당 비례 1번 사퇴
위성정당 아닌 양 위성정당하려
진보당·반미 인사와 손잡다 사달
」
1991년 발간된 납북 요인들에 대한 삶에 대한 증언록(『압록강변의 겨울』)엔 프락치 사건 관계자들의 얘기도 담겼다. 조소앙·안재홍 등 납북 인사들이 기거하는 집마다 프락치 사건 관계자들이 한 명씩 있었다고 한다. 북한 정보국 요원들이 이들을 만나 함께 기거하는 다른 납북 인사들의 동태에 관해 묻곤 했다는데, 일부 프락치 사건 관계자들에겐 이게 불만이었다. 이들은 “우리가 남로당 비밀당원으로서 국회에서 큰 활동을 했고 감옥살이까지 했기 때문에 북에 오면 큰 대우를 받을 줄 알았는데…”라고 한탄했다는 것이다.
북한도 1997년 5월 노동신문을 통해 “간첩 성시백이 1948년 가을부터 국회를 대상으로 공작을 폈고 김약수 부의장과 의원 수십 명을 포섭하는 데 성공해 ‘외군 철퇴 요청안’을 발표케 했다”고 보도했다. 공보처 장관 출신 오인환은 “국회 프락치 사건은 뒤늦게나마 진짜 국보법 위반 사건임이 북한에 의해 사실로 확인됐다”(『이승만의 삶과 국가』)라고 썼다.
여전히 다수에겐 ‘프락치 사건 관계자=무고한 피해자’로 새겨져 있을 것이다. 반공을 통치 원동력으로 삼아온 권위주의 체제에서의 경험 탓일 것이다. 진짜 무고한 피해자들이 적지 않게 있었다. 그러나 북한이 우리 체제에 침투했고,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할 것이란 사실 또한 분명하다. 이를 경계하자고 하면 지금도 관성적으로 ‘색깔론’으로 치부해 버리는 이들이 많다. 불행한 일이다. 민주당도 예외는 아니다. 주축 586 중 일부가 1995년 남파 공작원과 접촉했을 때 북한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당국에 신고하지도 않았던 데서 드러나듯 일종의 ‘못 본 체’도 한다.
요즘 민주당의 비례용 위성정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보면 아예 판을 깔아준다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과거에도 진보 정당과 선거연대를 한 적이 있다. 당시 노회찬·심상정의 당이었다. 지금 손잡은 진보 정당은 진보 진영에서도 ‘종북’이란 비판을 받던 세력이 집어삼킨 정당이다. 남북 간 전쟁이 벌어지면 남한의 국가시설을 파괴하는 방안을 모색하던 정당의 후신이기도 하다.
결국 비례대표 1번이 유력했던 반미단체 출신의 전지예가 후보 사퇴를 했지만, 박홍근 민주당 의원이 진보당과 각종 반미·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박석운·조성우와 손을 마주 잡을 때부터 예상됐던 일이다. 민주당에선 뒤늦게 “매우 우려한다”고 했던데, 우세스러운 일이다. 덜 소란스러울 뿐 제2, 제3의 전지예가 나올 것이다.
민주당이 대놓고 위성정당을 하면 될 걸, 아닌 듯하다가 이 사달이 났다. 정상적으로 하면 원내에 한 석 얻기도 어려운 정당에 너덧 석 이상을 안겨주게 됐다. 민주당이 그만큼 후한 건가, 순진한 건가, 그리돼도 무방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진보당 강령엔 “불평등한 한·미 관계를 해체하겠다”는 게 있다. 이런 곳에 기꺼이 의석을 떠안기는 민주당은 도대체 어떤 생각인가.
고정애 중앙SUNDAY 편집국장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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