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생존 위기 지방대학들, 공공기여로 활로 열자

2024. 3. 13.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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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환 동명대 총장 지방대학활성화특별위원장

‘지방대 살리기’가 주요 국정 과제가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실질적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방대 살리기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이 되고 있다. 정부는 지방대 살리기에 2004년부터 2022년까지 10조원 이상을 투입했다. 이대로 가면 380조원을 퍼붓고도 출산율 0.68명(통계청 올해 전망)대로 뒷걸음친 저출생 대책에 이어 또 하나의 ‘돈 먹는 하마’ 정책이 될 우려가 크다.

윤석열 정부 들어 ‘교육발전 특구’와 ‘글로컬대학30’ 등 지방 교육과 지방대 활성화를 겨냥한 정책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대학 지원 사업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글로컬대학30과 함께 교육을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는 교육발전 특구도 1차 연도 선정을 마쳤다. 지난해와 올해 갓 시행된 정책이어서 어느 정도 효과가 날지는 아직 미지수다. 2024년도 입시를 치렀더니 정원을 못 채운 미충원 인원의 98%가 지방대에서 나왔고 앞으로 미충원 인원은 갈수록 증가할 것이다.

「 지방대 생존 위한 상상력 절실
대학 역량, 복지 분야 활용해야
‘교육적 돌봄’으로 대학·지역 윈윈

시론

대학 살리기에는 재정 투입이 중요하지만, 거기까지 가는 길조차 쉽지 않다. 과거에 대통령 교육비서관으로 일했던 한 학자는 “지방대 살리기에 돈을 투입하면 효과가 언제 얼마나 나오느냐는 기획재정부의 반론에 할 말을 잃었다”고 전했다. 재정을 투입하기 전까지 의사 결정이 넘기 힘든 산임을 새삼 실감하게 했다. 사회간접자본(SOC)에 예산을 투입하면 곧바로 숫자가 나오지만, 교육은 숫자로 쉽게 증명이 안되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돈만큼 중요한 것은 대학의 가치 활용’이라는 생각이 대학 정책의 바탕이 돼야 한다. 대학의 가치 활용은 창의성에서 나온다. 디테일이 곧 창의성이다. ‘대학이 무너지면 지방이 무너진다. 그래서 지방대학을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가 전부인 생각에는 디테일이 없다.

지방대학 살리기에 다양한 디테일이 제시됐지만, 필자는 ‘대학의 공공 기여’를 하나의 디테일로 제안한다. 구체적으로 저출산 및 고령화 관련 복지 확대에 대학의 역량을 활용하자는 취지다. 저출산 현상의 심화로 유치원과 초·중등학교가 속속 폐교되고 있다. 고령화에 따른 실버타운의 수요가 넘치지만, 수도권에서만 활발할 뿐이다. 인구의 3%나 되는 장애인의 돌봄도 문제다. 언급한 분야에 대학은 역량을 갖고 있다. 의예·약학·간호학은 물론이고 유아교육, 특수교육, 사회복지, 작업치료, 물리치료, 반려동물 등이 연관학과다. 이 학과의 교수와 학생은 복지 관련 분야의 핵심 인재들이다.

복지와 관련된 대학 인프라가 공공에 활용될 때 대학과 지역이 상생할 수 있다. 부산 교육발전 특구의 핵심이 돌봄인데, 대학 역량이 복지에 활용되면 ‘교육적 돌봄’이 완성될 수 있다. 유아 교육과 초등학교에 한정된 돌봄을 확대하고 장애인의 돌봄까지 그 영역을 넓힐 수 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복지 개념 완성을 위해 대학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필자가 소속된 동명대는 ‘대학 기반 은퇴자 공동체(UBRC)’ 실험을 추진 중이다. 이 공동체에 들어오는 은퇴자들은 다양한 교육과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 학생은 여기서 실무 능력을 배양할 수 있다. 스탠퍼드대 등 미국의 100여개 대학에서 20여 년 전부터 도입해 지역사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학생을 채우지 못하는 지방 사립대는 빈 건물과 유휴부지가 많다. 대학이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 국립대학재정회계법 개정이 좋은 사례다. 대학이 보유한 유휴부지를 매각해 대학회계로 편입하면 대학 재정 확충에 도움이 된다. 대학에 돈이 있으면 스스로 발전 계획을 짤 수 있다. 이런 대학이 많아져야 정부 예산 부담도 덜 수 있다.

남아도는 대학의 자산이 대학발전의 마중물이 돼야 한다. 학과별 역량을 강화하면서도 그 혜택이 공공과 지역에 퍼지면 정부와 지자체가 부담하는 복지 예산이 훨씬 줄어들 것이다. 대학이 지역 주민의 복지에 참여하면 긍정적 효과가 지대할 것으로 기대한다. 생존 위기의 지방대학들이 이런 혁신적 실험을 더 과감하게 시도하길 바란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전호환 동명대 총장·지방대학활성화특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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