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의 생활의 발견] 봄이, 산이, 그게 다 그런 것이겠지
오늘 날씨 어때요? 나는 아직 집인데 당신은 앞서 길 위에 있다 할 적에 만나기 전 안부보다 먼저 묻게 되는 말. 옷장과 신발장 앞에서 가만 선 채로 내 옷가지며 내 신발 뒤축을 곰곰 쳐다보고나 있게 하는 말. 정전도 아니면서 깜깜한 눈앞을 어서 벗어나야지, 결국은 엊그제 입은 재킷과 운동화 차림으로 현관을 나서게 하는 말. 요즘 들어 유독 자주 던지게 되는 이 질문과 물음표는 아마도 작금이 봄임을 재차 알려주는 힌트 같은 것이겠지.
실시간으로 기온을 알 수 있다 하더라도 온도라는 수치 앞에서 그 차이를 나는 얼마나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으려나. 자연이란 그런 거겠지. 음악이나 그림이나 시도 자연처럼 정답이 없으니까 지루함을 모르고 질릴 틈도 없이 계속되고 있는 거겠지. 그리하여 절대로 행할 수 없는 어떤 일 앞에서 우리는 겸허함을 배울 수 있고, 죽어도 알 수 없는 어떤 일 앞에서 우리는 예민함을 잃지 않을 수 있는 것이겠지.
그런고로 ‘감’이라는 나의 촉을 유난히 시험하게 되는 시기도 바로 요맘때가 아닌가 한다. 늘고 주는 탄력이 있는 나선형의 외줄, 3월이면 그 스프링에 괜스레 호기심이 일어서는 멀쩡한 볼펜에서 호환용 스프링을 빼 그 돌돌 말린 탄성의 작은 스테인리스를 공연히 당겨보는 일로 볼펜 한 자루를 망가뜨리는 데까지 가보고도 하는 것이겠지.
한때 함께 산에 올랐던 이들이 있어 그들로부터 고로쇠 수액과 얼린 주꾸미가 선물로 도착한 건 어제와 오늘의 일. 제철이라는 자연의 알람은 역시나 친구의 시계로부터구나 내 아둔함을 깨닫는 찰나 산에 열차나 케이블카가 있어야 사람들이 걸어다니지 않고 보기 때문에 자연이 오히려 보존된다는 ‘말씀’을 한 이가 있어 화들짝 놀란 채로 뉴스 창을 읽어내려갔다. 봄에 산으로 걸어 올라가며 나는 무엇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던가. 봄에 산을 걸어 내려오며 주운 쓰레기를 집까지 가져왔다면 그 순간 내가 집어 든 건 아마도 ‘화두’ 같은 것이겠지.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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