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프리즘] 투표 직전 재난지원금과 민생토론회
2020년 4·15총선이 끝나자마자 전국에서 선거 무효 소송이 잇달았다. 그중에서도 대전지역 출마자들이 가장 발 빠르게 대응했다. 소송은 대전 서구·유성구 등에서 출마한 장동혁(국민의힘 사무총장)·양홍규·김소연 변호사 등 법조인이 주도했다. 이들은 이번 총선에서 공천에 탈락했거나 대전과 충남 등 지역구에 출마한다. 김 변호사 등은 선거 무효 소송을 두 갈래로 진행했다.
먼저 “투·개표 과정에 불법적 요소가 있었고, 투표지 분류기 오류 등으로 당선자가 뒤바뀐 것 같으니 재검표해달라”고 했다. 부정선거 의혹 제기였다. 당시 대전 동구 개표소에서 봉인용 잠금장치가 없는 투표함이 발견되는 등 개표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장면이 속출했다. 이후 전국의 많은 출마자가 동참하면서 4·15총선 무효 소송은 120여건으로 늘었다. 무효 소송을 발판으로 한 선거 공정성 확보 노력은 투·개표 시스템에 일부 변화를 몰고 왔다. 중앙선관위는 이번 총선에서 사전투표함 보관 장소를 CCTV로 24시간 공개하고 사전 투표용지에 QR코드 대신 바코드를 사용하기로 했다. 공직선거법상 QR코드 사용은 불법이다. 하지만 선관위는 한동훈 비대위원장 등이 요구한 사전투표용지 투표 관리관 직접 날인은 거부하고 있다. 공직선거법대로 투표 관리관이 직접 날인하는 게 왜 시행되지 못하는지 선관위 태도를 이해하기 어렵다.
또 다른 선거 무효 소송은 ‘금권 선거’ 관련 내용이다. 장동혁 후보 등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소속 단체장이 있는 대전광역시와 유성구가 코로나19를 핑계로 긴급재난생계지원금 등 현금을 투표일 직전에 뿌렸다”며 “이는 금권·관권선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대전시는 당시 투표 이틀 전인 4월 13일 대전형 긴급재난 생계지원금(30~70만원)을 줬다. 아동양육한시지원금도 주로 투표일 직전에 지급했다. 문재인 정부가 7세 이하 자녀를 둔 가정에 나눠준 돌봄쿠폰(40만원)이었다. 이는 투표 바로 전날 동사무소에서 현금을 주며 “내일 꼭 투표하세요”라고 하는 것과 차이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2021년 8월 “재난지원금 지급은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문제없다고 판단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연초부터 민생토론회를 핑계로 선심성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며 “민주화 이후에 이렇게 대놓고 관권선거를 획책한 대통령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정권 교체로 여야 공수(攻守)가 뒤바뀐 상황에서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투표일 직전에 현금을 준 것도 괜찮다고 한 마당에 정책을 내놓는 민생토론회가 무슨 문제인지 의문이다. 그나마 이번에는 투·개표 절차가 일부 개선되고 현금을 나눠 준다는 말은 들리지 않아 다행이다.
김방현 내셔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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