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빌딩도 텅텅…마피 넘치는 지산·상가, 건설사 부실 ‘진짜 뇌관’
소규모 사업체를 운영 중인 A씨는 최근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지인으로부터 “수도권의 신축 지식산업센터(아파트형 공장)를 한 푼도 들이지 않고 매수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수분양자가 분양가의 10~20%가량인 계약금까지 포기하고 매물로 내놓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남은 잔금은 모두 사업자대출로 충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매수를 포기했다. 그는 “입주를 시작한 지 몇 개월이나 지났지만, 생각보다 공실이 너무 많았다”고 말했다.
고금리 등 여파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지식산업센터와 같이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과잉 공급’에 따른 공실 문제가 심각하다. 1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시절 아파트에 집중된 겹규제를 피해 시중 유동자금이 지식산업센터·상가·오피스텔·생활형숙박시설 등 수익형 상품 분양 시장으로 대거 유입됐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아파트와 달리 보유에 따른 규제가 거의 없는 데다 분양가의 최대 90%까지 대출을 해주면서 지식산업센터가 일종의 투기 상품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기준 전국에 공급된 지식산업센터(설립승인 기준)는 1548곳으로, 집계가 시작된 2020년 4월(1167곳) 이후 381곳이 늘었다.(한국산업단지공단)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택지지구 개발 시 지자체가 주거와 산업이 결합된 자족기능을 확보한다며 지식산업센터 등을 지을 수 있는 자족용지를 수요 예측 없이 과도하게 요구한 영향”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투자처” 공급과잉…애물단지 된 수익형 부동산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자 공실이 대거 발생했다. 12일 방문한 경기 고양시 향동의 한 지식산업센터 1~2층 상가는 텅 비어있었다. 지난해 7월 입주를 시작한 바로 옆 지식산업센터 11층에 올라가 보니 62개 호실 가운데 실제 입주한 건 10여곳에 불과했다.
지식산업센터를 분양받은 60대 B씨는 “노후자금에 대출까지 더해 3년 전 3개 호실을 한꺼번에 계약했다”며 “아직 임대인을 구하지 못해 대출이자만 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 지식산업센터 거래액은 6000억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던 2021년 거래액 1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60% 감소했다.(알스퀘어) 경매는 급증했다. 지난해 경매 시장에 나온 지식산업센터는 688건으로 2022년 403건에 비해 70%나 늘었다.(지지옥션)
지식산업센터와 함께 각광받던 상가 공실도 심각하다.
전국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2022년 4분기(10~12월) 6.4%에서 2023년 4분기 7.3%로 증가했다. 중대형 상가 공실률도 이 기간 13.2%에서 13.5%로 높아졌다.(한국부동산원)
특히 상가가 과잉공급된 세종시, 동탄·위례·미사 등 수도권 신도시, 택지지구 등에서 공실률이 높다. 최근 방문한 경기 화성시 동탄호수공원 앞 한 복합상가의 경우 1층에 스타벅스가 입주할 정도로 입지가 뛰어나지만 2층 이상에는 공실이 넘쳐난다.
상가 공실 역시 과잉 공급이 주요 원인이다. 부동산R114 통계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에서 신규로 공급된 상가는 10만4978실로 연평균 3만실이 넘었는데, 2020년 이전에는 연간 2만여실 내외였다.
이들 수익형 상품이 건설사 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된다. 지식산업센터로 인허가를 받고도 미분양 우려 등으로 자금 조달을 못 해 착공이 지연된 사업장도 여럿이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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