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컨테이너 하역 지시…사람 없어도 24시간 항구 운영

박영우 2024. 3. 13.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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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항구 로테르담항 르포


지난 8일 대형 해운사 머스크 소속 선박이 100% 자동화 설비가 갖춰진 네덜란드 로테르담항 APM터미널에서 하역 작업을 하고 있다. 박영우 기자
사람 한 명 보이지 않는 적막한 항구. 100% 전기로 움직이는 자율주행 무인 화물차가 컨테이너를 바쁘게 실어 날랐다. 카메라와 센서로 무장한 50층 건물 높이의 거대한 크레인 역시 사람 아닌 인공지능(AI)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지난 7일(현지시간) 유럽 최대 항만인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구 마스블락테(Maasvlakte) 2터미널의 모습이다.

“무인화된 항구는 AI가 관리합니다. 24시간 쉬지 않고 운영되죠. 사람의 손길은 꼭 필요할 때만 쓰입니다.” 마틴 반 오스턴 로테르담 항만청 홍보 담당의 말이다.

로테르담 항구는 2015년 세계 최초로 무인 자동화 하역 시스템을 도입했다. IBM과 손잡고 42㎞에 달하는 항만 전체를 사물인터넷(IoT)과 AI, 클라우드로 연결했다.

연간 컨테이너 물량 1450만TEU, 입출항 선박 3만척을 관리하는 로테르담 항구의 중심은 AI다. 24시간 쉬지 않고 항구를 드나드는 배, 화물차에 업무 지시를 하는 지휘자 같은 역할이다. 카메라와 센서로 무장한 STS(ship-to-shore) 크레인에게 컨테이너를 배에서 하역하도록 지시하는 것도, 지상 업무를 담당하는 AGV(Automated Guided Vehicle)인 무인 화물차들에 컨테이너를 실어 나르라고 명령하는 것도 모두 AI다. 로테르담항만에 따르면, 로봇과 AI가 투입된 이후 컨테이너 하역 시간은 기존 대비 40% 줄었다. 인건비와 연료비는 37% 줄었고, 생산성은 40% 올랐다.

차준홍 기자

로테르담항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수소를 항구에서 직접 생산하고 유럽으로 운송하는 ‘수소 허브’로 도약을 노리고 있기도 하다. 특히 풍력·태양광을 이용해 생산한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만드는 ‘그린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친환경 에너지로 주목받는다.

이에 따라 로테르담항 인근의 석유화학 업체들도 수소 공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다국적 석유화학기업 셸(Shell)이 대표적이다. 로테르담 항구 마스블락테 2 터미널에서 5㎞ 떨어진 곳에 셸은 10억 유로를 투입해 네덜란드 최초의 그린 수소 공장을 건설 중이다. 항만 인근 천연가스 발전소들도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함께 쓸 수 있도록 개조 중이다. 한화도 이곳에서 가스터빈 개조 사업을 수주했다.

수소 허브의 핵심은 운송이다. 네덜란드 내 주요 산업 단지와 수소 시설을 연결하는 약 1200㎞의 파이프라인 공사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독일과 벨기에까지 수소 파이프라인이 연결된다. 2040년엔 유럽 28개국에 수소를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오스턴 로테르담 항만 홍보 담당은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독립을 가속하고 기후 변화에 미리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도 올해 상반기 내에 AI를 활용한 스마트 항구가 본격 가동된다. 국내 첫 완전 자동화 항만인 부산항 신항의 서컨테이너부두가 지난해 준공 후 시운전 중이다. 총 사업비 1조1400억원이 투입됐다. 이 중 3400억원은 해양수산부가 국산 하역 장비 도입을 위해 예산을 투입했다.

정부는 부산항 신항을 시작으로 광양항, 인천 신항, 진해 신항에도 2조원 규모의 항만 자동화 장비를 도입할 계획이다. 윤현수 해양수산부 해운물류국장은 “네덜란드 등 해운 선진국 대비 완전 자동화 단계는 늦었지만, 장비나 시스템 면에서는 절대 뒤지지 않는다”며 “국산 기술을 기반으로 한국형 스마트 항만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로테르담(네덜란드)=박영우 기자 novemb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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