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소방관 아들 기억됐으면” 5억 기부한 아버지
26년 전 소방관 아들을 잃은 아버지가 평생 모아온 5억원을 기탁해 아들의 이름으로 장학금을 만들었다.
소방청은 12일 오전 대구 강북소방서에서 ‘소방영웅 김기범 장학기금 기탁식’을 개최했다.
고(故) 김기범 소방교는 1998년 10월 폭우가 쏟아지던 날 대구 금호강에서 여중생 3명이 실종됐다는 신고를 받고 인근을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함께 출동했던 김현철 소방교, 이국희 소방위와 순직했다.
외아들을 잃은 김경수(80)씨는 70년 평생 과수원에서 일해 모은 돈을 기부하기로 했다. 김씨는 “아들이 소방관 시험에 합격했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한평생을 그리워하며 살았고 아들이 영원히 기억되길 바랐는데, 이렇게 아들 이름의 장학금이 마련돼 더 바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대구소방본부는 이날 김씨를 ‘대구시 명예소방관’으로 위촉했다. 김조일 소방청 차장, 정남구 대구소방본부장, 박현숙 소방가족희망나눔 대표, 손상웅 대한전몰군경유족회 군위군지회장 등 60여 명이 기탁식에 참석했다.
소방가족희망나눔은 기탁금 5억원을 ‘소방영웅 김기범 장학기금’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순직 소방공무원 자녀와 군위군 전몰유족회 후손에게 지급할 계획이다. 군위군은 김기범 소방사 출생지다.
정남구 대구소방본부장은 “참으로 소중하고 값진 장학금을 기탁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대구소방본부는 김기범 소방관의 뜨겁고 빛났던 숭고한 마음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조일 소방청 차장은 “같은 아픔을 겪은 순직 소방공무원의 유자녀들이 함께 일어설 수 있도록 용기 내 주신 아버님의 숭고한 뜻에 감사드린다”며 “김기범 소방교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조직 차원에서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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