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도 환경도 ‘굿’…K방산 수주 계속된다
K방산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유망 투자처로 콕 집어 얘기할 정도다. 국내 방산 업체들은 일제히 호실적을 달성하며 이에 화답했다. 외부 환경도 국내 방산 업체에 우호적이다. 유럽 각국이 국방력 강화에 힘쓰고 있어 시장이 커진 데다, 국내에서도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며 업체들의 수출길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단기적으로 주가 조정이 올 수 있겠지만,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자들이 방산주를 보유하는 전략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내다본다.
한국항공우주, 수주 전망 밝아
지난해 4분기부터 방산 업체들의 주가가 매섭게 치솟았다.
3월 6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종가는 20만4000원으로, 지난 10월 말과 비교해 2배 이상 상승했다. 지난해 10월 31일 종가는 10만1000원이다. 다른 업체들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나타낸다. 같은 기간 LIG넥스원은 주가가 93% 올랐으며, 한화시스템은 45%, 한국항공우주도 22% 올랐다.
방산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도 고공행진한다. 지난해 1월 상장한 국내 유일 방산 ETF인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 K방산Fn’은 3월 6일 종가 기준 57%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17% 상승한 코스피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익률이다. 이 상품의 포트폴리오는 3월 7일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26.79%로 가장 많이 담고 있으며, 한국항공우주(18.74%), 현대로템(11.56%), 한화오션(10.97%) 순으로 비중이 높다. 그 외 LIG넥스원(9.87%), 한화(6.12%), 한화시스템(5.6%), 현대위아(4.5%), 풍산(3.88%), SNT모티브(1.68%) 등도 구성 종목에 포함된다.
이처럼 방산 업체 주가 강세 배경은 단연 실적이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업체들은 일제히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28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 증가했다. 증권가 예상치를 15%가량 웃돈다. 매출도 3조4424억원으로 같은 기간 33% 늘었고, 순이익은 2132억원으로 무려 2351% 증가했다. 폴란드와 체결한 K9 자주포와 천무 계약이 반영되며 호실적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그 외 방산 업체들이 내놓은 실적도 시장 전망치를 웃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기준 현대로템은 시장 전망치를 90% 웃돈 698억원, 한국항공우주는 27% 웃도는 1543억원을 기록했다. 이재광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등으로 달라진 안보 환경에서 무기 수입국이 다양해지는 추세”라며 “세계 1위 무기 수입국인 인도와 미국 무기 수입 비중이 높은 중동 국가들도 거래국을 다변화하고 있다는 점은 한국 방산에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높아진 주가 수준은 ‘부담’
올해도 방산주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추정한 올해 영업이익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9493억원, 현대로템 2755억원, LIG넥스원 2443억원, 한화시스템 1274억원이다. 전년 대비 30~35%가량 높다.
대외 환경이 국내 방산 업체들에 유리하게 흘러간다는 분석이다. 지정학적 충돌이 장기화될수록 국내 방산 업체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전쟁이 장기전으로 이어질 경우, 기존 무기 소진에 따른 신무기 수요가 계속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호적 환경 속에서 대량 생산 체계와 신속한 공급 능력을 보유한 국내 업체들에 전 세계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우리나라는 지속적으로 첨단 기술을 도입하고 국산화 장비를 개발한 덕분에 세계 9위의 국방과학 기술력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수리·보수·관리 등 사후서비스(AS) 측면에서도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말에는 글로벌 IB인 골드만삭스가 한국 방산주에 대한 호평을 내놓기도 했다. 골드만삭스는 “한국은 세계 최대 무기 공급국 가운데 하나”라며 “글로벌 군수 시장에서 한국 방산주가 차지하는 강력한 입지를 감안할 때 지정학적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좋은 투자처”라고 추천했다.
여기에 최근 공화당 대선 유력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유럽의 국방력 강화 속도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공화당 경선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들이 방위비를 충분히 내지 않으면 러시아 공격을 받아도 자국 안보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이지호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여전히 글로벌 무기의 수요·공급 불균형은 해소되지 못한 상황”이라며 “유럽에서는 자체적인 국방력 확보가 미진한 국가들의 무기 확보 노력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우리나라에 지속적으로 문의를 한 국가들의 신규 수주나 기존 거래국의 추가 구매에 대한 요구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수출입은행법(수은법) 개정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를 통과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이 개정안은 한국수출입은행의 자기자본 한도를 현행 18조4000억원에서 25조원으로 늘린다는 내용이 골자다. 그동안 수출입은행은 특정 개인이나 법인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를 자기자본의 40%로 제한해 방산 등 초대형 수주 사업의 경우 금융 지원 부족에 발목을 잡히는 사례가 있었다. 지난 2022년 폴란드 정부와 맺은 방산 계약의 경우 17조원 규모의 1차 계약 때 금융 지원 한도를 모두 채웠기 때문에, 30조원 규모에 달하는 2차 계약을 위해서는 자기자본 한도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이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방산업계는 한시름 덜게 됐다.
대내외적으로 방산업계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된 가운데, 증권가는 공통적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최선호 종목으로 추천한다. KB증권, NH투자증권, 메리츠증권, 신한투자증권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유망 종목으로 꼽았다. 1분기 중 1조원 규모 루마니아 자주포 사업 수주가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폴란드와 다연장 로켓포 ‘천무’의 2차 수주 계약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이재광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부터 K9과 천무 수출 본격화로 실적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라며 “수은법 개정에 따른 금융 지원 강화로 무기 체계 추가 수주 가능성도 높아진 상태”라고 말했다.
KB증권은 현대로템, LIG넥스원, 한화시스템도 추천 종목으로 꼽았다. 충분한 수주 잔고를 바탕으로 실적 성장이 예상되고, 폴란드와 중동 등 여러 국가로부터 추가 수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방산주와 비교해 주가 상승폭이 크지 않았던 한국항공우주 또한 신한투자증권의 추천을 받았다.
다만 계약이 지연되거나 규모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주가 조정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최근 주가 상승폭이 크다는 점에서 일부 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방산은 특정 계약의 성사 여부나 시기, 규모 등을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다. 또한 길게는 수십 년이 걸리는 장기 사이클을 갖고 있다는 특성이 있다. 이를 고려해 투자자는 단기 거래보다는 중장기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정동익 KB증권 애널리스트의 조언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0호 (2024.03.13~2024.03.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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