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기업 주식 사전 청약? “싸게 더 많이 드립니다” 공모주 ‘따따블’ 유혹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4. 3. 12.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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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직원 A씨는 최근 특정 사모운용사 직원이라며 걸려 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상장 예정 기업의 구주를 받아 갈 생각이 없느냐”며 최소 이익률로 200%를 제시하는 등 솔깃한 투자 제안이 이어졌다. 문자 메시지로 증권사 명의 ‘공동투자협약서’를 보여주며 실제 기존 고객 수익률이라며 수백 퍼센트 숫자가 찍힌 투자 애플리케이션도 보여줬다. 투자 문의가 많아 서두르지 않으면 구주를 받는 몫이 줄어들 수 있다며 은근 압박이 지속됐다. A씨는 “모 운용사가 실제 쓰는 내선번호와 똑같은 번호로 연락이 와 처음에는 별다른 의심을 못했다”며 “혹시 몰라 해당 운용사가 실제 같은 영업을 하는지 증권사 지인에게 물어본 뒤 그제야 공모주 할인 사기가 횡행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자본 시장에서 공모주 투자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상장을 앞둔 기업의 구주를 싸게 매수할 수 있다”며 투자자를 현혹해 자금을 모은 뒤 인출을 요구하면 잠적하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더 저렴하게 더 많은 공모주를 배정받는 방법은 없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며 투자자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공모주를 사전에 싸게 살 수 있다며 투자자를 현혹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거래소 제공)
공모주 사기 기승

갈수록 정교해지는 수법

최근 공모 시장은 모처럼 달아오른 분위기다.

이 틈을 타 허위 공모 사기가 판을 치고 있다. 패턴은 대부분 비슷하다. 신규 상장 예정 기업 홈페이지처럼 보이는 허위 사이트를 개설해 해당 회사에서 특별 공모주 청약이 있는 것처럼 투자자를 속인다. 사전 청약 등이 예정돼 있다며 일반 청약분보다 많은 주식 배정을 약속하거나, 실제 공모가보다 저렴하게 주식을 배정받을 수 있다고 말하는 식이다.

회사 관계자나 금융기관을 사칭한 경우도 적지 않다. IPO 추진 계획이 불확실한 비상장 기업이 곧 신규 상장될 것이라며 투자를 권유하거나, IPO 시 공모 예정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다고 투자자를 현혹한다.

이들은 매우 정교한 방법으로 투자자를 속인다고 금융당국은 지적한다. 투자자 문의에 실제 증권사 로고와 대표이사 직인 등이 찍힌 투자협약서를 보여주거나, 조작된 고객 수익률을 투자 앱으로 제시하는 식이다.

마치 특별 공모가 실재하는 것처럼 정교한 ‘피싱 페이지’로 투자자를 유인하기도 한다. 보안 기업 안랩의 분석 결과, 공모주 사기 세력은 ‘상장이 예정돼 있는 특정 기업의 청약 가능 공모주가 있다’는 내용과 함께 악성 인터넷주소(URL)가 담긴 문자를 무차별적으로 뿌린다. 본문에는 ‘사전 신청 할인’이나 ‘선착순’ 등 자극적인 표현을 써가며 사용자의 악성 URL 접속을 유도한다. 사용자가 무심코 URL을 클릭하면 ‘특별 공모 신청하기’라는 피싱 페이지로 연결된다. 사용자가 해당 페이지 정보 입력 칸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이 정보는 이들 서버로 전송된다. 사기 세력은 불법적으로 탈취한 개인정보를 보이스피싱·피싱 문자 전송 등에 재차 활용한다.

평판 리스크에 노출된 신규 상장 기업도 곤혹스럽다. 이들 세력이 기업을 사칭해 투자자를 기만하고 ‘사기를 당했다’는 불만이 줄을 잇고 있어서다. 지난 1월 17~18일 청약을 진행한 현대힘스는 이에 앞서 회사 실제 홈페이지와 유사한 홈페이지에서 공모가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청약을 할 수 있다며 성명과 전화번호를 기입하도록 유도하는 사례가 포착돼 금융당국에 즉각 신고했다.

구주 임의 배정 자체가 불가능

거래소 공시 채널 등 확인 필수

결론부터 말하면 “공모 예정 기업 구주를 개인 투자자가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공모가 할인, 공식 청약 전 사전 청약, 특별 청약 등은 공모 프로세스에서 존재할 수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IPO가 진행되는 전체적인 경로는 이렇다. 우선 상장하려는 기업은 한국거래소에 상장심사 신청서를 접수한다. 이후 거래소가 상장심사 신청서 심사를 끝내면 기업이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낸다. 상장 주관을 맡은 증권사는 증권신고서를 기반으로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다.

이처럼 공모주 청약 자체가 상장 주관을 맡은 증권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공모주 사기 세력처럼 상장 예정 기업이 자체적으로 투자자를 모으는 사전 청약 자체가 불가능하다. 공모가 할인도 존재할 수 없다. 자본시장법상 증권사가 공모 청약을 진행할 때 특별 공모 등을 앞세워 공모 가격을 깎을 수 없으며 불특정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임의 배정 자체가 이뤄질 수 없다.

비상장 기업 구주를 개인 투자자가 매수하는 것 자체도 극히 낮은 확률에 속한다. 비상장 기업 구주가 장외 시장에서 거래되는 경우는 우리사주를 보유한 직원이 사직하면서 이를 매도하길 원할 때나, 유동화를 원하는 특정 펀드 보유 물량이 풀릴 때다. 어느 쪽이든 개인 투자자가 비상장 기업 구주 거래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드물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통상 상장 전 프리 IPO가 이뤄질 수 있지만 상장이 임박한 만큼 할인 폭이 높지 않다”며 “일정 수준 할인이 있더라도 기관 투자자에게 비상장 구주를 매각하지 불특정 다수에게 문자를 뿌리는 식으로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특히, 사기 세력 수법처럼 사모운용사가 불특정 다수 고객에게 직접적으로 자산을 취득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헤지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사모 자산운용사는 자문 고객을 제외하고 직접 자산 수취를 해서는 안 되며 은행과 같은 수탁기관이 대신 그 역할을 하도록 돼 있다”며 “또, 운용사 직원이 정확한 신분 파악이 안 된 고객에게 무차별적으로 전화를 돌리는 식으로 영업을 하지 않으며 위탁 판매사를 통해 고객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금융당국은 투자자들이 비상장 기업 상장 추진 과정 등을 거래소 홈페이지에서 꼼꼼히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한국거래소 기업공시 채널에서 ‘IPO 현황’에 들어가면 ‘예비 심사 기업’ ‘공모 기업’ ‘신규 상장 기업’ 등 세부 정보를 볼 수 있다.

‘예비 심사 기업’에서는 심사 청구일, 상장(예정) 주식 수, 공모(예정) 주식 수, 상장 주관사, 회사 개요 등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공모 기업’에선 심사 결과 통보가 언제, 어떻게 이뤄졌는지부터 보다 상세한 공모 개요, 주관사 의무 인수 물량 등 세부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다. 거래소 공시 채널로 조회가 되지 않는 종목은 상장 추진 자체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투자 관련 회사를 사칭하는 일반 법인이 IPO 관련 사안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것은 전혀 가능하지 않은 일이므로 불특정 개인이 매력적인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고 현혹한다면 반드시 의구심을 갖고 확인 절차를 거쳐야 투자 사기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0호 (2024.03.13~2024.03.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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