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잉사 내부 고발자, 주차장서 숨진 채 발견

AFP=연합뉴스

미국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의 생산 공정 문제를 알린 내부 고발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11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보잉 내부 고발자' 존 바넷(62)이 지난 9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소재 한 호텔 주차장에 주차된 트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극단적 선택에 무게를 두고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바넷은 2017년 은퇴할 때까지 32년간 보잉에서 근무했다. 그는 2010년부터 주로 장거리 노선에 이용되는 여객기 '787 드림 라이너'를 만드는 노스 찰스턴 공장에서 품질 관리자로 일했다. 그는 이때 일을 하면서 제조를 서두르다 안전성이 훼손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게 됐다고 말했다.

바넷은 2019년 BBC와의 인터뷰에서 제조 지연 압박을 받는 근로자들이 생산 라인의 항공기에 의도적으로 표준 이하의 부품을 장착하고 있다고 알렸다. 또 산소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다며, 기내 호흡 마스크 4개 중 1개가 비상상황에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후 관리자들에게 자신의 우려를 알렸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잉 측은 그의 주장을 부인했다. 그러나 미국 연방항공국(FAA) 조사에 따르면 공장에서 최소 53개의 '부적합' 부품이 분실됐으며, 보잉은 시정 조치를 취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산소통 문제에 대해서 보잉 측은 "공급업체로부터 받은 일부 산소통이 제대로 배치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고 해명했지만, 실제 항공기 장착 여부에 대해선 부인했다.

바넷은 은퇴한 후 회사를 상대로 기나긴 법적 소송에 착수했다. 내부 고발을 계기로 보잉으로부터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으며, 경력 등이 폄훼됐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지난주 보잉 측 변호인단의 심문을 받았으며, 사망 당일 추가 심문을 받을 예정이었다.

바넷의 변호사는 BBC에 "비극적인 죽음"이라고 말했다. 보잉은 성명을 내고 "우리는 바넷의 죽음에 애도를 표한다"고 추도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