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영우 결승골' 울산, 전북 꺾고 3년 만에 ACL 4강 진출...클럽 월드컵에도 '성큼' [현장리뷰]

김환 기자 2024. 3. 12.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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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울산, 김환 기자) 호랑이굴에서의 울산HD는 달랐다. 울산이 설영우의 선제 결승골을 앞세워 '현대가 라이벌' 전북 현대를 합산 스코어 2-1로 누르고 3년 만에 ACL 4강에 진출했다.

더불어 울산은 이번 승리로 2025년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에도 한 발 다가갔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울산HD는 12일 오후 7시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의 2023-24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전반전 추가시간 터진 설영우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울산은 1, 2차전 합산 스코어 2-1로 전북을 제압하고 준결승전에 진출했다. 

준결승 진출을 확정 지은 울산은 4강에서 요코하마 마리노스와 산둥 타이산 경기의 승자와 격돌한다. 요코하마 홈에서 열린 1차전은 산둥의 2-1 승리로 끝났다.

이날 정규시간 내 승리해 AFC 랭킹 포인트 6점(승리 3점, 다음 라운드 진출 3점)을 확보한 울산은 다음 라운드에서 2점을 추가하면 전북에 역전해 클럽 월드컵 진출을 자력으로 확정 지을 수 있다.

울산과 전북은 아직 이번 시즌 리그에서 만난 적이 없지만, ACL 8강전에서 '현대가 더비'가 성사돼 아시아 무대에서 만나게 됐다.

앞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1차전에서는 경기 초반 터진 송민규의 선제골로 전북이 앞서갔으나 후반전 들어 이명재가 동점골을 뽑아내며 1-1로 비겼다. 

경기를 앞두고 울산의 동기부여는 확실했다. 울산은 전북과의 2차전에서 승리해 내년 열리는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진출에 한 발짝 더 다가가겠다는 생각이었다. AFC 랭킹 포인트에서 전북(80점)에 밀리는 울산(72점)은 클럽 월드컵 진출을 확정 짓기 위해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다.

경기 하루 전 홍명보 감독은 "지금 상황에서 클럽 월드컵에 나갈 확률은 높지 않다"면서도 "중요한 건 (클럽 월드컵이) 분명히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우리가 노력해서 클럽 월드컵에 나갈 수 있다면 K리그에서 쌓은 울산의 가치를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는 기회다"라며 클럽 월드컵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동기부여로 가득한 건 전북도 마찬가지였다. 1차전에서 이른 시간 선제골을 터트렸지만 후반전에 통한의 동점골을 내줬던 전북의 단 페트레스쿠 감독은 "2차전에서는 실수가 나오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라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울산은 4-2-3-1 전형으로 나섰다. 조현우 골키퍼가 장갑을 착용했다. 이명재, 김영권, 황석호, 설영우가 수비진을 구성한다. 허리에는 고승범과 이규성이 버텼다. '국가대표' 타이틀을 단 주민규가 공격을 이끌었고 루빅손, 아타루, 엄원상이 주민규를 지원했다.

전북은 4-4-2 전형이었다. 김정훈 골키퍼에게 골문을 맡겼다. 김진수, 홍정호, 박진섭, 김태환이 수비를 맡았다. 맹성웅과 이수빈이 중원에, 문선민과 이동준이 측면에 배치됐다. 티아고와 송민규가 최전방에서 울산의 골문을 노렸다.

평일 저녁 경기, 비가 오는 추운 날씨였지만 경기 전부터 양 팀 팬들의 뜨거운 응원전이 펼쳐졌다. 울산 팬들은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다"라는 문구가 적힌 걸개를 걸고 3월 A매치에 참가하는 국가대표팀에 발탁된 주민규와 이명재를 응원했고, 선수들이 호명될 때마다 환호를 보냈다.

전북 원정팬들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전북에 합류한 김태환을 응원하는 깃발을 들고 나타났다. "우리 치타(김태환의 별명)"가 적힌 깃발이 눈에 띄었다. 김태환의 이름이 불릴 때 울산 팬들이 야유하자 전북 팬들은 환호로 맞섰다.

이날 문수축구경기장에는 총 10934명의 팬들이 찾았다. 봄을 맞이한 K리그의 응원 열기가 주중 ACL 경기로 이어졌다.

◆ 조현우-김정훈의 선방쇼 대결...'설영우 선제골'로 앞서간 울산

경기는 울산의 선축으로 시작됐다. 전반전 포문은 울산이 열었다. 전반 6분 측면 돌파에 성공한 이명재가 주민규에게 공을 건넸고, 주민규는 상대 수비 사이로 침투하는 루빅손을 향해 살짝 뜬 패스를 보냈다. 루빅손이 공을 잘 컨트롤한 뒤 슈팅을 시도했으나 전북 수비 맞고 나갔다. 이어진 코너킥에서 황석호의 헤딩이 나왔으나 득점에는 실패했다.

울산이 기세를 이어갔다. 전반 8분 다시 한번 루빅손이 득점 기회를 맞이했지만 이번에는 슈팅이 김정훈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역시 울산의 홈이었다. 경기 초반 분위기는 울산이 쥐었다. 눈에 띄는 선수는 주민규였다. 주민규는 아래로 내려와 동료들의 패스를 받아주면서 자신에게 공이 오면 수비와 경합을 버티는 포스트 플레이를 잘 수행했다. 전반 12분에는 김태환과의 경합 과정에서 파울을 유도해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었다. 그러나 이명재의 프리킥은 골문 위로 살짝 떴다.

전북도 반격에 나섰다. 속공 끝에 만든 좋은 기회였다. 전반 14분 티아고가 자신에게 온 공을 감각적인 퍼스트 터치로 돌려놓은 뒤 측면으로 주고 문전으로 뛰어 들어갔다. 이동준의 크로스가 티아고에게 정확하게 연결됐고, 티아고가 곧바로 슈팅을 시도했으나 조현우가 막았다. 조현우의 슈퍼 세이브였다.

이번에는 김정훈이 슈퍼 세이브를 펼쳤다. 전반 18분 이명재의 코너킥에 주민규가 머리를 갖다 댔으나 김정훈이 다이빙하며 쳐냈다.

경기 초반과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경기를 주도하던 울산의 빌드업이 조금씩 꼬이기 시작했다. 후방에서 아찔한 패스미스가 나오기도 했고, 전북의 압박을 풀어내지 못하고 소유권을 넘기는 장면도 있었다. 이는 전북의 날카로운 역습으로 이어졌다.

울산을 위기에서 구한 선수는 조현우였다. 전반 28분 전방으로 침투하는 문선민에게 정확하게 패스가 연결되며 일대일 상황이 됐는데, 조현우가 다리를 뻗어 막았다.

울산에 변수가 생겼다. 앞서 패스를 한 뒤 햄스트링에 불편함을 느꼈던 고승범이 결국 햄스트링을 붙잡고 쓰러졌다. 울산은 곧바로 마테우스를 준비시켜 전반 31분 고승범과 교체했다. 고승범은 고개를 떨군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그렇다고 울산이 공격을 멈춘 건 아니었다. 전반 37분 루빅손이 찔러준 패스를 받은 아타루가 문전으로 컷백 패스를 내줬고, 이를 엄원상이 가볍게 돌려놓았으나 전북 수비가 몸을 던져 막았다.

이후 두 팀은 자신들의 스타일로 경기를 운영하려 했다. 울산은 선수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패스길과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전북은 전방과 측면으로 긴 패스를 보내며 다이렉트한 축구를 시도했다.

전반 추가시간은 2분이었다. 전반 추가시간 1분 공중볼 경합 후 떨어진 공을 아타루가 잡은 뒤 문전으로 보냈고, 이를 주민규가 슈팅으로 이어갔으나 주민규의 슈팅은 골문을 외면했다.

전반전이 끝나기 직전 울산의 선제골이 터졌다. 우측 풀백 설영우가 해결사로 나섰다.

전반 추가시간 2분 전북 수비가 확실하게 걷어내지 못한 공이 루빅손에게 향했다. 루빅손은 반대편을 바라보고 정확한 롱 패스를 보냈고, 이를 쇄도하던 설영우가 골문 상단 구석으로 꽂아 넣으며 선제골을 뽑아냈다.

설영우는 울산 홈팬들의 호응을 유도하는 세리머니를 펼치며 호랑이굴의 분위기를 달궜다. 설영우의 득점 이후 주심은 전반전 종료 휘슬을 불었다.

◆ 마무리가 아쉬웠던 전북, 리드 지킨 울산...울산, 3년 만에 ACL 준결승 진출!

두 팀 모두 교체 없이 후반전을 시작했다. 울산이 먼저 전북을 위협했다. 후반 2분 루빅손이 띄워준 공을 엄원상이 헤더로 연결했으나 김정훈이 잡았다. 

전북도 물러서지 않았다. 후반 7분 티아고가 송민규와 패스를 주고 받은 뒤 골문 구석을 향해 슈팅을 시도했다. 그러나 전반전 선방쇼를 선보였던 조현우가 다시 한번 다이빙을 해 공을 쳐냈다.

전북의 경기가 풀리지 않는 가운데 페트레스쿠 감독은 후반 9분경 주심의 판정에 항의하다 경고를 받기도 했다.

전북에도 부상 변수가 발생했다. 후반 11분경 맹성웅이 경합 후 쓰러졌다. 홀로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통증을 느낀 맹성웅은 들것에 실려나갔다. 전북은 맹성웅 대신 이영재를 교체 투입했다.

득점이 필요했던 전북은 전반전보다 공격의 숫자를 더 늘렸다. 티아고와 송민규는 물론 측면 수비수들과 중앙 미드필더들도 울산 수비 사이를 공략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했다. 울산은 미드필더들과 측면 공격수 루빅손이 내려와 공간을 채우며 수비를 도왔다.

후반전 초반은 전북이 밀었다. 전북의 직선적인 공격은 전반전보다 더 많은 기회를 만들었다. 다만 마무리가 되지 않는 게 문제였다. 전북은 울산 수비 진영까지 공을 잘 끌고 올라왔으나 공격의 매듭을 짓지 못했다.

경기 도중 아찔한 장면도 있었다. 후반 28분 아타루가 전북의 크로스를 걷어내기 위해 높이 뛰어올라 발을 뻗었는데, 공을 따내려던 송민규와 충돌했다. 아타루의 발이 높았고, 송민규가 통증을 호소했으나 주심은 그대로 경기를 진행시켰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마음이 급한 쪽은 끌려가는 전북이었다. 전북은 후반 29분 문선민과 이수빈을 비니시우스, 전병관과 교체해 공격에 힘을 더했다. 울산은 루빅손과 아타루를 불러들이고 김민우, 이동경을 내보냈다.

전북이 계속해서 밀었다. 울산은 웅크린 뒤 진형을 활짝 펼치는 역습으로 맞섰다. 전북이 라인을 올린 상태라 수비 뒤쪽으로 공간이 크게 나왔다. 후반 37분 엄원상의 스피드를 앞세운 울산의 역습 찬스가 있었지만 전북 수비가 잘 막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전북이 승부수를 던졌다. 후반 41분 이동준을 페트라섹과 교체해 페트라섹을 전방에 세웠다. 페트라섹의 큰 키를 앞세워 공중 경합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울산은 이규성, 주민규를 임종은, 마틴 아담으로 교체해 버티기에 나섰다.

추가시간은 5분. 전북은 공격의 고삐를 더욱 세게 당겼다. 울산은 쉽게 전북에 기회를 허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울산이 막바지에 밀었다. 경기에 쐐기를 박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추가시간 동안 두 팀은 득점을 만들어내지 못했고, 결국 경기는 울산의 1-0 승리로 막을 내렸다. 최후에 웃은 팀은 울산이었다.

사진=힌국프로축구연맹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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