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저는 캐나다 북극곰 보려고 결혼한 남자입니다"
[노광준 기자]
▲ 북극곰. |
ⓒ unsplash |
"이 책 정말 재밌네요."
그의 인터뷰를 준비하던 허윤선 작가는 연신 탄복했다. '동물권력'이라는 제법 딱딱해 보이는 책 내용이 첫 장부터 흥미진진 빠져든다는 거였다. 나는 그런가보다 했다. 세상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한두 가지인가. 그런데 역시 이 책을 다 읽고 인터뷰에 임한 김희숙 진행자의 한 마디에 귀가 혹했다.
"신혼여행으로 북극곰을 보러 가셨던 작가가 있다면 <오늘의 기후> 북클럽에 꼭 모셔야겠죠. <동물권력>의 저자 남종영 환경논픽션 작가 나오십니다. 동물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동물과 우리의 관계에 대해 새로운 시야를 넓혀주실 듯해요."
그렇게 인터뷰가 시작됐는데, 그는 정말 찐이었다. 찐 기자. 남종영 전 한겨레 기자다. 동물을 좋아해서 북극곰이 살고 있는 북극부터 펭귄이 사는 남극, 그리고 해수면 상승으로 나라 전체가 물에 잠길 지경인 적도 부근 '투발루'까지 직접 찾아가 취재를 한 북극-남극-적도 기후위기 현장 '그랜드 슬램' 달성 기자였다.
"여기 꼭 가고 싶다... 그래서 저는 결혼을 했습니다"
"북극곰을 한 번 보고 싶다... 그러니까 제가 북극곰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약간 지리적인 호기심이 있거든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지도 보는 걸 좋아했는데 아이슬란드 같은 나라는 이렇게 동떨어져 있잖아요? 그럼 왠지 가보고 싶은 거예요. 그러면 꼭 가보거든요. 그런데 캐나다 같은 경우에도 북쪽에는 텅 비어 있잖아요. 아무것도 없이. 거기를 가보고 싶었어요." (남종영 작가)
좌표를 찍으면 꼭 현장에 가봐야 하는 그에게 북극곰이 많이 살고 있는 캐나다의 처칠이라는 마을이 찍혔다. 그런데 그곳에 가려면 여름 휴가 일주일만으로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그는 고민 끝에 신혼여행을 택했다.
"2001년에 한겨레 신문에 입사를 해서 매년 여름 휴가 때마다 여행을 다녔는데, 주로 북극권, 아이슬란드 알래스카 이런 곳을 다녔어요. 캐나다 북부권의 처칠 마을은 여름 휴가 일주일로는 안 되더라고요. 여기 꼭 가고 싶다... 그래서 저는 결혼을 했습니다^^" (남종영 작가)
그때는 북극곰도 봤지만 고래를 많이 봤다고 한다. 그래서 고래에 관한 책을 썼다. 영국에서 동물 관련 해외연수도 했다. 차츰 동물권에 대한 체계적 접근으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2016년에는 한 번 더 북극곰을 만나러 갔다. 진짜로 북극곰을 취재하기 위해서. 그는 거기서 뭘 봤을까?
"북극곰이 전 세계적으로 모두 19개 집단이 있어요. 각각의 집단마다 생태가 조금씩 다릅니다. 그런데 (캐나다) 처칠에 있는 북극곰들은 조금 특이해요. 겨울에는 북극까지 갔다가 여름에 육지로 돌아와요.
여름에 왜 돌아오냐면 북극에 이제 바다 얼음(해빙)이 얼지 않았으니까 촘촘하지가 않으니까, 그래서 처칠 근처로 와서 곰들이 산딸기도 먹고 토끼도 먹고 새알도 잡아먹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약간 선정적인 방송에서는 이야기를 너무 극단적으로 하다 보니 '북극곰이 기후변화 때문에 눈밭에서 지내는 게 아니라 육상에서 사냥을 하고 있다', '이게 다 기후변화 때문이다'라고 합니다. 그건 사실이 아니고 원래 그러던 애들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기후변화' 얘기할 때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그러면 오히려 피로감이 생겨서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과학자들이 어떤 결과를 발표하면 경고를 하죠. 그러면 미디어가 그걸 너무 과장해서 공포를 줘요.
그러면 사람들은 조금 두려움의 감정을 가졌다가 다시 망각해버려요. 오히려 '뭐 예전부터 들었던 얘기야'라고 하는 반응이 좀 더 강화되는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언론인들이 얘기할 때 항상 정확하게 그리고 너무 과장하지 않고 현실 상태 그대로 보여주는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책 속으로 들어갈 무렵 청취자의 질문이 문자로 왔다. 동물권과 동물복지는 뭐가 다른가요... 그러게, 우리도 궁금한 부분이었다.
"동물권이라는 말은 동물들이 무슨 투표를 한다거나 아니면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거나 재난지원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거나 그런 건 아닙니다. 동물권에서의 권리는 적극적인 권리가 아니라 소극적인 권리, 내가 사는 서식지가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라든지 혹은 개나 고양이 같은 경우에는 학대당하지 않을 권리 이런 것들을 의미하죠.
사실 우리가 동물을 보호하려고 하고 동물권을 위해서 싸우려고 하는 이유는 동물이 고통을 당하기 때문이거든요. 그 동물의 고통에 우리가 공감을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투쟁도 하고 혹은 제도도 만들고 기준도 만들게 됩니다. 그런데 동물복지와 동물권의 차이는 뭐냐, 인간으로 인해 동물이 고통을 당하는 건 맞다. 하지만 그 고통을 최대한 줄이자는 입장이 동물복지인 거고요. 동물권은 아니다. 얘네들은 권리가 있으니까 고통을 줘서는 아예 안 된다라고 하는 게 동물권입니다." (남종영 작가)
▲ 남종영 전 한겨레 기자의 <동물권력> |
ⓒ 북트리거 |
"여기서 동물 권력은 권리가 아닙니다. 권리가 아니라 동물 권력은 애니멀 파워입니다. 그러니까 동물도 인간에게 미치는 어떤 파워, 영향력이 있다라는..."
- 예를 들면?
"인간하고 동물이 계속 밀당을 했다는 거예요. 저는 책도 쓰고 하니 돌고래쇼를 연구 삼아서, 서너 번 정도 봐요. 그러면 돌고래들의 기분이나 그날 상황에 따라서 쇼가 계속 바뀌어요. 이런 경우도 있어요. 돌고래들도 1번에서 10번까지 쭉 쇼가 있다면 1번 2번 3번 4번 쇼를 다 알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사육사랑 좀 싸웠어, 혹은 사육사한테 기분이 나빴어, 그러면 1번 2번 3번 하다가 갑자기 10번을 해버려요. 그러면 사육사는 어쩔 수 없이 돌고래쇼를 끝내야 되는 거예요."
- 동물은 주체인 존재다?
"동물들이 물론 이 시대에서는 인간들에게 아주 잔혹한 지배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근자근 틈새를 내고 있어요. 이를테면 범고래 '틸리쿰'이라고 들어보신 적이 있는 분도 있으실 거예요. 아이슬란드에서 이 범고래가 잡혔어요. 보통 새끼들이 잡혀요. 쇼에 동원되려고, 그런데 얘가 엄마와 헤어져 수족관에 팔리고 쇼에 동원되고 그러다 3명의 인명 사고에 연루가 돼요.
3명을 죽였어요. (돌고래가?) 범고래는 돌고래 중에 가장 큰 고래로 한 7~8m 정도 되고 얼룩덜룩한 고래,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거든요. 말하자면 바다의 사자라고 보면 돼요. 얘네들은 대왕고래도 잡아먹고 바다사자도 잡아먹고 물고기도 먹는 그런 애들인데 그런 애들을 길들여갖고 쇼를 하는 거죠. 그런데 그렇게 사람을 죽여서 이슈가 된 거예요. 그러면서 다큐멘터리도 나왔고 결국 세계 각국이 돌고래쇼를 금지시킨다거나 번식이 금지되거나 그랬습니다."
- 틸리쿰의 반란일까요?
"그렇죠. 우리나라도 이제 거의 비슷한 시기에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를 돌려보냈죠.
그러니 세계사적인 운동과 같이 갔거든요. 우리나라도 더 이상 수족관 돌고래를 신규 도입하지 못합니다. 번식을 시키지도 못하고요. 상당수 그런 나라가 있고요. 사실 그 범고래 틸리쿰은 엄마가 그리워서 그리고 너무 갑갑한 이 삶이 싫어서 그런 식으로 행동한 겁니다. 우리 옛날에 만적의 난이라든지 이런 것들도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그런 게 아니에요. 너무 힘들었고 삶이 피폐화됐기 때문에..."
- 책의 수많은 동물들의 이야기가 눈물을 핑 돌게 하기도 하고 마음을 사르르 녹이기도 합니다. 아직 이 책을 읽지 못한 분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동물 이야기가 있다면요?
"가장 가슴이 저미는 얘기인데요. 제가 직접 취재를 하기도 했고... 1960년대 70년대에 사람들이 침팬지나 우랑우탄을 인간 가정에 입양했어요. 기저귀 채우고 같이 밥 먹고 텔레비전 보고 신문 보고 똑같이 인간처럼 키웠거든요. 언어 실험을 하기 위했어요. 과연 동물도 인간처럼 언어적 본능이 있느냐를 보기 위해서 사람처럼 키우려고 그랬던 거죠.
그런데 그 동물들이 크면 사람을 공격할 수 있게 되잖아요? 공격을 하려고 하지 않았는데 그냥 살짝 쳐도 큰 피해를 입기 때문에, 그래서 그 동물들이 동물원이나 동물 실험실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런데 그 동물들은 수화를 배운 상태로 인간과 커뮤니케이션을 해요. 동물원 창살 속에서 그 옛날 인간 보호자와 함께 '나 집에 가고 싶어' 라고 수화를 하는 모습... 그런 걸 보면서 너무 가슴이 저몄어요. 그 보호자와 제가 계속 이메일로 인터뷰했는데 그분들도 과학자거든요. 그 모습이 남습니다."
덧붙이는 글 | * 이 내용은 지난 2024년 3월8일 OBS 라디오 '오늘의 기후' 방송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오늘의 기후'는 지상파 라디오 최초로 기후위기 대응 내용으로 매일 편성되었으며 FM 99.9 MHz OBS 라디오를 통해 오후 5시부터 7시30분까지 2시간 30분 분량으로 매일 방송되고 있습니다. 유튜브 라이브(OBS 라디오 채널)와 팟캐스트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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