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현대건설 축포 막았다… 실낱같은 역전 우승 희망 살려

12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현대건설전에서 득점한 뒤 기뻐하는 흥국생명 선수들. 사진 한국배구연맹

여자배구 흥국생명이 현대건설의 축포를 막았다. 맞대결 승리를 거두며 실낱같은 정규시즌 1위 가능성을 살렸다.

흥국생명은 12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023~24 도드람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현대건설과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25-22, 27-25, 25-20)으로 이겼다. 윌로우 존슨(21점)-김연경(16점)-레이나 도코쿠(14점) 삼각편대가 고르게 득점을 올렸다. 현대건설 모마 바소코는 27점을 올리며 분전했으나 패배를 막진 못했다.

흥국생명(27승 8패·승점 76)은 현대건설(25승 10패·승점 77)을 승점 1점 차로 따라붙었다. 흥국생명은 15일 GS칼텍스와 최종전을 치른다. 이 경기에서 이긴 뒤, 16일 현대건설-페퍼저축은행전에서 페퍼가 승리하면 뒤집어질 가능성이 생긴다. 두 팀의 승점이 같을 경우엔 다승에서 앞서는 흥국생명이 정규시즌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다.

12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현대건설전에서 사인을 내는 흥국생명 세터 이원정. 사진 한국배구연맹

1·2위의 맞대결을 보기 위해 몰린 팬들로 수원체육관은 전석(3836석)이 매진됐다. 올 시즌 여자부 열다섯 번째. 현대건설은 이날 경기를 패하더라도 정규시즌 최종전(16일 페퍼저축은행전)에서 이기면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필승을 다짐했다. 강 감독은 "한 번 더 기회는 있지만 생각해보면 흥국생명도 앞선 경기에서 페퍼저축은행에게 지려고 진 게 아니다. (최하위인)페퍼가 오히려 편하게 할 수 있는 상황이다. 홈에서 총력전으로 다 짜내겠다"고 말했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은 "지난 경기 패배가 많이 후회되지만, 오늘 경기도 중요하다. 포스트시즌에 만날 팀이다. 지난 경기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포스트시즌에서 잘 할 수 있을지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세터 이원정의 상태가 좋아졌다. 오늘은 경기에 뛴다"며 선발 출전시켰다.

12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현대건설전에서 공격하는 흥국생명 김연경. 사진 한국배구연맹

경기 초반부터 두 팀은 물러서지 않는 접전을 펼쳤다. 균형을 깨트린 건 거미손 양효진이었다. 오픈 공격을 성공시킨 데 이어 윌로우의 퀵오픈을 블로킹해 10-8을 만들었다. 조금씩 앞서간 현대건설은 교체 투입된 고민지의 서브 타임 때 모마의 백어택과 이다현의 블로킹이 나오며 19-15로 달아났다.

하지만 흥국도 순순히 무너지지 않았다. 모마의 공격을 바운드시켜 반격 찬스를 만들었고, 김연경이 연속 공격득점을 터트리며 22-21로 경기를 뒤집었다. 흥국생명은 레이나가 23-22에서 연속으로 공격을 성공시켜 역전극을 만들었다.

2세트 역시 접전이 이어졌다. 그러나 조금씩 흥국생명이 리듬을 잡았다. 윌로우가 부진했지만 김연경-레이나 쌍포가 터졌다. 현대건설은 모마 외의 공격이 좀처럼 터지지 않으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12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현대건설전에서 공격하는 흥국생명 레이나. 사진 한국배구연맹

현대건설은 모마의 공격으로 21-21 동점을 만든 뒤 고예림의 디그 이후 윌로우의 공격범실이 나오면서 리드를 잡았다. 이어 양효진이 김연경의 중앙 시간차를 블로킹해 23-21, 두 점 차를 만들었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오픈 스파이크와 김수지의 블로킹으로 24-24 듀스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25-25에서 현대건설 모마의 공격이 벗어났다. 주심의 비디오 판독 결과 블로커의 손에 맞지 않은 게 확인됐고, 현대건설은 인/아웃 판독을 요청했으나 라인을 넘어갔다. 윌로우가 마무리지으면서 흥국생명은 2세트까지 따냈다.

12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현대건설전에서 작전을 지시하는 흥국생명 아본단자 감독. 사진 한국배구연맹

3세트 들어 두 팀은 한 치도 물러나지 않는 승부를 이어갔다. 현대건설은 수비나 리시브는 어느 정도 버텼지만 좀처럼 아웃사이드 히터들의 공격이 터지지 않는 상황이 이어졌다. 흥국생명은 윌로우가 살아나면서 공격 루트는 다각화됐지만 현대건설의 높은 벽과 끈질긴 수비에 힘들어했다.

막판 집중력 싸움에서 흥국생명이 웃었다. 현대건설은 리시브마저 흔들렸고, 흥국생명은 김연경을 중심으로 반격 기회를 놓치지 않고 착실하게 점수를 쌓았다. 모마마저 체력이 떨어지면서 그대로 3세트만에 승부가 났다.

수원=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