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헬스장' 불법인데…운동하다 쓰러진 부산 50대女 사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무인(無人) 시설이 곳곳에 들어서고 있지만, 현장 관리자가 없어 안전 관리에는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의 한 무인 헬스장에서는 운동하던 50대 여성이 갑자기 쓰러졌지만, 제때 조치가 안 돼 사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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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운동하다 쓰러져도…도와줄 사람 없어
12일 경찰·소방·지자체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전 0시11분쯤 부산시 북구 한 헬스장에서 A씨(50대·여)가 쓰러져 있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할 때 A씨는 의식·호흡·맥박이 없는 상태였다. 곧장 병원에 이송됐지만 A씨는 끝내 숨졌다. 경찰은 뇌출혈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전날(27일) 오후 8시30분쯤 이 헬스장을 찾은 A씨가 발견되기까진 약 3시간40분 정도 걸렸다. 늦은 시간까지 연락이 닿지 않는 것을 걱정한 가족이 헬스장을 찾으면서다. 당시 현장에는 체육지도자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결과 이곳은 ‘무인’ 헬스장이었다.
현행 체육시설법에 따르면 사고가 난 헬스장(체육단련장업)은 운동 전용 면적이 150~200㎡로, 규정상 체육지도자 1명 이상 상주해 있어야 했다. 운동 전용 면적이 300㎡ 이하이면 1명 이상, 300㎡를 초과하면 2명 이상 배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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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인데…적발돼도 과태료 25만원
‘무인’ 헬스장은 저렴한 이용료, 24시간 운영 등으로 인기를 끌면서 곳곳에 생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헬스장이 늘 사고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에 체육지도자가 상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2017년 9월 거제의 한 헬스장에서 60대 남성이 벤치 프레스 운동 기구에 누워 약 90㎏인 역기를 들어 올리다 목 부위가 눌려 사망하기도 했다.
최옥진 경남대 스포츠지도사연수원장(체육교육과 교수)는 “운동 효과가 좋으면 순간 의욕이 생겨 본인 역량보다 과하게 할 수 있는데, 이때 사고가 난다”며 “체육지도자가 있으면 운동 강도 등을 조절해주기 때문에 이런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엄연히 불법임에도 무인 헬스장 단속 쉽지 않다. 상호에도 ‘무인’이란 표기를 넣지 않는 게 대다수여서 직접 방문하지 않는 이상, 운영 방식을 알기 어렵다. 정식 등록업종도 아니어서 단순 신고 대상인 체육단련장업과 구분해 별도로 현황을 파악하기조차 쉽지 않다. 실제 지난 1월 부산시에서 무인 헬스장 불법 운영 실태를 조사했지만, 적발된 곳은 9곳에 불과했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에 따르면 부산시에 영업 중인 헬스장 등 체력단련장 1000곳이 넘는다.
행정당국에 적발되더라도 처분 수위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1회 적발 때 과태료 25만원, 2회 50만원, 3회 100만원이다. 이번에 사망 사고가 난 부산의 헬스장도 25만원 과태료 처분에 그칠 전망이다. 북구청 관계자는 “법적으로 그 이상 처분할 근거가 없다”고 했다. 한 헬스장 사업자는 “일반 헬스장도 인건비 아끼려고 밤 9~11시에는 무인으로 운영하는 곳도 있지만, 누군가 신고하지 않는 이상 잘 적발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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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방·카페·사진관 무인 시설 우후죽순…불나면 어쩌나
빨래방·카페·아이스크림판매점 등 우후죽순처럼 생긴 다른 무인 시설도 ‘안전 사각지대’다. 상주 인력이 없다 보니, 불이 나면 신속하게 대처하기 어렵다. 2020년 제주도의 한 셀프 빨래방에서는 기름이 묻은 옷을 건조기에 넣고 돌리다가 불이 났다. 2023년 스페인에서는 빨래방 건조기가 폭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무인 시설은 다중이용업소법상 다중이용업소로 분류되지 않아 화재 예방시설 의무 설치 대상도 아니다.
이런 우려 때문에 소방청은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에 걸쳐 ‘2023년 다중이용업소 화재위험평가’를 진행했다. 무인으로 운영되는 사진관·빨래방·밀키트판매점·스터디카페·아이스크림판매점 5개 업종 200곳을 대상으로 표본 조사를 했다. 하지만 ▶화재 발생 요인 ▶화재 확산 가능성 ▶피난설비 설치, 피난 용이성 등을 평가해 5등급(A~E)으로 분류한 결과, 대부분 B등급으로 화재위험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청 관계자는 “대부분 소규모 형태이고 1층에 위치해 피난이 쉬운 구조인 데다 소화·경보설비 등 소방시설이 설치된 곳이 많았다”면서도 “관리자 없이 영업하는 무인점포는 업종마다 각각 화재위험 요소 갖고 있어 업종별 가맹 본사와 협의회 구성해 화재위험 요인 발굴해 대책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남기훈 창신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사람이 없으면 일반적인 전기 화재뿐만 아니라 방화 등에 노출될 가능성도 크다”며 “CCTV로 계속 보고 있다고 해도, 현장에서 소화기로 즉각 대응할 수 없으니 야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부산=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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