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주 살해하고 도망친 카자흐스탄인…국제공조로 20년만에 기소
수십 차례에 걸친 카자흐스탄 출장, 현지 수사 당국과의 화상 회의, 그리고 실무 협의. 법무부가 15년에 걸친 집요한 추적 끝에 20년 전 한국인을 살해하고 자국으로 도주한 카자흐스탄 남성을 법정에 세웠다.
법무부는 12일 카자흐스탄 검찰이 대한민국 법무부의 기소 요청에 따라 국내에서 한국인 고용주를 살해하고 자국으로 도주한 카자흐스탄 국적의 A씨(49‧남)를 지난달 28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A씨, 체불임금 10만원 받으려 살해한 혐의
2003년 취업을 위해 한국에 입국한 A씨는 2004년 5월 23일 러시아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 B씨(당시 30세)와 함께 자신의 고용주였던 한국인 남성 C씨(당시 49세)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경찰에 따르면, C씨는 A씨를 사흘 가량 고용하고 12만원의 임금을 주기로 했는데, 이 중 2만원만 주고 나머지 10만원을 체불했다고 한다. 경찰은 A씨가 B씨와 함께 체불된 임금을 받으러 C씨가 살던 울산의 한 원룸에 찾아가 시비를 벌이다 C씨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이들 일당은 C씨의 사체를 인근 저수지에 유기해 범행을 은폐하려고 했으나, 며칠 후 사체가 발견되고 범행 현장 목격자가 나타나자 본국으로 각각 도주했다.
15년간 국제 공조…현지 출장, 화상 회의까지
한국 법무부는 A씨가 도주한 직후 카자흐스탄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 그러나 카자흐스탄 당국은 헌법상 자국민의 인도가 허용되지 않는다며 2007년 청구를 거절했다. 이에 법무부는 카자흐스탄에서라도 A씨를 기소해 처벌해달라며 2009년 현지 수사 당국에 요청하고 국제 공조를 이어왔다.
법무부는 카자흐스탄 대검찰청에 국내 수사 기록을 제공하고, 증거 관계를 설명하는 것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한국과 카자흐스탄은 법 체계도 다르고, 피해자를 기소하기 위한 입증의 정도도 달라, 현지 수사 당국을 설득하기 위해 필수적인 절차였다. 피해자가 사망한 지 20년이 지났고, 함께 범죄를 저지른 A씨와 B씨의 진술이 일부 달라 “기소 전 이를 검증하는 데에도 상당 부분 시간을 들였다”(법무부 관계자)고 한다.
법무부는 “외국 국적 범죄인이 자국으로 도주하더라도 준엄한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과 자국민을 보호하고자 하는 우리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국내외에 천명한 사례”라며 “아직 잡히지 않은 다른 범죄인에 대해서도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양수민 기자 yang.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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