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노소영, 6년 만에 법정 대면…다른 길로 입·퇴정(종합)

정식 변론기일 기준으로는 1·2심 통틀어 처음
두 사람 모두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
내달 16일 2차 변론…심리 종결 후 선고기일 지정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12일 이혼 소송 2심에서 대면했다. 두 사람이 법정에서 얼굴을 맞댄 것은 6년 만이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이날 오후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 김옥곤 이동현) 심리로 진행된 이혼 소송 항소심 첫 변론기일에 출석했다.

가사소송법상 이혼 소송에는 당사자가 법정에 출석할 의무가 없지만 최 회장과 노 관장은 직접 출석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공판에서 대면했다. 사진은 이날 법정으로 들어가는 노소영(왼쪽) 관장과 법정에서 나오는 최태원 회장. [사진=최서윤 기자]

두 사람은 2018년 1월16일 열린 서울가정법원 조정기일 이후 약 6년 만에 법정에서 직접 마주했다. 정식 변론기일 기준으로 보면 1심과 2심 통틀어 처음이다.

재판은 이날 오후 2시부터 2시간가량 비공개로 열렸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서로 다른 길로 법원에 입·퇴정했다. 노 관장은 오후 1시50분쯤 법원에 도착해 법정으로 들어갔고, 최 회장은 노 관장보다 늦게 입장했다. 공판을 마친 뒤에는 최 회장이 먼저 법정을 나섰다. 노 관장은 그보다 늦게 퇴정해 최 회장과 다른 출입문으로 나와 법원을 떠났다.

최 회장은 '재판에 직접 출석 이유가 무엇이냐' '법정에서 어떤 입장을 밝혔나' '노 관장 측 재산분할 요구에 받아들이는 건가'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노 관장에게도 재판 내용 등을 물었지만 그는 답하지 않았다.

다만 퇴정길에 최 회장은 하늘을 향해 손바닥을 펴며 혼잣말로 "비가 오네"라고 중얼거렸고 노 관장은 "죄송합니다"라고만 했다.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이혼 소송 항소심 공판을 마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법원을 나서며 "비가 오네"라고 중얼거리는 모습 [사진=최서윤 기자]

법원은 지난 1월 11일 항소심 첫 변론기일을 열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 회장의 변호인 선임 문제와 재판부 변동 등으로 재판이 연기됐다.

앞서 최 회장은 변론기일을 이틀 앞두고 2심 재판부 소속 판사의 조카가 다니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 2명을 자신의 대리인단에 포함했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법관의 3·4촌 친족이 법무법인 등 변호사로 근무하는 경우 법관은 해당 법무법인 등 수임 사건을 처리하지 않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해충돌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최 회장 측이 지난 1월 9일 새로운 소송 위임장을 제출하면서 재배당 사유 해당 여부 검토를 요청한 결과, 법원은 재배당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던 중 재판부 중 한 명이었던 고(故) 강상욱 서울고법 판사가 같은 달 11일 운동 도중 갑작스럽게 쓰러져 숨지면서 재판부도 바뀌었다.

노 관장은 1심에서 최 회장에게 위자료 3억원과 최 회장이 보유한 1조원 상당의 SK㈜ 주식 절반(649만여주)의 재산분할을 요구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665억원, 위자료 명목 1억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 회장의 이혼 청구도 기각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 소송 항소심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최서윤 기자]

노 관장은 주식과 같은 사업용 재산을 분할할 수 없다고 판단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에서 재산분할의 형태를 주식에서 현금으로 변경하고 금액 또한 1조원대에서 약 2조원대로 올렸고 위자료 청구 액수 또한 30억원으로 높였다. 최 회장은 재산 분할액 665억원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위자료 1억원과 이혼 청구 기각은 수긍할 수 없다고 했다.

최 회장은 1988년 9월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딸인 노 관장과 결혼해 슬하에 세 자녀를 뒀으나 2015년 12월 언론에 혼외 자녀가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노 관장과의 이혼 의사를 밝혔다. 이후 최 회장은 2017년 7월 노 관장을 상대로 이혼 조정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16일 2차 변론기일을 마지막으로 심리를 종결하고 선고기일을 지정할 예정이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