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장관-전공의 비공개 만남…“병원, 전공의보단 전문의 고용하도록 개선”
전공의 집단이탈 사태가 4주차에 접어든 가운데 정부가 대형병원을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신속하게 전환한다고 밝혔다. 서울 ‘빅5’ 등 국내 상급종합병원은 의사 인력 중 전공의 비율이 40%에 달해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전공의 집단행동이 병원 운영의 직격탄이 된 것도 이런 이유다.
“전문의 중심 병원 신속 전환”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12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그동안 수련생인 전공의를 값싼 노동력으로 활용해 온 병원 운영구조를 이번 기회에 전면 개편해야 한다”며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병원이 전문의 중심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구조를 혁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은 정부가 지난 2월 발표한 4대 의료개혁 과제 중 하나다. 한국 병원들과 달리 세계적 병원인 미국 메이요 클리닉 로체스터 본원과 일본 도쿄대 의학부 부속병원의 전공의 비율은 10%에 그친다.
정부는 의사 인력 확보 기준을 고쳐 병원에서 전문의를 더 많이 고용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병원의 형태와 규모에 따라 확보해야 할 의사 인력을 따질 때, 전공의를 전문의의 2분의1(50%)로 산정하는 방식이다. 가령 전문의 1명을 대신하려면 전공의를 2명 고용해야 하는 식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국립대병원과 지역 수련병원이 중심인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 지원 사업을 내년에 시행한다. 이는 전문의 고용을 확대해 전공의 업무는 축소하는 등 인력 간 업무 분담을 지원하는 시범사업이다. 정부는 다음 주 전문의 중심 병원에 관한 토론회를 열고 수가(酬價) 지원 등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현장 전문가와 논의할 예정이다.
“의료전달체계 개편 같이 가야”
중대본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의 입원 환자는 전공의 집단행동 이전인 2월 1~7일과 비교했을 때 37.7%(11일 기준) 줄었다. 상급종합병원 수술은 지난달 15일 대비 약 52.9% 감소했다. 박 차관은 “상급종합병원 진료 감소분 일부는 종합병원에서 담당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전공의가 없는 종합병원의 입원 환자는 집단행동 이전보다 9% 늘었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이날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전날(11일) 전공의와 비공개로 만났다”고 밝혔다. 누구와 만났는지, 어떤 내용을 논의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복지부는 전공의의 현장 복귀를 지원하는 핫라인(직통전화)과 같은 전공의 보호·신고센터도 이날부터 운영한다. 최근 의사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의료 현장에 남은 전공의를 ‘참의사’라고 조롱한 글이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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