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의 선물? 역대급 강수에 '산불 위험' 1년 전보다 크게 낮아져
대형 산불로 전국이 몸살을 앓았던 지난봄과 달리 올해 봄철에는 산불의 위험이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엘니뇨 등의 영향으로 지난겨울 동안 기록적인 양의 비와 눈이 내린 덕분이다.
기상청과 국립산림과학원은 12일 발표한 ‘봄철 기상과 산불 전망’에서 올해 봄의 산불 위험도를 분석한 결과, 위험 등급 기준으로 ‘낮음’으로 예측됐다고 밝혔다. 3월의 경우 지난 39년 중에 35번째로 산불 위험도가 낮았고, 봄철 전체로는 25번째였다. 국립산립과학원은 강수량과 토양 습도, 해수면 온도, 바람의 세기와 방향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산불 위험도를 예측했다.
봄철 산불 위험 1년 만에 15→25위로 내려온 이유
결정적인 이유는 지난해 여름부터 발달한 엘니뇨의 영향으로 평년보다 많은 양의 비가 내리면서 기상 가뭄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겨울철(2023년 12월~2024년 2월) 전국 강수량은 238.2㎜로 전국 기상 관측을 시작한 1973년 이후 역대 1위를 기록했다. 겨울철 강수량이 200㎜를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엘니뇨가 발달하는 시기에는 겨울철 강수량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렇게 계속된 비와 눈으로 땅이 많은 습기를 머금고 있다 보니 발화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졌다. 권춘근산립과학원 연구사는 “겨울철에 남풍이 자주 불면서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유입돼 많은 양의 강우나 강설이 산림에 내렸다”며 “산불의 연료가 되는 낙엽에 지속적으로 수분을 공급해 불이 발생하거나 확산할 위험을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산불이 집중되는 봄철에 내리는 비는 산불 예방 효과가 크다. 산림과학원의 분석 결과, 봄비 5㎜당 25시간, 즉 1.1일 정도의 산불 예방 효과가 발생한다. 10㎜의 비가 내리면 이틀 정도는 산불 걱정을 덜 수 있다. 산림과학원은 만약 19건의 산불이 발생한 2019년 4월 4일에 봄비가 내려 산불이 나지 않았다면 121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추산했다. 그만큼 봄비의 가치가 높다는 뜻이다.
기후변화↔산불 증가 악순환 반복
장기적으로 봤을 때도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산불의 위험도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폭염으로 인해 땅속 수분이 순식간에 마르는 급성 가뭄이 잦아지면서 여름철 산불 피해도 커지고 있다. 산림과학원은 2040년엔 현재보다 31%, 2050년엔 57%, 2100년엔 158%까지 산불 가능성이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산불의 증가는 기후변화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도 지목되고 있다. 대형 산불로 인해 배출되는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온난화를 가속하고, 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증가할수록 산불이 발생하기 쉬운 조건이 형성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권 연구사는 “장마 이후에는 산불이 거의 없었는데 폭염으로 인해서 여름철에 산불이 발생하는 패턴도 증가하고 있다”며“산불에 안전한 시기가 없어지면서 2월부터 5월 15일까지인 산불 조심 기간도 연장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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