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 저장하던 32m 수조가 예술작품?…가락시장 정수탑의 대변신

한은화 2024. 3. 1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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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시장 인근에 있는 정수탑. 설치 미술을 입혀 오는 6월 공개된다. 사진 서울시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인근에는 서울 시내 유일한 고층 정수탑이 세계적 설치 미술가 네드 칸의 작품으로 재탄생한다. 서울시는 12일 "서울의 5대 생활권역에 예술 명소를 만드는 ‘디자인 서울 2.0-권역별 공공미술’ 사업 일환으로 정수탑에 미술 작품을 입힌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오는 6월 선보인다.

1986년에 지은 정수탑은 지하수 600t을 저장할 수 있는 콘크리트 수조로 높이가 32m에 달한다. 당시 시장에 각종 용수를 공급했지만, 물 공급 방식이 바뀌고 시설도 낡아 2004년 가동을 멈췄다. 그 후 20년간 방치되면서 거대한 깔때기나 버섯 같기도 한 급수탑 모양이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지적을 받았다. 서울시도 철거하려고 했지만, 철거 비용과 배출되는 쓰레기를 고려해 남겼다. 그 결과 현재 서울에 남은 유일한 급수탑이자, 산업화 시대 유산이 됐다.

서울시는 지난해 ‘물의 생명력’을 주제로 이 급수탑에 설치할 공공미술 공모전을 진행했다. 그 결과 네드 칸의 작품 ‘비의 장막’이 선정됐다. 환경 설치예술가인 칸은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의 대표 조형물 ‘레인 오큘러스’ 등을 설계했다.

네드 칸의 작품 '비의 장막'을 입고 재탄생한 정수탑. 오는 6월 설치미술을 입혀 공개된다. 사진 서울시

정수탑에는 와이어를 얽어 만든 장막을 덧씌운다. 이 장막은 바람이 불 때마다 출렁이면서 물이 흐르는 듯한 느낌을 연출한다. 장막 안쪽 정수탑 외벽에는 30년간 상승한 바다의 수위를 표현한다. 해수면 상승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6가지 색의 블록을 붙일 예정이다. 해당 블록은 선발된 시민 100명이 직접 부착한다.

서울시는 오는 6월 작품을 개장하면서 인근 시장과 연계한 ‘가락 아트마켓’도 열기로 했다. 물과 농수산물을 주제로 활동하는 예술가와 디자이너 20팀과 해당 품목을 판매하는 가락시장 입주 상인이 공동 부스를 차려 운영한다. 참여 작가 20팀은 다음 달 모집한다. 송파구에서도 정수탑 인근에 공원을 조성하면서 녹지를 갖춘 지역 내 예술 쉼터로 공간을 활용할 예정이다.

최인규 서울시 디자인정책관은 “가락시장 정수탑 프로젝트는 오랜 도시 유산에 공공 미술을 접목해 시민에게 예술명소로 되돌려주는 기념비적 사업”이라며 “가락시장을 시작으로 서울 곳곳에서 공공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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