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 생활 물가…공유냉장고, 밥상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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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으로 어려운 이웃을 대상으로 한 '공유 냉장고'가 지역교회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3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고 있는 고물가 현실 속에서 공유냉장고를 설치·운영하며 지역 사회에 '공동선'을 실천하는 교회들의 사역이 지역 시민단체,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업 등으로 발전해 나갈지도 주목된다.
교회에 공유냉장고가 들어선 데는 교회의 섬김 사역이 한몫했다.
시민단체인 안양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이웃들과 밑반찬을 나눈다는 교회 사역을 접하면서 교회에 공유냉장고 설치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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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교회 중심으로 확산…안양 1호점도 오픈
교회에서 지역주민으로 후원자 확대되기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웃을 대상으로 한 ‘공유 냉장고’가 지역교회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3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고 있는 고물가 현실 속에서 공유냉장고를 설치·운영하며 지역 사회에 ‘공동선’을 실천하는 교회들의 사역이 지역 시민단체,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업 등으로 발전해 나갈지도 주목된다.
12일 오후 경기도 안양 안민교회(이정우 목사) 앞. 이웃들과 식재료를 나눌 공유 냉장고에 불이 켜졌다. 배추김치 콩자반 오트밀크 등으로 가득 찬 냉장고는 24시간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다. 교회 앞 냉장고는 ‘안양시 1호 공유냉장고’로 꼽힌다.
교회에 공유냉장고가 들어선 데는 교회의 섬김 사역이 한몫했다. 시민단체인 안양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이웃들과 밑반찬을 나눈다는 교회 사역을 접하면서 교회에 공유냉장고 설치를 제안했다. 이정우 목사는 “우리교회가 있는 박달동엔 아파트보다 빌라·단독주택이 많다”며 “일주일에 한 번씩 독거노인과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반찬 나눔 사역을 6년째 이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회가 부담할 건 전기요금뿐”이라며 “주일 예배에 30명 정도 출석하는 작은 교회지만 전혀 부담이 없다. 교회가 이웃과 나눔을 독려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교회 건물에 이 목사 사택이 있어 관리를 맡기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냉장고 관리 담당인 이 목사는 “누군가 실수로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상한 음식도 있을 수 있다”며 “매일 주기적으로 냉장고를 열어 음식물을 살피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목사를 포함한 자원봉사자들은 향후 4개월 간 반찬을 십시일반 마련할 계획이다. 생활협동조합 ‘한살림’에서 나온 후원자도 이날 냉장고에 김과 과채 주스를 채워 넣었다. 봉사자들이 먼저 나눔 분위기를 조성한 뒤 올 하반기부턴 지역주민들의 후원으로 공유 냉장고가 운영되는 게 교회와 협의회의 목표다.
교회가 주축이 된 공유냉장고 사역은 성공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고립된 독거노인 등 소외이웃을 위한 구제사역의 일환으로 시작했다가 입소문이 나면서 주력 사역으로 자리매김했다. 반찬을 채우는 후원자가 교인에서 지역주민으로 확대된 사례들도 목격되고 있다.
경기도 용인제일교회(임병선 목사)는 교인들이 직접 만든 반찬을 이웃과 나누고 있다. 교인들이 가져온 반찬을 교회에서 포장해 냉장고에 넣어 두는 식이다. 교회 로비에 마련된 공유 냉장고 2대는 2020년부터 가동되고 있다.
임병선 목사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로 고립된 어려운 이웃들을 생각하며 사역을 시작했다”며 “이젠 주민센터에서 차상위 계층 주민들에게 ‘필요한 반찬이 있으면 용인제일교회에 가보라’고 안내할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 교회 냉장고를 이용하는 단골도 적지 않다”며 “‘교회 반경 십리(十里) 안에 배고픈 이들이 없게 하자’는 목표 아래 앞으로도 공유 냉장고 사역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수원 매원교회(이주현 목사)도 공유 냉장고를 운영한 지 2년이 넘었다. 초창기엔 교회만 반찬을 제공했으나 이제는 주민들도 나서 음식을 채우고 있다.
이밖에 경기도 고양 행신교회(송삼열 목사)는 매주 수·토요일마다 ‘만나 냉장고’를 개방해 이웃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한다. 부산 범일침례교회(최재훈 목사)는 사흘에 한 번씩 공유 냉장고에 반찬과 채소, 음료 등을 채워 넣는다. 냉장고를 자주 이용한다고 소개한 한 주민은 “고물가 시대에 대파 한 단, 양파 한 개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안양=글·사진 이현성 장창일 기자, 서지영 인턴기자 sa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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