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지오가 픽한 데킬라 '돈훌리오'…윈저 빈자리 채운다
매각·구조조정으로 수익성 개선 초점
데킬라 ‘돈 훌리오’로 시장 잡는다
지난해 윈저글로벌을 매각하며 대중 친화적인 제품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개편에 나선 디아지오코리아가 주력 사업인 위스키의 파트너로 데킬라를 낙점하고 브랜드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12일 오후 서울 성수동에서 미디어 행사 ‘돈 훌리오 브랜드 패션(Don Julio Brand Passion)’을 열고 데킬라 브랜드 ‘돈 훌리오’를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2008년 국내에 돈 훌리오를 처음 소개한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해 9월 소매가 30만원 안팎의 브랜드 최상급 제품인 ‘돈 훌리오 1942(Don Julio 1942)’를 출시하며 라인업을 강화했다.
데킬라(Tequila)는 멕시코의 증류주 ‘메스칼(Mezcal)’의 일종으로, 메스칼은 다육식물인 용설란(아가베·Agave)을 증류해 만든다. 메스칼 중에서도 블루 아가베로 불리는 용설란을 재료로 할리스코주(州) 과달라하라 인근에서 만들어지는 것만을 데킬라라고 부른다. 데킬라는 숙성 기간에 따라 두 달 이하로 숙성하는 경우 흰색을 뜻하는 ‘블랑코(Blanco)’라고 부르며, 주로 칵테일용으로 쓰인다. 오크통에서 1년 이하로 숙성한 것은 ‘레포사도(Reposado)’, 3년 이하는 ‘아녜호(A?ejo)’, 3년 이상은 ‘엑스트라 아녜호(Extra A?ejo)’라고 부른다.
디아지오코리아가 데킬라 띄우기에 나선 건 주력 사업인 위스키 외에 이를 뒷받침해줄 만한 주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서 디아지오코리아는 유흥시장 중심의 브랜드를 줄이고 대중적인 브랜드의 제품을 확대하는 체질 개선을 위해 국내 스카치위스키 브랜드 ‘윈저’의 매각을 추진했다. 윈저는 디아지오코리아 위스키 사업부 매출의 약 60%를 차지하는 최대 브랜드였지만 유흥시장으로 판매 채널이 편중된 제품으로, 소비층과 소비처를 확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브랜드였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유흥시장이 어려움을 겪자 디아지오코리아의 매각 의지는 더욱 강해졌던 것으로 보인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윈저 관련 사업 부문의 매각을 위해 2022년 7월 윈저글로벌과 디아지오코리아로 회사를 인적 분할했다. 기존 법인의 이름을 윈저글로벌로 바꿔 달았고, 윈저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 부문을 떼어 내 신설 법인에 디아지오코리아라는 기존 이름을 붙였다. 이후 디아지오는 지난해 10월 파인트리자산운용에 윈저글로벌의 지분 100%를 매각했다.
윈저글로벌을 매각한 이후 몸집이 줄어든 디아지오코리아는 브랜드 다각화를 통해 외형 확대는 물론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마주하게 됐다. 디아지오코리아의 매출은 유흥시장이 호황을 이루던 2000년 초반 이후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주력 브랜드인 윈저 등을 앞세워 한 때 매출 규모가 4000억원에 육박했지만 2016년 회계연도(2015년 7월~2016년 6월)를 기점으로 꾸준히 줄고 있다. 2016년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도입과 함께 유흥 소비를 지양하는 문화가 확산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윈저글로벌과 분할 이후 첫해인 2023년 회계연도(2022년 7월~2023년 6월)에는 매출액과 영업이익 규모가 각각 1534억원, 232억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지난달부터 10년 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자발적 조기 퇴직 프로그램(ERP)도 진행하고 있다. 희망퇴직 신청자에게 8~36개월 치 임금을 위로금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윈저 사업부 매각과 희망퇴직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는 디아지오코리아는 올해부터 대중적인 제품을 중심으로 브랜드 다각화에 힘을 쏟을 전망이며, 그 선봉에 선 브랜드가 바로 데킬라 돈 훌리오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주류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는 점에서 럭셔리 데킬라가 국내 시장에서 가능성 있다고 판단했다. 디아지오코리아 관계자는 “최근 국내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소비자들은 자신만의 취향을 발견하는 데 주저함이 없고, 한 번 알게 되면 더 깊게 파고드는 성향을 보이는데, 이는 곧 럭셔리 데킬라를 경험해보고자 하는 수요와도 연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돈 훌리오의 국내시장 연평균 성장률이 25.2%에 이른 점도 디아지오코리아가 데킬라에 기대를 걸게 하는 지점이다. 또한 주류 전문조사기관 IWSR에서 지난해 발간한 한국 시장 관련 자료에 따르면 아가베 베이스의 주종이 2021년에서 2022년 약 59.4%의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돈 훌리오 1842가 고급스러운 축하 모임에 사용되는 축배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쳐간다는 계획이다. 디아지오코리아 관계자는 “최근 아카데미 시상식 등 미국 내 유수의 시상식을 비롯한 대형 이벤트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명품 데킬라로 자리 잡았다”며 “한국에서도 럭셔리 라이프 스타일을 상징하는 데킬라로 인식될 수 있도록 브랜드 캠페인을 이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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