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품 가격 ‘찔끔’ ‘자주’ 올린 기업들…고물가 부추겼다

이유리 매경이코노미 인턴기자(yvlly@naver.com) 2024. 3. 1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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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조정 빈도, 월평균 11%→15.6%
서울의 한 대형마트. (출처=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용 압력이 커진 국내 기업이 가격 인상폭 대신 빈도를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상승률이 4~5%에 달했던 시기에도 기업들이 이전보다 가격을 자주 올린 게 인플레이션을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팬데믹 이후 국내 기업 가격 조정 행태 변화 특징과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가격 조정 빈도(인상·인하 빈도, 할인 등 일시적 조정 제외)는 월평균 11% 수준(2018~2021년)에서 15.6%(2022~2023년)로 큰 폭 상승했다. 가격 조정 빈도는 해당 기간 가격 조정 기회 가운데 실제로 기업이 인상·인하를 단행한 횟수의 비율을 말한다.

빈도를 기간으로 환산하면, 평균 상품 가격 유지 기간이 약 9.1개월에서 6.4개월로 단축됐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연 1.3회 정도 가격을 올렸다면 팬데믹 이후에는 한 해 약 두 번 올렸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A시리얼 제품은 2019~2021년에는 가격 변동이 거의 없었는데, 2022년 들어 두 차례나 인상됐다. B라면은 2018~2021년까지 가격 인상은 1차례에 그쳤으나 2022~2023년의 경우 기준 가격이 3차례 뛰었다.

월평균 기준 가격 조정 빈도 변화(왼쪽), 세부 품목별 인상·인하 빈도(오른쪽). (한국은행 제공)
가격 인상 빈도 증가율이 높은 생필품은 주로 조미료·식용유지, 축산·수산물 가공품 등 수입 원재료 비중이 커 비용 압박을 많이 받은 품목들이었다. 품목별로 보면 대체로 주류는 경직적으로 가격이 조정되지만, 음료·조미료 등은 유연하게 가격이 바뀌었다.

가격을 한 번 올릴 때 인상률은 평균 20∼25%, 인하율은 15∼20%로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큰 차이는 없었다. 고물가 시기에 기업들이 가격 변화에 따른 소비자의 저항·민감도, 경쟁 제품으로의 대체 효과 등을 고려해 가격 인상 시 ‘폭’보다는 ‘빈도’를 조정한 결과다.

한은은 물가 상승률이 1%포인트 오를 때 개별 품목의 가격 인상 빈도도 약 1%포인트 오른다고 분석했다. 특히 물가 상승률이 4∼5%대로 높은 시기에는 유가 상승 등 같은 비용 상승 충격에도 기업들이 인상 빈도를 더 늘려, 그 충격이 물가로 빠르게 전이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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