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충전에 서울서 부산까지?…‘꿈의 배터리’ 나온다

김지연 매경이코노미 인턴기자(colorcore@naver.com) 2024. 3. 1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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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서울대 공동연구센터, ‘SES’와 협업
전고체 배터리, 구조 강화로 폭발·화재 위험 낮춰
“인프라는 준비 완료...이공계 인재 유입돼야”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한번 충전에 1만㎞, 10년 가는 배터리.’

현대차그룹·서울대 배터리 공동연구센터를 이끄는 최장욱 서울대 화학생물학부 교수의 목표다. 현대차그룹과 서울대가 공동 설립한 본 공동연구센터는 지난해 7월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문을 열었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이곳에 총 30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

현대차가 외부 연구센터에 투자한 이유는 보다 ‘꿈의 배터리’에 다가갈 수 있는 초격자 기술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실제 공동연구센터가 현재 수행하고 있는 22개 연구 과제 중 14개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와 부피당 에너지 밀도가 높은 리튬메탈 배터리 관련 연구다.

해당 공동연구센터는 리튬메탈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는 세계적 스타트업 ‘SES’와도 협업 중이다. 최 교수는 “전고체전지와 리튬황전지 등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하기 위한 소재도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배터리를 위한 최적화는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전고체 배터리 활용 시 주행거리 900~1000㎞ 될 것”
최장욱 교수는 배터리의 미래를 개척하는 세계적인 석학으로 알려졌다. 휘어지는 배터리 소재, 사용 시간 연장을 위한 고용량 전극소재와 포스트-리튬이차 배터리 기술 등을 개발해왔다. 노벨화학상에 가까이 다가간 한국인 연구자로도 꼽힌다.
최장욱 서울대 화학생물학부 교수는 지난해 7월부터 현대차그룹·서울대 배터리 공동연구센터를 이끌고 있다. 사진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유홍림 서울대 총장, 최장욱 교수가 지난해 7월 25일 서울대 배터리 공동연구센터에서 배터리 공동연구센터에 대한 설명을 듣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다. 단점은 발화 사고가 잦고, 충전 시간이 길다는 것. 배터리 수명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내연기관 시대의 장기화를 이끈다. 최장욱 교수는 “배터리 개발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한 가지 기능을 향상시키면 다른 기능이 저하되는 트레이드 오프의 문제”라며 “에너지 밀도, 장기 내구성, 충전 속도 등 다양한 요소를 충족시켜야 하는데 주행 거리가 늘어나며 내구성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대안책으로 전고체 배터리가 꼽힌다.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의 매개체인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바꾼 배터리다. 이 경우 고체 전해질이 분리막을 대신해 구조적으로 단단해진다. 화재가 발생할 일이 없는 것은 물론, 포장이나 전해질이 훼손되더라도 형태를 유지할 수 있어 폭발 위험성도 낮아진다.

특히 고체 전해질을 사용할 경우 배터리의 용량을 크게 늘릴 수 있게 된다. 용량은 크지만 불안정해 지금껏 사용하지 못했던 리튬금속을 음극재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현재 나오는 전기차의 주행 거리는 기술적으로 500~600㎞ 수준”이라며 “전고체 배터리 활용 시 900~100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게 가능해진다. 현재 가솔린 기반 내연기관 수준까지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성 있는 공정·소재 확보해야…인재 핵심”
다만 연구센터가 올라야 할 산은 여전히 존재한다. 불충분한 전해질 재료 성능, 배터리 수명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무서운 속도로 성장세를 보이는 중국도 업계를 위협하는 요소다. 최장욱 교수는 “실험실 단계에서는 전고체 배터리는 이미 상당 수준에 올라간 상태”라며 “다만 양산 단계는 다르기에 경제성 있는 공정·소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배터리 원재료를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중국은 경쟁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협력을 고려해야 할 파트너”라고 정의했다. 일본에 관해서는 “파나소닉·토요타 등 전통 강자들이 일본에 자리 잡고 있으며 오랜 기간 다진 기본기도 탄탄하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은? 결국 인재가 핵심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최 교수는 “이미 차세대 배터리 선진국으로 갈 만한 충분한 인프라는 갖춰져 있다”며 “결국 배터리 산업도 이공계 인재들이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당 분야에 흥미와 재능을 가진 인재가 계속 유입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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