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에서 거행된 '영풍석포제련소 장례식'

정수근 2024. 3. 12.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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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서울서 '영풍제련소 문 닫아라! 장례 기자회견' 열어

[정수근 기자]

 r광화문 이순신상 앞에서 죽음의 공장 영풍석포제련소 장례식 퍼포먼스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또 죽였다! 유해물질로 백혈병이라는 직업병을 발병하게 하고 급성 비소 가스 중독으로 노동자가 사망하게 하더니 안전설비 미비로 작업 중인 노동자를 또 죽였다!

노동자의 무덤터, 주민건강 피해와 산림고사의 원인, 낙동강 상류와 안동댐을 온통 카드뮴 등의 중금속으로 오염시킨 오염원,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이에 우리는 죽음의 공장, 영풍석포제련소를 장례 지낸다!"

12일 오전 11시 광화문 이순신상 앞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이 포효하자 광화문이 쩌렁쩌렁 울렸다. 영풍석포제련소에 대한 "죽음의 공장, 영풍석포제련소 문 닫아라! 장례 캠페인 기자회견"이 진행된 것이다. 영풍석포제련소는 1970년부터 낙동강 최상류에 자리잡아 환경 오염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번 기자회견은 안동환경운동연합, 낙동강네트워크, 대구환경운동연합, 영풍제련소 주변환경오염및주민피해 공동대책위원회 등 낙동강유역의 환경단체들은 물론 환경보건시민센터, 서울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 등 서울지역 환경단체들도 함께했다. 지역에서 서울로 올라와 기자회견을 벌일 만큼 환경단체들에선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들은 사전에 배포한 자료에서 "2024년 3월 8일 오후 영풍석포제련소에서 노동자가 또 사망했다. 제1공장 냉각탑 청소에 투입된 노동자로 이번에도 또 하청노동자가 희생되었다. 작년 12월 6일 노동자 4명의 비소가스 중독사고가 발생해 1명이 사망했는데 3개월 만에 또 사망했다. 노동자 사망사고가 기록되기 시작한 1997년 이후 14번째 노동자의 죽음이다.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가는 노동자들의 무덤 영풍석포제련소가 또 노동자를 죽였다"라고 주장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이 기자회견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러면서 사건 당시 마침 안동과 봉화 석포 일대에서 영풍석포제련소 문제에 관한 워크숍을 진행했다며 그날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노동자 사망 소식을 듣고 공장으로 달려갔다고 전했다.

이들은 공장 앞에 "'2020년 8월 6일부터 2024년 3월 8일까지 1160일간 무재해', '개인보호구 착용', '고속작업 추락위험'이라고 적힌 전광판이 불을 켜고 있었다"며 "산업안전보건법 제52조 작업 중 위험요인 발견시 근로자는 즉시 작업을 중지하고 신고하세요 – (주)영풍석포제련소"라고 쓰인 현수막도 걸려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도 또 노동자 사망사고 일어났다"며 개탄했다.

또 "3개월 전 사망과 중독사고로 공장장이 입건되고 아직 사고처리도 제대로 안 된 시점에서 또 발생한 노동자 사망사고로 영풍석포제련소는 노동자들이 끊임없이 죽어나가는 노동자들의 죽임터"라며 "제련소 주변의 산림은 처참하게 고사되어 간다. 주민들은 영풍석포제련소의 공해물질로 건강과 생명을 위협받는다. 제련소 아래쪽으로 흐르는 낙동강과 그 아래쪽에 위치한 안동댐은 아연과 카드뮴, 수은 등으로 온통 오염된 상태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낙동강 생태계를 파괴하고 영남권의 식수원을 오염시키는 영풍석포제련소, 본격적으로 폐쇄 및 이전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풍석포제련소, 도대체 얼마나 더 죽이려는가!"
"금수강산 도륙내고 노동자 죽음으로 내모는 영풍석포제련소 즉시 문 닫아라!"
"노동자 죽음터 영풍석포제련소 실사주 장형진을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구속하라!"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서 서울 광화문 이순산상 앞에서 영풍제련소 규탄 기자회견을 벌이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들은 현장에서 발표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아연 원광석을 제련해서 아연과 황산을 주로 생산해 막대한 부를 챙겨온 영풍석포제련소가 얼마나 위험한 공장인지는 제련소가 있는 경상북도 봉화군 석포면에 와보면 누구나 알 수 있다"며 "'생명 말살 사태'라 불러야 할 만큼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바로 영풍석포제련소"라 주장했다.
  
 영풍제련소 제2공장 앞의 산의 금강소나무군락이 모두 고사해 버렸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러면서 "이곳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있는데, 제련소를 둘러싼 산의 금강소나무 군락지의 괴멸 현장이다. 제련소 굴뚝에서 뿜어내는 아황산가스가 얼마나 지독하면 천년을 산다는 소나무가 전멸할 정도일까. 소나무만이 아니다. 산 자체가 부식되어 산사태로 흘러내리고 있을 지경이다. 소나무와 산의 죽음, 그 현장이 목격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생태계도 "괴멸" 되고 있다며, "특히 저서생물의 몰살 사태도 이곳에서 확인된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제련소 부지 토양이 심각하게 오염되었고 오염된 지하수가 낙동강으로 흘러들고 있고, 아연정광 가루가 비산되고, 밤낮으로 뿜어져 나오는 아황산가스가 산지를 뒤덮고 그것들이 빗물과 함께 그대로 낙동강으로 흘러"들기 때문에 이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는 추정을 내놓았다. 
 
 낙동강 협곡을 점령하듯 들어선 영풍석포제련소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러면서 "이 위험천만한 공해공장은 1970년에 경상북도 봉화군 낙동강 상류에 세워져 벌써 반세기가 훌쩍 지났다. 낙동강 본류가 흐르는 첩첩산중 협곡에 너무나 낯설고 이질적인 영풍석포제련소가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요즘 같으면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 주장했다.
이어 "수도권이었더라도 그랬을까? 서울과 경기도 사람들의 상수원인 한강 상류에 영풍석포제련소와 같은 공해공장이 있었다면 과연 지금껏 놔뒀을까?"라며 "지방에 그것도 경상도니까 가능한 일"이라고 개탄했다.
  
 환경운동연합 노진철 상임의장이 영푼제련소 폐쇄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서울서 거행된 영풍석포제련소 장례식

마지막으로 이들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죽음의 공장, 영풍석포제련소 문 닫아라! 노동자 무덤, 영풍석포제련소 문 닫아라!, 석포제련소 비호하는 환경부와 노동부 규탄한다! 환경부는 석포제련소 통합환경허가 취소하라! 노동부는 영풍석포제련소 실사주 장형진을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구속하라!"
 
 발언하고 있는 안동환경운동연합 기수동 대표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다양한 발언들이 이어졌다. 맨 먼저 발언에 나선 안동환경운동연합 김수동 대표는 "2018년부터 5년 동안 낙동강 상류의 환경오염과 주민 건강의 문제를 5년 동안 조사를 해봤더니 영풍석포제련소가 그 주범임이 밝혀졌다"며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 환경부는 2022년 12월 28일 환경오염시설 통합허가를 영풍석포제련소에 내려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합허가를 한 지 1년 만인 2023년 12월 9일 영풍석포제련소에서 비소가스 중독으로 노동자가 사망했다. 그리고 3개월 뒤에 또다시 노동자가 사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수동 대표는 이같은 사고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필요성을 강조하며, "영풍석포제련소의 실질 사주가 장형진"이고, "실질 사주를 처벌해야 사고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영풍제련소 봉화군 대책위 신기선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영풍제련소봉화군대책위 신기선 회장은 "공장 주변에는 산천의 초목이 다 말라 죽고 심지어 바위마저 산화되어 흘러내리는 이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 곳에서 정말 사람인들 살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낙동강 최상류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1300만 영남인들이 이 물에 기대어 살고 있다"면서 "영남인들의 건강과 생명권이 말살당하고 있는 이 현장을 여러분들 와보시면 정말로 그 처참함을 체험하실 수 있다. 하루빨리 이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영풍제련소를 철수 철거하는 방법 외에는 저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녹색정의당 허승규 녹색부대표는 "영풍석포제련소의 문제는 정치의 실패"로 규정했다. 허 부대표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할 때 정치가 나서야 되는데, 기성 정치권은 영풍석포제련소 문제 해결을 외면해 왔고, 특히 지역 기득권 정치권은 영풍석포제련소 문제를 비호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수십 년째 영풍석포제련소 문제 해결이 어려운 이유는, 노동자들과 주민 생계가 포함된 대책을 정치권이 제시하지 않았고 주민들이 함께 싸우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정치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풍제련소 장례식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노동자도 산천도 다 죽이는 영평석포제련소 물러가라!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영풍제련소장례식이 거행되고 있디. 우리 산천와 노동자 다 죽이는 영풍 썩 물러가라!
ⓒ 대구
   
이어 이들은 '영풍석포제련소 장례식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이들은 영풍석포제련소를 규탄하는 내용의 5개의 만장과 영풍석포제련소로 인해 명을 달리한 노동자 14명을 의미하는 상여를 만들어 광화문 이순신상 앞을 행진했다.
이후 석포제련소를 운영하고 있는 (주)영풍의 자회사인 영풍문고 앞까지 행진을 진행하려 했으나 경찰의 제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래서 차편으로 상여를 옮겨 영풍문고 앞에서 똑같은 상여 퍼포먼스로 정리 기자회견을 연 후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광화문에서 영풍문고 정문 앞으로 이동해서 '죽음의 공장 영풍제련소 장례식 캠페인'을 다시 열어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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