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절반도 못 알아 들어”…한국어 몰라도 괜찮은 교회 있나요?

손동준,박윤서,최하은 2024. 3. 1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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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새신자를 맞이하는 법] ② 이주민·탈북민
기독교 공동체의 또 다른 이름은 환대 공동체다. 새신자를 맞이하는 태도는 교회의 교회다움을 나타내는 지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미혼모 탈북자 전과자 같은 낯선 이들의 등장에 당황하는 교회들이 적지 않다. “새 사람을 입었으니 헬라인이나 유대인이나 야만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 차별이 있을 수 없다.”(골 3:11) 사도 바울의 가르침을 되새겨볼 때다. 새봄을 맞아 ‘뜻밖의’ 새신자를 맞이하는 교회의 자세를 5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영안교회 북한선교부 회원들이 지난달 17일 서울시 중랑구 영안교회에서 열린 요리경연대회에서 북한음식을 만들고 있다. 영안교회 제공

중국인 주려화(48·여, 광명 미래로교회) 집사는 최근 예배시간에 난감한 일을 겪었다. 봉헌 담당이었는데 이를 알리는 주보 내용이 한국어로만 적혀있어 뒤늦게 자신 차례임을 알아챘다. 주 집사는 1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목사님의 설교도 집중해서 들어야 60~70% 정도 알아듣는다”며 “말을 할 때도 표현하고자 하는 바의 절반도 전달하지 못해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2022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에 따르면 국내 거주 이주민은 260만명에 달한다. 일부 지방 소도시는 지역소멸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이주민 유치에 나서는 상황이다. 한국교회도 이주민 신자 유입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대목에서다. 경기도 광명시 미래로교회(유태경 목사)처럼 주 집사와 같은 외국인이 직분과 예배 순서를 맡는 자체도 한국에서는 흔치 않다. 교회는 무슨 준비를 해야 할까. 관련 사역자들은 먼저 언어장벽부터 허물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8만 6000여명의 등록외국인이 거주하는 안산은 국내에서 이주민 사역이 가장 활발한 지역 가운데 하나다.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전문사역을 전개하는 사랑의동포교회(이정혁 목사)는 예배시간 3개국어를 사용한다. 목사가 한국어로 설교를 하면 중국어 동시통역이 이뤄지고 화면에 캄보디아어 자막이 뜬다. 이정혁 목사는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전달 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며 “언어 장벽이 해소된 덕분인지 우리 교회 이주민 성도 대부분은 한국에서 처음 예수를 믿었다”고 말했다.

이주민과 기존 한국인 성도와의 틈새를 줄일 ‘다리’ 역할을 하는 교역자를 세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경기도 군포시 참사랑교회(강신조 목사)는 2021년 백석대 신대원 출신의 중국인 장계위 전도사를 전임 교역자로 청빙했다. 장 전도사가 전임을 맡으면서 중국인 유학생 사역은 날개를 달았다. 현재는 15명의 중국인 유학생이 매주 교회를 찾는다. 강신조 목사는 “예배시간에 중국어 자막을 사용하고 유학생의 언어와 문화에 익숙한 전도사가 소통을 도왔다”며 “교인들도 사랑과 관심으로 외국인들을 포용한 것이 이들이 정착하고 모이게 된 가장 큰 이유”라고 소개했다.

경기도 군포시 참사랑교회 소속 중국인 청년들이 강신조(앞줄 가운데) 목사와 함께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참사랑교회 제공


그런가 하면 탈북자들은 이주민과 달리 언어의 장벽은 크지 않지만, 문화적 이질감으로 기존 교인들과 섞이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한교회에 정착하기보다 그들만의 교회로 몰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통일부가 발표하는 북한이탈주민 입국인원 현황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남한으로 온 탈북자는 3만4078명에 달한다. 적지 않은 숫자지만 교회에서 탈북자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지난해 조사에서는 한국인 10명 중 8명이 북한이탈주민을 만나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해당 조사에서 응답자 3명 중 1명이 ‘한국인의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인식이 포용적이지 않다’고 응답한 점은 의미심장하다.

문제는 이런 인식이 교회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구혜미 온누리교회 한터공동체 목사는 “환대를 받으며 교회에 왔지만 문화 차이 편견 등으로 상처받고 교회를 떠나는 탈북자가 적지 않다”며 “탈북자를 수혜자로만 보는 시각이 여전하고 교회를 오래 다녀도 집사나 권사로 임직받는 탈북자가 드물다”고 말했다.

매주 70여명의 탈북자가 출석하는 서울 중랑구 영안교회(양병희 목사)의 사례는 성공적인 탈북자 맞이 사례로 눈길을 끈다. 2001년 관련 사역을 시작한 뒤 영안교회는 670명의 탈북자에게 세례를 베풀었다. 양병희 목사는 탈북자 사역에 “따로 또 같이의 묘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교회 안에 법률·의료 지원을 펼치는 북한선교부와 탈북민 소그룹을 별도로 두지만 큰 틀에서는 기존 교인과 통합할 수 있도록 차별하지 않는다. 양 목사는 “지난주에도 1명의 탈북자가 새로 등록했지만, 교인들에게는 (탈북자라고) 알리지 않았다”며 “오랜 기간 진정성 있게 사역을 이어오면서 충분히 융화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청한 탈북민 A(여·34, 대안학교 교사)씨는 “탈북자가 교회 공동체에 적응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탈북자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마음이 앞서면 피차 상처를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A씨는 또 “구분 짓기보다 자연스럽게 다가와 주면 좋겠다”며 “처음에만 잠시 관심을 보였다가 이후 무관심해지면 탈북자는 섭섭함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기독교윤리연구원 사무국장인 이춘성 목사도 성경적 환대는 상당한 절차를 요구한다”며 “조금 시도하고 결과가 없으면 포기한다거나 계획 없이 무작정 달려드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목사는 또 “한국교회는 탈북자나 이주민에 대한 사역에 앞서 장기적인 계획이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복음 안에서 상호 존중과 인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손동준 기자 박윤서 최하은 인턴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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