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때 묻은 상자 속 400만원…소방서에 온 ‘풀빵천사’ [아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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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귀퉁이는 꾸깃.
소방서 직원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는 풀빵 천사의 따스한 마음이죠.
2015년 3월, 풀빵 한 봉지와 259만원이 든 상자를 들고 한 중년 여성이 소방서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귀한 마음을 허투루 쓸 수 없어 지폐의 개수를 헤아려 보곤 하지만, 소방서 직원들을 울리는 건 금액이 아닌 풀빵 천사의 진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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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귀퉁이는 꾸깃. 또 한 귀퉁이엔 까만 기름때. 매년 이맘때쯤이면 강원 원주소방서의 직원들은 볼품없는 종이 상자를 보며 뭉클한 마음을 달랩니다. 발신인은 익명의 ‘풀빵 천사’. 상자엔 한푼 두푼 모은 듯 지폐 여러 장이 수북하게 담겨 있습니다. 어떤 건 천원짜리, 또 어떤 건 오천원짜리…. 금액은 전부 다르지만, 상자에 담긴 진심은 같습니다. 소방서 직원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는 풀빵 천사의 따스한 마음이죠. 비록 정성이 담긴 상자는 기름때로 얼룩덜룩할지라도,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진심 말입니다.
이 익명의 기부자가 처음 원주소방서를 찾아온 건 10년 전쯤이라고 합니다. 2015년 3월, 풀빵 한 봉지와 259만원이 든 상자를 들고 한 중년 여성이 소방서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어떤 이유로 선행을 시작한 건지, 그는 이유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름도, 나이도 공개되지 않았죠. 원주에서 풀빵 노점을 운영하는 중년 여성이라는 것 외에는요. 그의 선행을 알리기에 앞서 호칭을 고민하던 소방서 직원들은 풀빵 천사라는 별칭을 생각해 냈습니다. 풀빵을 만들며 온정을 나누는 그에게 꼭 맞는 이름이었습니다.
그렇게 10년. 시린 겨울이 지나고 봄바람이 불어올 때면 원주소방서에는 풀빵 천사의 상자가 도착합니다. 올해는 지난 10일이었고, 상자에는 400만원이 담겨있었죠. 언제나 적지 않은 금액이 들어 있지만, 소방서 직원들은 먼저 상자의 겉면을 살피곤 합니다. 풀빵 천사가 상자에 늘 손편지를 남겨두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항상 힘내시라”는 격려와 함께 “우리를 지켜주셔서 감사하다”는 고마움이 적혀 있었습니다. 원주소방서는 이 기부금을 화재·구조·구급 활동에 필요한 물품 구매, 순직·공상자 특별위로금,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소방시설 보급 등에 사용할 예정입니다.
풀빵 천사의 마음은 10년 동안 차곡히 쌓이고 쌓여 3200만원이라는 기부금이 됐습니다. 귀한 마음을 허투루 쓸 수 없어 지폐의 개수를 헤아려 보곤 하지만, 소방서 직원들을 울리는 건 금액이 아닌 풀빵 천사의 진심입니다. 직원들은 올해도 봄 내음과 함께 찾아온 풀빵 천사의 마음을 동력 삼아 열심히 달려 볼 생각입니다. 그래서 이강우 서장은 직원들을 대표해 이런 다짐을 전했습니다. 다짐의 형식을 빌렸지만, 풀빵 천사를 향한 진심 어린 감사의 표현입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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