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싱가폴 등 참고" 판매 규제 '도마 위' [홍콩 ELS 후폭풍]

이호연 2024. 3. 1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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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기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안을 발표한 금융당국이 은행권 고위험 투자 상품 판매 규제와 투자자 보호 강화에 나선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은행권 홍콩 H지수 ELS 등 고위험 상품을 판매 금지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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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보호 위해 영국 IFA 벤치마킹
중국·싱가폴, 소비자 보호 체계 구축
"영업 관행, 내부통제 차원서 접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 앞에서 열린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 피해자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피해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기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안을 발표한 금융당국이 은행권 고위험 투자 상품 판매 규제와 투자자 보호 강화에 나선다. 이를 위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중인 금융위원회는 금융 선진국인 영국 등의 해외 사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은행권 홍콩 H지수 ELS 등 고위험 상품을 판매 금지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학계나 유관기관으로부터 의견을 듣고 제도 개선에 대해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 방향성은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파생상품 제도가 오랫동안 잘 안착한 영국이나 한국과 금융환경이 비슷한 싱가포르와 중국을 참고할 만하다"고 밝혔다.

영국의 경우 복잡하고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높은 상품은 '컴플렉스 프로덕트'로 정의하고 강화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에 불거진 지급보증보험 관련 불완전판매 사태로 판매사의 보상 체계를 대대적으로 개선한 바 있다. 당시 영국 금융당국은 성과평가 지표 구성에서 판매량 외에도 소비자만족도나 철회, 민원건수 등을 도입해 판매의 질을 높이도록 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독립자문업자(IFA) 제도다. 영국에서는 IFA제도 활성화로 개인투자 상담을 해주는 자문업자들이 활약하고 있다. 금융소비자에게 알맞은 투자상품을 추천해주는 것은 물론 고위험・고난도의 상품에 대한 경고와 조언을 하며, 투자상품 피해를 줄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현지 펀드판매 자문 50% 이상을 IFA가 차지할 정도다.

우리나라는 2017년 5월 IFA제도를 도입했으나 일반 투자자문업자와의 제도적 차별성 부족, 불투명한 수익성, 상대적으로 높은 시장 진입 장벽 등으로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홍콩 ELS 사태를 계기로 투자자 자문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송민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을 도입할 때 설명의무, 적합성, 적절성 등의 개념과 함께 금융상품 자문 조항도 새로 도입됐지만, 중요한 개념인데도 충분한 활용을 안하고 있었다"며 "당국이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로 ESL 상품 판매를 제한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는데, 현 시점에서 대안 중 하나로 고려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송 연구원은 "씨티 등 대형 유수의 글로벌 금융사들은 자문절차를 거쳐 투자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은행들이 투자상품에 대해 충분한 자문을 하지 않고 판매를 할 경우, 강력한 책임을 묻는 방식 등으로 도입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비해 중국과 싱가포르는 개인투자자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투자자 보호 장치가 이제 막 생겨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금소법이 시행된지 3년밖에 되지 않았다. 금융 시장 규모가 크지 않고 발달 단계를 겪고 있어 국내에도 바로 도입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설명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한국과 다른 부분이 많지만 결국 국내 금융 시장도 영국처럼 가야 할 것"이라며 "ELS 판매 규제 제도 개선 관련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중이다. 늦지 않게 방안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소상공인 신용사면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ELS 불완전판매 등과 관련해 "소비자 보호, 영업 관행, 내부통제 등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은행 고위험 상품 판매 채널 문제는 또 다른 이슈로 따로 검토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종합적으로 의견수렴 후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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