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마다 1명씩 죽어나가는 공장... "얼마나 더 죽어야 문 닫나"

유지영 2024. 3. 12.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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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 커다란 상여를 맨 성인 남성 8명이 나타났다.

상여에는 보통 시신을 싣지만 이 상여는 영풍 석포제련소 장례를 위해 꾸려졌다.

장례를 지낼 상여와 "노동자 살인 공해공장 영풍 석포제련소 문 닫아라" 등이 적힌 만장은 트럭에 실었다.

이날 '죽음의 공장, 영풍 석포제련소 문닫아라 장례캠페인' 기자회견에 참석한 신 회장에 따르면 "봉화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을 봉화군민이 먹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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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경북 봉화군 영풍석포제련소 장례식 열려... "실질사주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해야"

[유지영, 권우성 기자]

 ‘사망노동자 추모 및 죽음의 공장 영풍 석포제련소 문닫아라 장례캠페인 기자회견’이 12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환경운동연합(서울, 대구, 안동), 환경보건시민센터, 영풍제련소 주변환경오염 및 주민피해 공대위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참석자들이 사망노동자들을 추모하며 광화문광장에서 상여 행진을 하고 있다.
ⓒ 권우성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 커다란 상여를 맨 성인 남성 8명이 나타났다. 상여에는 보통 시신을 싣지만 이 상여는 영풍 석포제련소 장례를 위해 꾸려졌다. 이번 장례를 치르기 위해 봉화군 주민을 비롯한 안동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12일 오전 6시 이른 시각에 서울로 출발했다. 장례를 지낼 상여와 "노동자 살인 공해공장 영풍 석포제련소 문 닫아라" 등이 적힌 만장은 트럭에 실었다. 석포제련소에서 숨진 노동자들을 모신 상여는 광화문 광장을 두 바퀴 크게 돌았다. 
 
 신기선 영풍제련소봉화군대책위원회 회장이 사망노동자 추모 발언을 하고 있다.
ⓒ 권우성
 
그 중에는 10년 넘도록 영풍제련소봉화군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신기선 회장도 있었다. 신 회장은 영풍 석포제련소 인근 마을 농민인데, 농수용으로 사용해야 할 물이 오염돼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될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이날 '죽음의 공장, 영풍 석포제련소 문닫아라 장례캠페인' 기자회견에 참석한 신 회장에 따르면 "봉화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을 봉화군민이 먹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라고 한다. 그는 "다른 생계 수단이 없어 병들어 죽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농사를 지어야 한다"라며 "우리 스스로 해결할 수가 없어 이렇게 (서울까지) 왔다"라고 전했다. 

또 석포제련소에서는 노동자 사망사고가 기록되기 시작한 1997년 이후 14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지난 8일에는 제1공장 냉각탑 작업을 하던 하청노동자가 석고물질에 맞아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불과 3개월 전인 지난 2023년 12월에는 제1공장 모터교체 작업 중에 급성 비소중독으로 하청노동자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입원하기도 했다. 

환경단체들은 "2002년에도 냉각탑에서 노동자가 추락사를 했다"며 "노동자들의 무덤 석포제련소가 또 노동자를 죽였다"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김수동 안동환경운동연합 대표가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 권우성
 
김수동 안동환경운동연합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환경부는 2022년 12월 환경오염 시설 통합허가를 석포제련소에 내려주고, 1년 만인 2023년 12월 비소 가스 중독으로 노동자가 사망했다. 그리고 3개월 뒤 또 다시 노동자가 사망했다"라며 "기업으로서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도 지지 않는 곳을 두고 환경오염시설 허가를 해준 정부는 이 죽음에 대해 책임이 있다"라고 말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환경오염 시설 허가는 "오염 물질 배출이 많은 대형 사업장의 최대 10개의 환경 인허가를 한번에 받도록 간소화하되 최적의 환경관리기법을 적용해 오염 배출을 최소화하는 제도"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석포제련소는 서류상 대표와 실질적 사주가 다르다"라며 "실질 사주 장형진씨를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라고 덧붙였다. 

영풍그룹 오너인 장형진 전 회장은 25년간 회장직을 맡아 석포제련소를 운영해온 바 있다. 김수동 대표는 "장 전 회장이 영풍그룹의 실질적 경영자로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나, "회장직에서 내려와 모든 형사적 책임을 면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허승규 녹색정의당 부대표 또한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영풍 석포제련소는 매년 국회 국정감사의 단골 메뉴이지만 국정감사가 끝나면 바뀌는 것이 없다"라며 "석포제련소의 문제는 곧 정치의 실패이다. 22대 국회가 석포제련소 폐쇄 이전 복구와 주민 생계가 포함된 정의로운 전환이 포함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사망노동자 추모 및 죽음의 공장 영풍 석포제련소 문닫아라 장례캠페인 기자회견’이 12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환경운동연합(서울, 대구, 안동), 환경보건시민센터, 영풍제련소 주변환경오염 및 주민피해 공대위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허승규 녹색정의당 녹색부대표가 연대발언을 하고 있다.
ⓒ 권우성
 
 ‘사망노동자 추모 및 죽음의 공장 영풍 석포제련소 문닫아라 장례캠페인 기자회견’이 12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환경운동연합(서울, 대구, 안동), 환경보건시민센터, 영풍제련소 주변환경오염 및 주민피해 공대위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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