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차 높아지는 글로벌 무역기술장벽…韓 수출기업 수 줄였다
최근 탈세계화·첨단산업 경쟁 속에 각국이 환경 등 '비관세' 통상 장벽을 두텁게 쌓고 있다. 특히 기술규제·표준 같은 무역기술장벽(TBT)은 2010년대 이후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무역기술장벽이 한국 수출액엔 큰 타격을 입히지 못한 반면, 수출기업 수는 감소시켰다는 분석이 나왔다.
12일 한국은행은 해외 TBT 증가에 따른 기업당 수출액, 산업별 수출기업 수 추이를 살펴본 보고서를 공개했다. 신상호 한은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과 장용준 경희대 무역학과 교수가 2015~2019년 26개 주요 수출대상국과 7개 제조업 부문을 분석한 결과다.
연구에 따르면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기한 TBT 현안은 1995년 1월~2023년 7월 기준 110건에 달한다. 2007년 2건에서 2019년 7건, 2021년 16건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현안 제기가 이뤄진 대상국(1995~2023년 누적)은 중국과 유럽연합(EU), 인도 순이었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주요 수출국의 비관세 허들이 높아지는 셈이다. 예를 들어 중국에 수출할 경우 KC라는 국내 인증과 별도로 CCC라는 인증 절차를 받아야 한다. 이는 국내 업체에 추가적인 비용 부담을 얹어주는 식이다.
이러한 무역기술장벽 증가는 국내 수출기업 수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해외 TBT가 1% 늘어날 때 수출기업 수가 최대 0.22%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각종 비용이 늘어난 걸 감당할 수 없는 중소기업이 수출 시장에서 '퇴장' 하거나 신규 진입을 포기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전체 수출액엔 큰 영향이 없었다. 국내 수출이 대기업에 집중돼 있는데, TBT로 인한 추가 비용을 흡수할 능력이 있어 수출 규모엔 타격이 없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수출액 중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7%대로 낮은 편이다.
또한 노동생산성·자본축적·부가가치 등 수출기업의 생산성 관련 지표가 높을수록 TBT 증가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적게 받았다. 생산성 지표가 높은 편인 전기·전자·기계 제조업, 비금속광물·금속제품 제조업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만 한국 전체로 보면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202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33위로 떨어지면서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신상호 부연구위원은 "TBT 현안 해결을 위한 (정부 차원의) WTO 소송 제기나 양자 무역 협상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에 필요한 생산성·시장 경쟁력을 강화해야 TBT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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