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들린다”는 87세에 대답 강요…드러난 ELS 불완전판매
금감원에 따르면 판매사들은 홍콩H지수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점인 2021년, 고객 손실 위험이 커지는 데도 과도한 영업 목표를 내걸었다. 영업직원들의 성과지표가 연계되도록 설계해 전사적 판매를 독려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는 외면됐다.
홍콩 ELS는 잔액 기준 전체 투자자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투자자의 30.4%를 차지했다. 최초 투자자는 6.7%였다. 은행은 오프라인 판매 비중이 90.6% 대부분이었지만 증권사는 온라인(87.3%) 위주로 판매했다.
청력이 약한 고령 투자자에게 상품 내용을 ‘이해했다’고 답하도록 요청한 사실도 드러났다. A은행의 직원은 고령에 청력이 약한 87세 고객에게 무리하게 홍콩H지수 ELS 가입을 권유했다. 고객이 “들리지도 않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했지만 이 직원은 “이해했다”고 답할 것을 반복해서 요청했다.
불완전판매를 조장하는 시스템상 부실도 확인됐다. 투자자 성향 분석 시 필수 확인 항목을 누락하고 고난도 장기위험상품에 부적합한 투자자에게 판매가 가능하게 한 것이다.
B증권은 ‘원금 보존’을 희망하는 투자자도 소득 수준 등 다른 항목 평가 결과에 따라 고위험 상품인 ELS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ELS 손실 위험 분석 기간을 20년에서 10년으로 임의 변경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손실을 반영하지 않은 C은행도 있었다. 이 은행 영업점에서도 ‘과거 10년간 원금 손실 전무’ 등 안전 상품인 것처럼 설명하도록 유도했다.
영업점 방문이 어려운 투자자를 대신해 대리 서명하는 경우도 있었다. D증권사는 71세 고령 투자자 부부의 컴퓨터 원격제어 프로그램에 접속해 고객 대신 가입 절차를 진행했다. 증권사 방문 가입을 원하는 70세 투자자에게는 “여기 오셔도 휴대폰으로 해드린다. 녹음할 필요 없이 하려면 핸드폰으로 해야 간단하다”며 휴대폰 조작이 힘든 고객에게 온라인 가입을 시켰다.
판매자별 요인에서는 판매사의 적합성 원칙, 설명 의무, 부당 권유 금지 등 판매 원칙 위반 여부에 따라 기본 배상 비율을 20~40%로 정했다. 여기에 불완전판매를 확대한 내부통제 부실 책임을 고려해 은행은 10%포인트, 증권사는 5%포인트를 가중한다.
투자자별로는 고령자 등 금융 취약계층인지, ELS 최초 가입자인지에 따라 최대 45%포인트 가산한다. ELS 투자 경험이나 금융 지식 수준에 따라 투자자 책임에 따른 과실 사유를 배상 비율에서 최대 45%포인트 차감한다.
예를 들어 80대의 초고령자 김 모 씨가 2021년 1월 예·적금 가입을 위해 A은행 지점을 방문했다가, 투자 위험에 관한 내용이 빠진 ELS 상품을 권유받은 경우에는 배상 비율 75%가 적용된다. 창구 직원은 김 씨가 취약 투자자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고, 김 씨 방문 목적에 적합하지 않은 초고위험 상품 ELS를 권유했기 때문이다.
향후 금감원은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라 대표 사례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개최하는 등 분쟁조정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분쟁조정기준안은 홍콩 ELS 투자자에게 얼마를 배상해줘야 할지 가늠하는 지침인 만큼, 판매사가 반드시 받아들여야 하는 법적 의무는 없다. 금융권은 기준안 수용 여부에 따라 자율 배상을 결정하게 되지만, 자율 배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금감원 분조위의 조정 절차를 밟게 된다.
한편 지난해 말 기준 홍콩H지수 ELS 판매잔액은 18조8000억원(39만6000계좌)으로 집계됐다. 당국은 이 가운데 5조8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1~2월 확정된 손실 1조2000억원에 H지수가 2월 말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할 때 예상되는 4조6000억원의 손실을 더한 수치다. 총판매액 대비 손실률은 31%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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