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블랙리스트 압수수색 없었다"는 DC직원, 왜?

박현주 2024. 3. 1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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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인사이드에 직원 A씨는 11일 지인들에게 회사에 형사들이 들어와 각종 서류와 디스크 등을 가져갔냐는 질문을 받았다.

인터넷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한 압수수색과 증거제출은 이렇게 팩스나 이메일,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병원 전공의들에게 사직 전 자료를 삭제하라고 종용하는 글이 올라온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 본사를 6시간 동안 압수수색해 서버, PC, 노트북 등 자료를 압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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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팩스로 영장 청구하는 사례 많아"
협조 요청 거부 시 영장 지참해 압수하기도

"회사에 경찰들이 들어왔다면서?" "아니 난 못봤는데…"

DC인사이드에 직원 A씨는 11일 지인들에게 회사에 형사들이 들어와 각종 서류와 디스크 등을 가져갔냐는 질문을 받았다. A씨는 그런 일이 없었다고 했다. 온종일 회사에 있었지만 경찰이 사무실로 들이닥쳐 물건을 압수해가는 영화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전공의 블랙리스트 건으로 DC를 압수수색중이라고 말했다. 한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답은 둘 다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압수수색이 '슬림하게' 바뀌고 있다. 흔히 압수수색이라고 하면 검은 양복 차림의 경찰이 들어와 영장을 내밀어 보이곤 파란색 박스에 문서와 컴퓨터 등을 마구잡이로 담아 싣고 나가는 모습을 떠올린다. 증거 인멸을 막기 위해 신속하게 물건을 쓸어 담은 현장이 마치 전쟁터처럼 초토화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시대 변화에 따라 압수수색 풍경도 달라졌다. 압수·수색·검증 영장을 이메일이나 팩스로 간편하게 주고받는 경우가 많아졌다. 인터넷 기업에서 사용자 정보를 받을 때 컴퓨터·서버를 가져가는 일은 거의 없다. 제출하는 기업이나 조직도 사용자 아이피(IP) 주소를 팩스, 이메일, 문자메시지로 보낸다.

'전공의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과 관련한 경찰의 압수수색도 해당 게시글 작성자의 IP 주소를 제공하는 것으로 비교적 간소하게 진행됐다. 12일 김유식 디시인사이드 대표는 디시인사이드 측은 팩스를 통해 경찰로부터 압수·수색·검증 영장을 받았다고 밝혔다. 법에 의거 '블랙리스트' 문건 작성자의 IP 주소와 계정 로그인 정보를 수사관에게 제공했다. 경찰 로고가 박힌 파란색 박스에 PC와 문서가 줄줄이 담겨 나가는 장면을 연상케 하는 기존 압수수색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경찰이 지난 1일 오후 강원 춘천시 강원도의사회 사무실에서 압수한 자료를 경찰이 들고 나오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경찰의 이번 수사는 대한의사협회(의협) '전공의 블랙리스트' 의혹 문건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지난 7일 디시인사이드에는 '전공의 집단행동에 불참하는 인원의 명단을 작성·유포하라'는 지침이 담긴 문서가 게시됐다. 이 문건에는 의협 회장으로 추정되는 직인이 찍혀 있어 해당 문건이 의협 주도하에 생산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다만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해당 문건이 명백한 허위라며 글 게시자를 사문서위조 및 허위사실 유포,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경찰은 팩스로 압수수색영장을 디시에 보냈다. 디시 측은 이메일로 수색영장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증거물인 격인 IP 주소 등은 이메일로 보냈다. 인터넷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한 압수수색과 증거제출은 이렇게 팩스나 이메일,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압수수색이란 기사에 파란 박스와 양복 입은 수사관을 상상했다면 오해다.

물론 압수수색으로 서버와 PC 등 자료를 확보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병원 전공의들에게 사직 전 자료를 삭제하라고 종용하는 글이 올라온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 본사를 6시간 동안 압수수색해 서버, PC, 노트북 등 자료를 압수했다. 경찰이 게시자의 신원 정보를 알려달라고 협조를 요청했지만, 메디스태프 측이 '회원 보안'을 이유로 이를 거부하자 압수·수색·검증 영장을 통해 노트북, 임원 휴대전화 등을 압수해간 것이다. 경찰은 확보한 정보를 바탕으로 문제가 된 게시글의 작성자 아이피(IP)를 추적·분석해 해당 글 작성자가 서울 소재 의사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은 그를 업무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소환조사할 계획이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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