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0년 전 최초 립스틱 발견된 이곳…현재는 화장금지 '아이러니'

"이란서 최초의 립스틱 표본 발견…아이러니"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립스틱'이 이란의 한 무덤에서 발견됐다.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고고학자들이 가장 오래된 립스틱 사례를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파도바대 연구진은 지난달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에 이러한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2001년 이란 남동부 케르만 지방 할릴강 인근에 있는 기원전 3세기 무덤에서 발굴된 원통형 용기의 내용물에 대해 분석했다. 돌로 만들어진 해당 용기는 지금의 립스틱 케이스와 매우 유사하게 생겼다.

연구진은 이 립스틱이 고체가 아닌 액체로, '립 페인트'와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액체는 3600년의 긴 세월이 흐른 뒤 가루 형태로 변했다. 연구진 중 한 명인 마시모 비데일은 내용물을 현미경으로 관찰한 뒤 "어두운 색소가 선명하게 보였으며, 이는 원래 제품이 강렬한 붉은색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고했다. 발굴된 립스틱에는 오늘날 립스틱에서도 사용되는 식물성 오일, 왁스 등이 포함돼 있었다.

매체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립스틱이나 매니큐어와 같은 화장품을 금지했던 이란에서 최초의 립스틱 표본이 발견됐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라며 "규제가 완화됐지만, 공무원과 의대생 등을 포함한 많은 여성들은 여전히 화장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립스틱이 어떻게 사용됐고 누구에 의해 사용됐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립스틱이 무덤에 묻혀 있었기 때문에 연구진은 장례식 절차에 사용됐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한편 립스틱은 5500년 전에도 사용됐다. 고대 문헌을 보면 메소포타미아 초기 문명시대에 존경받던 푸아비 여왕은 붉은 암석과 백납으로 만든 밝은색 루즈를 입술에 발랐다. 이 유독한 립스틱이 여왕의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