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프로야구 팬, 티빙은 가라앉힐 수 있을까
프로야구 뉴미디어 독점 중계사 티빙의 부실한 서비스에 팬들이 뿔났다. 티빙은 설명회를 열고 개선을 약속했다.
CJ ENM은 3년 총 1350억원 규모로 뉴미디어·온라인 독점 중계권을 따냈다. 네이버를 필두로 한 기존의 포털·통신사 컨소시엄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했고, SNS 유통도 허락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게 결정적이었다. 독점중계를 맡은 OTT 티빙은 새로운 요금제(광고 스탠더드·5500원)를 공개하면서 4월까지는 무료로 제공한 뒤, 5월부터는 유료로 바뀐다고 밝혔다. 그동안 광고 시청 외엔 요금을 지불하지 않았던 팬들의 저항은 만만치 않았다.
지난 9일 시범경기 개막 이후 부정적인 반응은 더 커졌다. 중계는 물론 콘텐트의 질이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세이프(safe)를 세이브(save)로, 희생플라이를 희생플레이로 잘못 썼다. 삼성 라이온즈를 삼성 라이언즈로, 롯데 외야수 전준우를 전근우로 표기하기도 했다. 문자중계에선 수비 팀 선수가 주자로 표기되는 사례가 있었다. 선수 전체 기록도 표기되지 않는 등 기존 포털 사이트 문자 중계에 비해 부실했다.
생중계 자체는 큰 문제가 없었다. 이른바 더티 피드(해설과 자막이 입혀진 화면)로 불리는 케이블 방송사 중계 화면을 그대로 받아썼기 때문이다. 다만 방송 중계가 잡히지 않아 자체적으로 제작한 경기(10일 한화-삼성전)에선 논란이 있었다. KBO리그 타이틀 스폰서인 신한은행의 로고를 가리고, 국민의례 도중 라인업이 소개돼 물의를 빚었다. 음향이 중단되기도 했다.
야구는 하이라이트, 주요장면 등 생중계 외의 콘텐트 비중도 크다. 팬들은 이 부분에서 특히 큰 불편함을 느꼈다. 목록을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처럼 1화, 2화 식으로 표기했다. 하이라이트 영상 업로드 시간도 첫 날엔 5시간이나 걸렸다. 과거 네이버가 주요장면은 경기 중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하이라이트는 경기 종료 후 올린 것과 대조적이었다. 높아진 팬들의 눈높이에는 한참 못 미친다.
티빙이 약속했던 2차 가공 콘텐트도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았다. 첫 날에는 구단이 중계 영상을 사용해 만든 콘텐트가 저작권 신고로 삭제되고, 티빙에서 만든 하이라이트가 구단 페이지에 업로드됐다. 일반인들에게 40초 미만의 쇼츠는 허용한다는 방침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지 않아서인지 삭제된 사례가 있었다. 개막 이틀째부터 문제가 수정됐다.
티빙은 12일 'K-볼 서비스 설명회'를 열었다. 당초 취지는 중계와 관련된 비전을 소개하는 거였다. 그러나 중계와 관련됐던 사항들을 해명하고, 개선하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자리가 되고 말았다. 최주희 대표이사, 전택수 CPO, 이현진 CSO 등 고위 관계자들이 직접 해명했다. 향후 프리뷰쇼와 스페셜 콘텐트, 오디오 모드에 대한 계획도 밝혔다.
최주희 대표는 "주말 내내 팬들의 목소리를 확인하고, 모니터링했다. 시범경기 중계 서비스와 운영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는 점을 공감하고 인지했다.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 바로 해결 가능한 부분은 조치를 취해서 마무리했고, 남은 부분을 개선하는 방안을 찾아가겠다. 본 시즌에서는 제대로 된 중계 서비스를 가지고 찾아뵐 것을 약속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팬들은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운용 인력 자체가 프로야구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티빙 측은 4경기를 동시에 보는 멀티뷰 서비스는 6월 이후에 5개로 향상시킬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당장 5월부터 돈을 내고 프로야구를 봐야 하는 고객들로서는 답답한 상황이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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