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작품상, 女 감독 최다 지목"…아카데미 여풍과 국내 여성 영화인 현주소 [D:영화 뷰]

류지윤 2024. 3. 12.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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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예상대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의 수상 행렬이었다.

'오펜하이머'가 주요 부문인 작품상 및 감독상을 포함해 총 7관왕을 차지했지만 여성 영화인들의 약진은 주목할 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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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상업 영화, 여성 감독 1명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예상대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의 수상 행렬이었다. '오펜하이머'가 주요 부문인 작품상 및 감독상을 포함해 총 7관왕을 차지했지만 여성 영화인들의 약진은 주목할 만 했다.

작품상 후보 10편 중 3편 그레타 거윅 감독의 '바비', 쥐트리 트리에 감독의 '추락의 해부',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이 여성 감독의 연출작이다. 지금까지 아카데미 역사상 여성 감독 최다 노미네이트 기록이다.

'추락의 해부'는 앞서 지난해 제76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에 해당하는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여성 감독 중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역대 세 번째 영화인이 됐다. 올해는 작품상과 각본상, 여성 감독으로 유일하게 감독상에도 지명됐으며 각본상을 손에 쥐었다.

최종 수상은 불발됐지만 '패스트 라이브즈' 또한 셀린 송 감독이 데뷔작으로 아카데미 주요 부문인 작품상과 각본상에 단번에 직행하는 이례적인 성과를 냈다.

이 현상은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부터 두드러지게 감지됐다.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의 작품상, 제94회 시상식에서 션 헤이더 감독의 '코다'가 작품상, 제인 캠피온 감독의 '파워 오브 도그'가 감독상을 수상한 바 있다.

지난해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양자경 주연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동양인 최초 여우주연상을 비롯해 작품, 감독상 등 7관왕을 석권했다. 이는 보수적인 아카데미 시상식이 다양성에 신경 쓰고 있다는 방증이며, 할리우드의 트렌드가 됐음을 말하고 있다.

외신들이 이 같은 현상을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는 가운데, 시선을 돌려 국내 영화계를 살펴보면 여전히 여성 영화인을 향한 문턱이 높다는 걸 실감할 수 있어 아쉬움이 뒤따른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 한국 영화 성인지 결산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개봉한 한국 영화 183편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여성 감독은 49 명(22.8%), 제작자는 77명(24.8%), 프로듀서는 71명(31%), 주연은 81 명(40.7%), 각본가는 67명(30.7%), 촬영 감독은 18명(8.1%)이었다.

순제작비 30억원 이상 상업 영화 35편만으로 범위를 한정하면 벽은 더 높다. 여성 감독이 연출한 감독은 임순례 감독 '교섭' 한편 뿐이었다. 2019년엔 5명(45편), 2020년엔 4명(29편), 2021년엔 2명(17편), 2022년 3명(36편)으로 최근 5년 간 가장 적은 수치다.

여성 제작자는 22명(23.9%), 여성 프로듀서는 13명 (23.6%), 여성 주연은 9명(25.7%), 여성 각본가는 12명(21.8%)이으로 전년 대비 제작자, 프로듀서. 주연이 증가하고 감독, 각본가 수가 감소했으며, 촬영 감독은 0명으로 전년과 동일한 수치다. 증가한 부문도 있지만 단 한 부문도 30%를 넘지는 못했다.

영진위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2017~2019년)기간과 비교했을 때 전반적으로 모든 직종의 성비 불균형이 완화됐으나, 순제작비 30억원 이상의 상업 영화에선 특히 감독, 프로듀서의 빈도와 비율이 줄고 촬영감독은 0 명에 그치는 등 불균형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개봉이 늦춰졌던 대작들이 연이어 개봉하며 고예산. 남성 중심의 상업 영화의 비중이 커진 탓도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한국 영화계가 이전만 못한 성적을 거두면서 투자, 제작이 축소되면서 위축됐다. 팬데믹 동안 남성 배우 투톱 기용과 스타 감독 연출 등 흥행 공식이 무너졌지만 실험적인 도전을 할 여유가 없으니 안전한 카드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 현상은 고스란히 여성 영화인에게도 영향을 미쳤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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