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하이닉스, 중고 반도체 장비 판매 중단…美의식"

국내 반도체 업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고 반도체 제조 장비의 글로벌 판매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대(對)중국 수출 통제, 서방의 러시아 제재를 우려한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1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중고 반도체 기계를 시장에 내놓지 않고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 및 제조 장비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기 시작한 2022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장비가) 다른 사람 손에 들어가게 될 경우 미국 정부와의 관계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수천 대의 중고 장비의 가치가 수백만달러를 넘는 만큼 폐기보다는 보관을 선택했다는 평가다.

그간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가전제품, 자동차에 사용되는 이전 세대 칩에 노후 장비를 패키지로 묶은 뒤 딜러에게 판매해왔다. 이 같은 시장의 최대 수요자는 중국에서 나온다. 중국 업체는 한국 반도체 업체에서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반도체 장비를 구매 및 개조해 저품질 반도체뿐만 아니라 고급 반도체까지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중국 업체 화웨이가 자국의 최대 파운드리 반도체 제조업체 SMCI와 손잡고 7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첨단공정으로 반도체 생산에 성공하며 세계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공급망을 중심으로 한미·중 갈등 속에서도 중국이 반도체 제조 기술에서 큰 도약을 이룬 것으로 평가받았다. 미국 정부는 이후 노골적으로 유럽, 아시아 동맹국들에 중국에 수출하는 반도체 기술을 엄격히 통제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그레고리 앨런 이사는 “한국은 삼성이나 SK하이닉스의 장비가 SMIC나 YMTC처럼 제재받는 중국 팹(반도체 제조 시설) 업체에 들어간다면 미국과 한국의 관계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