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보기관 "北 핵협상 의지 없어"…新무기 사실상 '성공' 평가
미국의 정보당국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 관련 협상에 나설 뜻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북한이 러시아와의 군사적 유착을 통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北, 핵폐기 협상 의도 전혀 없다"
미국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은 11일(현지시간) 공개한 연례위협평가 보고서에서 “김정은은 핵 프로그램을 체제 안전과 국가적 자존심을 보장하는 도구로 인식한다”며 “핵 프로그램 폐기 협상에 나설 의도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게 거의 확실하다”고 평가했다. DNI는 지난해 보고서에서도 “김정은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고 판단했는데, 올해는 더 나아가 협상 자체에도 응하지 않을 거란 분석을 추가했다.
DNI는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쟁 무기를 지원하는 김정은의 속셈에 대해선 “핵보유국 인정을 받는다는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러시아와의 군사적 밀착 관계를 활용할 것”이라고 봤다. 이날 미 상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애브릴 헤인스 DNI 국장도 북한·중국·러시아·이란의 협력 강화와 관련 “4개국의 권력 역학관계가 변화하면서 새로운 문제를 만들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도움이 필요한 러시아가 북·중·이란이 원했던 것을 들어주면서 오랫동안 유지됐던 비확산 규범이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과 이란이 러시아에 전쟁 물자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첨단 무기 기술 전수 외에도 핵보유국 인정과 관련한 물밑 논의가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현재 국제적으로 인정 받은 핵보유국은 미국, 영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 등 5개국뿐이다. 인도·파키스탄을 비롯해 북한과 이란 등은 스스로 핵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김정은 지시한 新무기, 사실상 '성공' 평가
DNI는 김정은이 지시한 ‘핵심 5대 과업’에 대해서도 사실상 ‘성공’에 가까운 평가를 내리며 “미국과 동맹국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정은은 2021년 1월 극초음속 무기 개발, 초대형 핵탄두 생산, 1만5000㎞ 사정권의 명중률 제고, 고체연료 ICBM,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 무기 개발 등을 지시했는데, 이날 공개된 보고서엔 이들 무기 체계에 대한 비교적 상세한 설명이 담겼다.
DNI는 “북한이 잠수함에서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고 더 많은 잠수함을 개조하고 있다”며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핵추진잠수함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기술 확보에 근접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1월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에 대해선 “극초음속 재진입체를 장착한 중거리 탄도 미사일”이라고 적시했고, 군사위성은 “위성을 궤도에 올려놨다”고 평가했다. 서울 상공을 교란시켰던 무인항공기에 대해선 “미국 시스템에 비해 (성능이)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MQ-9 리퍼 및 글로벌호크와 유사하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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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 느린 재래무기…가상자산 훔쳐 돈벌이
DNI는 “북한의 재래식 무기 역량은 미사일에 비해서는 속도가 느리다”고 평가하면서 “이는 자원 제약에 따른 우선순위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만약 전쟁 물자 지원에 따른 러시아 등의 지원 등 '돈줄'만 확보될 재래식 무기 개발에도 속도가 날 거란 의미다. DNI는 러시아 지원 외에도 “북한의 사이버 역량은 성숙했고 미국 및 한국을 포함 광범위한 목표를 대상으로 전략적 목적을 수행하는 능력을 완전히 갖췄다”며 가상자산 절도를 무기 개발을 위한 핵심 돈벌이 수단으로 지목했다.
DNI는 한편 북한의 지속적 도발 배경에 대해선 “한·미·일 삼각 협력 강화에 대응하기 위한 시위”라고 분석하면서 “특히 한·미 양국의 태도 변화를 강압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대북 강경 노선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했다.
“네타냐후 정치 생명 위태”
보고서에는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 조 바이든 대통령과 이견을 보이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정치 생명이 위태롭다는 분석도 실렸다. 보고서는 “팔레스타인에 강경한 정책을 추구하는 극우·초정통파 정당들과의 연립정부뿐 아니라 지도자로서 생존능력도 위태로운 처지”라며 “네타냐후의 사임과 새로운 선거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기술했다. 네타냐후 퇴진 이후엔 온건한 정부가 출범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이스라엘 전시내각과 네타냐후에 대한 전폭적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공세로 가자지구에서 3만명 이상이 사망하고, 휴전 협상 요구에도 응하지 않자, 최근 네타냐후에 대한 강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를 만날 일정이 없고 이스라엘 의회 연설 계획도 없다"고 보도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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