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하고 있어요" '문명특급'이 위기 타파하는 신선한 방법
[오수미 기자]
▲ 유튜브 웹 예능 <문명특급>의 한 장면 |
ⓒ MMTG |
SBS 유튜브 웹 예능 <MMTG(문명특급)>가 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활로 모색에 나섰다.
지난 7일 유튜브 채널 <MMTG>는 "MMTG, 당신이 몰랐던 6가지 사실"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문명특급, 아직 하고 있습니다"라는 다급한 외침으로 시작되는 이 영상에서 진행자 재재(이은재)는 뉴스 앵커가 되어 "최근 '문명특급'의 조회수 폭락 이슈로 기사가 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어 재재는 "지난 2021년 그룹 세븐틴이 출연한 동영상의 조회수는 1000만 회를 넘겼는데, 진행자 재재가 촬영한 리얼 다큐멘터리 영상은 조회수 10만 회도 채 되지 못한다. 조회수 100배 차이가 난다"며 호쾌하게 웃음을 터트린다. 뉴스 속보 화면을 그대로 따라한 자막 역시 "[충격] 문명특급 아직도 방영 중"이 익살스럽게 쓰여 있다.
최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에서는 <문명특급>의 저조한 조회수가 도마에 올랐다. 과거에는 인기 스타들이 연이어 출연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던 <문명특급>이었지만, 지난 몇 달간 조회수가 눈에 띄게 낮아졌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지난 3개월간 <문명특급>이 공개한 영상 중에서 100만 조회수를 넘긴 것은 한 편도 없었다. 지난해 12월 배우 장동윤이 출연했던 영상이 그나마 60만 회를 넘겼을 뿐이다. 댓글에도 "처음엔 신선했지만 지금은 비슷한 토크쇼 포맷의 경쟁 채널이 너무 많다", "유튜브 트렌드가 너무 빨리 바뀌고 있어서 어쩔 수 없다", "한동안 쉬면서 (시청자들에게) 잊힌 것 같다"는 등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문명특급>은 이를 직접 언급하며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재재는 "게스트 섭외 문제가 가장 심각해 보인다. 영화 <파묘> 홍보, 티모시 샬라메 내한 등 이슈가 많았는데 한 명도 섭외하지 못한 것 같다"는 댓글도 직접 소개하며 "아프다. 말하고 꼬집어 달라. 영화 <파묘>는 정말 재밌게 봤다"고 유쾌하게 대응했다.
이후 영상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인 '2009 명곡 챔피언십'에 출연할 팀이 정해졌다는 소식과 함께 과거 명곡들의 안무 '챌린지'를 촬영하는 모습 등을 공개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향후 5세대 아이돌 맞춤 콘텐츠 '어서 5세대'를 론칭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어 재재는 "호락호락하지 않은 유튜브 생태계에서 1주라도 쉬면 큰코 다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6주년 7년 차, 7주년 8년 차, 60주년 61년 차가 될 때까지 열심히 달려가겠다"고 다짐하며 영상을 마무리했다.
▲ 유튜브 웹 예능 <문명특급>의 한 장면 |
ⓒ MMTG |
지난 2018년 SBS의 뉴미디어 콘텐츠 브랜드인 '스브스뉴스'의 한 코너로 시작된 <문명특급>은 2019년 유튜브 채널로 독립하며, 현재는 194만 명의 구독자를 자랑하는 인기 채널로 성장했다. 개봉 예정인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의 과거 필모그래피를 복습하는 '개봉 맛집' 코너, 새 앨범으로 컴백하는 가수와 수다를 떠는 '컴백 파티', 대놓고 듣기는 민망하지만 숨어서라도 들을 만큼 좋은 노래를 의미하는 '숨.듣.명'(숨어서 듣는 명곡) 등 신선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2000년대 중반 인기를 끌었던 틴탑, 유키스, 티아라, SS501 등을 한 자리에 모아서 콘서트를 개최한 '숨듣명'과 '다시 컴백해도 눈 감아줄 명곡'을 줄인 '컴눈명' 콘서트까지 이어진 기획은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2030 세대의 호응과 맞물려 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한동안 이와 같은 재기발랄한 기획이 자취를 감추면서 시청자 반응이 저조했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유튜브, OTT, 숏폼 영상까지 다양한 콘텐츠가 매일 홍수처럼 쏟아지는 시대에 6년간 매주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며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재재와 제작진이 한번쯤 위기를 겪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일 수도 있다.
<문명특급>은 지난 2월에도 "[긴급] 방금 찍은 따끈따끈한 MMTG 회의, 다 설명드릴게요"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제작진과 재재의 회의 장면 중 일부를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문명특급>은 과거 '컴눈명' 콘텐츠의 댓글을 재미있게 편집한 '댓글 모음' 영상을 게재한 것 외에는 약 한 달여간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영상에서 제작진들은 "나는 올해 더이상 (문명특급을)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팀원들이) 고갈돼서 더이상 못하겠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다같이 힘빠진 느낌이라 더 힘들었던 것 같다"는 등 솔직한 마음을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예전에는 조회수가 낮을 땐 '조회수 비상대책회의'같은 콘텐츠를 만들어서 구독자들과 공유했다. 하지만 또 이번에도 콘텐츠를 제작하자고 할 수는 없었다. 우리를 응원해주는 사람들과 고민을 나누는 콘텐츠라고 생각했는데 누군가에겐 (문명특급을) 비웃는 소재로 쓰이고 있더라"고도 털어놓았다.
어쩌면 최근 화제가 되었던 <문명특급> 조회수 하락 이슈 역시 그 일환이었으리라. 하지만 <문명특급>은 이러한 위기설에 위축되지 않고 유쾌하게 대응했다. 그리고 이를 오히려 콘텐츠로 활용하며 정면 돌파를 꾀했다.
이에 댓글에서도 "(조회수가 저조하다고) 좌절하는 게 아니라 유쾌하게 정면돌파하는 게 멋있다. <문명특급>이 가진 '일단 가보자, 해보자, 버티자' 정신이 대단하다. 늘 응원하겠다", "문명인(구독자)들은 문명특급을 계속 기다리고 있다. 재재는 충분히 좋은 계획과 아이디어로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다", "이런 특집은 예전에 <무한도전> 시청률이 떨어졌을 때 긴급회의 내보내는 것 같아서 오히려 좋다" 등 <문명특급>의 새로운 시도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 유튜브 웹 예능 <문명특급>의 한 장면 |
ⓒ MMTG |
현재 <문명특급>이 준비하고 있는 '2009 명곡 챔피언십'은 당시 케이팝 가수들을 소환하고 즐겨 들었던 노래의 순위를 가리겠다는 프로젝트로, 앞서 인기를 끌었던 '숨듣명', '컴눈명'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과거 흥행에 성공했던 코드로 재기를 노리겠다는 계획인 셈이다. '명곡 챔피언십'은 소녀시대 멤버 수영이 공동 조직 위원장으로 합류하고, 2세대 대표 아이돌 카라 멤버 규리, 영지와 2AM 임슬옹이 참여해 명곡들을 직접 소화하는 등 다시 한번 2030 세대들의 추억을 자극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그동안 <문명특급>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게스트들을 놀라게 만들 정도의 꼼꼼한 사전조사와 보는 이들을 즐겁게 만드는 폭발적인 에너지 덕분이었다. 한동안 주춤했지만, 최근 공개된 영상들 속에서도 특유의 세심한 질문들과 에너지는 여전해 보였다. 다시 절치부심한 <문명특급>이 가져올 새로운 콘텐츠들을 여전히 기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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