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00명 증원 의지 확고… 의대교수 사직 의사 철회하길"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확대가 꼭 필요하다며 사직 의사를 밝힌 의대 교수들에게 철회를 요구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오전 11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의료개혁의 필수적 요건인 2000명 의사 증원을 흔들림 없이 이행하겠다"며 "의사 증원을 더 미뤄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생각"이라고 했다.
전원 사직 의사를 밝힌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에는 우려를 표했다. 박 차관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또 다른 집단사직으로 환자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수 사회의 살아있는 양심을 믿으며, 집단 사직 의사를 철회하여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와 관련해 정부가 합리적 방안 도출에 나서지 않으면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비대위는 전날 서울대 연건캠퍼스, 분당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에서 총회를 연 뒤 "정부가 사태 해결에 진정성 있는 합리적인 방안도출에 나서지 않을 경우 18일을 기점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의료계와 소통을 이어나가겠다고도 밝혔다. 그는 "장관이 11일 전공의와의 비공개 만남을 가졌으며, 12일 오후에는 제가 응급의료 현장 의료진과의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했다.
비상진료 대책의 강화계획도 전했다. 박 차관은 "11일 20개 의료기관으로 파견된 군의관과 공보의는 병원 근무에 필요한 교육을 마치고 13일부터 본격 근무에 들어간다"며 "군의관과 공보의가 현장에 배치된 후 최대한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소속 기관에서 수련받은 인력을 중심으로 매칭하여 파견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파견된 군의관과 공보의의 절반이 넘는 57%는 이번에 배치받은 병원에서 수련받은 분 이들"이라며 "현장 상황을 보며, 군의관과 공보의를 추가로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며, 수련기관과 임상경험 등을 최대한 고려하여 내실 있는 인력 보강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병원 간 진료협력도 강화한다. 그는 "병원 내 진료협력센터의 인력 운영에 대한 재정 지원을 통해 병원 간 환자 의뢰와 회송업무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며 "중증, 응급 심뇌혈관 질환 환자에 대한병원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중증·응급 심뇌혈관질환 진료협력' 네트워크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지난 8일에는 이 사업에 참여하는 전문의 명단을 확정했다"고 했다.
전공의 보호·신고센터는 이날부터 운영된다. 전공의가 원하는 경우에는 타 수련기관으로 이동 조치토록 하고, 심리 상담 서비스도 제공된다. 정부는 전화 또는 문자 메시지를 통해 신고할 수 있는 2개의 직통번호를 운영하며, 향후 온라인 등으로도 신고·접수가 가능하도록 활용 채널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병원이 전문의 중심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구조 개혁에도 나선다. 박 차관은 "상급종합병원의 전공의 비율은 약 40%로, 미국, 일본 등 주요국 전공의가 10% 내외라는 점을 고려할 때, 비정상적인 구조"라며 "그동안 수련생인 전공의를 값싼 노동력으로 활용해 온 병원 운영 구조를 이번 기회에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했다.
우선 전문의 배치기준을 강화해 병원의 전문의 고용 확대를 유도한다. 그는 "의료기관 설립 시 의사 배치기준을 개정해 전공의를 전문의의 2분의 1로 산정하는 등 전문의를 보다 많이 고용하겠다"며 "그 첫걸음으로, 현재 1700명 규모의 국립대병원 전임교수 정원을 2027년까지 1000명 이상 확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국형 아르파(ARPA)-H' 프로젝트 도입과 '보스톤 코리아 프로젝트' 추진, R&D 인건비 제도 개선 등 대학병원의 임상, 연구, 교육이 균형적으로 발전하도록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 지원사업'도 추진한다. 박 차관은 "전문의 고용을 확대하고 전공의에게 위임하는 업무를 축소하며, 인력 간 업무 분담을 지원하는 시범사업 모델을 만들어 2025년부터 국립대병원과 지역 수련병원을 중심으로 적용하겠다"며 "이와 함께 입원전담 전문의 제도를 개선하고,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확대해 전문의 중심 인력 운영을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더불어 전문의 중심 병원 운영에 필요한 수가 지원도 병행 추진한다.
한편 중대본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의 입원 환자는 평시 대비 약 40% 정도 감소했고 집단행동 4주 차에 접어든 최근 입원 환자가 소폭 늘어났다. 집단행동 이전인 지난달 1~7일 대비 지난 4일 입원환자는 40.7%까지 감소했으나 11일에는 37.7% 감소로 소폭 회복했다. 상급종합병원 수술은 지난달 15일 대비 지난 11일 약 52.9% 감소했다. 중환자실 입원 환자는 집단행동 이후 평시 대비 3000명 내외로 큰 변동 없이 유지 중이다. 408개 응급실 중 398개소는 병상 축소 없이 운영하고 있다. 응급실의 중등증 이하 환자는 집단행동 이전인 지난달 3~4일 대비 지난 10일 기준으로 10% 정도 감소했다.
상급종합병원 진료 감소의 일부는 종합병원에서 담당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종합병원의 환자 수는 집단행동 이후로 증가하고 있으며, 전공의가 없는 종합병원의 입원환자는 집단행동 이전 대비 9%까지 증가한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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