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품은 황선홍, 국대 발탁이 면죄부는 아니다
[이준목 기자]
아시안컵 선수단 내분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이강인이 다시 국가대표에 발탁됐다. 황선홍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은 이강인을 발탁하며 정면돌파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황선홍 임시감독은 지난 3월 11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태국과의 북중미월드컵 예선 2연전에 나설 A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캡틴' 손흥민을 비롯하여 김민재, 황인범, 조규성 등 핵심멤버들이 변함없이 중용됐다.
그동안 국가대표와 인연이 없었던 주민규나 이명재 등 K리거들도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K리그에서 2경기 연속골을 터뜨렸던 이승우는 이번에도 아쉽게 황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 황선홍 한국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태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2연전에 출전할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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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승선, 팬들 반응 엇갈려
이강인의 발탁 여부는 이번 대표팀의 뜨거운 감자였다. 대표팀에서 막내급에 가까운 어린 선수가 대표팀의 베테랑인 대선배, 그것도 주장이자 한국축구를 상징하는 손흥민과 대립했다는 사실은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왔다. 이강인의 징계와 대표팀 퇴출을 요구하는 주장까지 나왔고, 이강인이 출연한 유명 광고들은 줄줄이 손절당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이강인은 결국 SNS에 공식 사과문을 올렸고, 영국 런던으로 직접 찾아가 손흥민에게 용서를 구했다. 다른 대표팀 고참들에게도 일일이 사과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손흥민 역시 이강인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팬들에게도 이강인을 용서해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강인을 향한 비난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태국과의 A매치 2연전 명단발표가 임박하면서 대표팀은 이강인의 발탁 여부에 어떤 식으로든 결정을 내려야 했다.
이강인이 대표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쉽게 전력에서 제외하기 어려웠지만, 이대로 이강인을 발탁한다면 하극상과 선수단 내분사태에 면죄부를 줬다는 특혜 의혹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공은 임시로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된 황선홍 감독에게로 넘어왔다. 황 감독은 일단 이강인을 포용하는 길을 선택했다. 그는 이번 대표팀 발탁을 앞두고 논란의 당사자인 손흥민-이강인, 두 선수와 모두 사전에 직접 소통을 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강인은 축구팬들과 팀원들 앞에서 진정성있게 사과를 하고 싶어한다. 손흥민은 그런 이강인을 보듬어안고 화합해서 앞으로 나아가야하지 않겠냐는 의견이었다"는 것이 황 감독의 설명이다.
황 감독은 '이강인을 징계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에 대하여 "이번에 부르지 않고 다음에 부른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운동장에서 일어난 일은 운동장에서 최대한 빨리 푸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팀 내부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하지만 황 감독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강인의 대표팀 발탁을 둘러싼 대중의 반응은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선수단 내분 사태는 단순한 선수들 개인간의 사적인 문제도 아니고, 일개 클럽팀도 아닌 일국의 국가대표팀이 국제대회 출전중에 벌어진 중대한 사안이었다.
한편 애초부터 이강인에 대한 결정은, 황선홍 감독 개인에게 맡겨서는 안 됐다. 선수의 징계와 대표팀 발탁 여부에 대한 문제는, 축구협회가 먼저 입장을 분명히 정리했어야 했다.
축구협회는 선수단 내분 사태가 외신을 통하여 세간에 폭로된 이후에도, 진상을 제대로 조사하지도, 선수들을 보호하려는 노력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강인의 징계와 대표팀 재발탁에 대한 여론이 뜨거운 감자가 되었음에도 결국 황선홍 감독의 등뒤에 숨어서 모든 책임을 떠넘겼다.
이강인 본인도 이번 대표팀 발탁이 지난 하극상 논란에 대한 면죄부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번 잃어버린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오랜 시간과 진정성 있는 노력이 요구된다.
다른 국가대표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태극마크를 다는 데는 그에 걸맞은 책임감과 희생정신이 요구된다. 국민들은 이번 사태를 여전히 곱지 않는 눈으로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강인만이 아니라 모든 국가대표 선수들이 잊지 말아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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