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세워진 대기록들, 밥 말리는 끝나지 않았다
[김상화 기자]
▲ 영화 '밥 말리: 원 러브'의 한 장면 |
ⓒ 롯데엔터테인먼트 |
레게 음악의 전설, 밥 말리(Bob Marley, 1945~1981)의 음악이 스크린을 통해 부활했다. 13일 한국에 개봉되는 영화 <밥 말리: 원 러브>는 자메이카를 대표하는 장르, 레게를 전 세계로 널리 확산시킨 음악인 밥 말리의 생애를 영상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지난 2월 미국 개봉과 동시에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벌써 전 세계 흥행 1억 6000만 달러 이상을 기록할 만큼 선전을 펼치고 있다. 영화는 그의 화려했던 전성기였던 1970년대 후반에 초점을 맞추면서 밥 말리가 남긴 명곡을 화면 속에 새겨 놓았다. 비록 평단의 반응이 좋지 못한 아쉬움을 남기고 있지만 영화 속 등장하는 레게 음악의 대향연만으로도 <밥 말리: 원 러브>는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 있다.
밥 말리는 생전 밴드 웨일러스(The Wailers)의 이름을 내걸고 수많은 명작들을 남긴 바 있다. 영화 속에 등장하거나 아쉽게 누락된 작품들을 되살펴 보면서 극장에서의 감동을 다시 한번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봤다.
▲ 밥 말리 & 더 웨일러스의 주요 걸작 음반들 |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
영화에선 그의 인생 후반기를 다룬 탓에 웨일러스의 또 다른 핵심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는다. 이 밴드는 밥 말리 못잖은 쟁쟁한 자메이카 음악인들이 가세해 음악적인 기반을 다져 놓았다. 피터 토쉬(Peter Tosg, 1944~1987), 버니 웨일러(Bunnt Wailer, 1944~2021) 등 말리와 더불어 삼각 체제로 시작된 웨일러스는 1973년 영국 굴지의 레이블 아일랜드(Island) 레코드와 손잡고 발표한 정규 음반 < Catch a Fire >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해외 진출의 계기를 마련했다.
수록곡 'Stir It Up'이 같은해 미국 가수 자니 내쉬(Johnny Nash)의 리메이크 버전으로 빌보드 차트에서 큰 인기를 얻자 덩달아 웨일러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역시 1973년 발매된 또 다른 걸작 음반 < Burnin' > 또한 리메이크 곡을 통해 반사이익을 얻게 되었다.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이 발표한 'I Shot The Sheriff'가 빌보드 Hot 100 차트 정상에 오르면서 웨일러스는 미국과 영국 시장에서 새롭게 주목 받는 팀으로 급부상하기에 이른다.
팀에 대한 주목도가 급상승한 것과 더불어 말리-웨일러-토쉬의 음악적 균형은 반대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1974년 두 사람이 나란히 팀에서 탈퇴하자 웨일러스는 밥 말리 앤 더 웨일러스(Bob Marley & The Wailers)로 재정비되었고 1인 체제가 굳건히 다져졌다. 명곡 'No Woman No Cry'를 배출한 < Natty Dread >(1974)를 비롯해서 역시 유명 스타들의 리메이크로 유명세를 얻은 'Jammin', 'Waiting in Vain' 등을 담은 < Exodus >(1977) 등 팝 음악계 길이 남을 명반들을 속속 탄생시켰다.
▲ 밥 말리 & 더 웨일러스의 공연 실황 음반들 |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
레게 음악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리듬 기타와 드럼 & 퍼커션 반주를 기반으로 흥을 키우는 장르로 인식되곤 한다. 이와 같은 구성에 힘입어 1980년대 말~1990년대 초반에 걸쳐 한국(김건모, 임종환, 닥터 레게)과 해외 시장(UB40, 맥시 프리스트, 샤기 등)에선 레게 기반 댄스 음악이 강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들에게 음악적 뿌리가 되어 준 밥 말리는 라이브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한 음악인이었다.
1975년 공개된 첫 번째 공연 실황 음반 < Live! >는 같은 해 7월 런던 라이시엄 극장에서 가진 라이브를 음반으로 옮긴 작품이었다. LP 기준으로 단 7곡만 담겨져 있지만 짧은 분량의 아쉬움을 알찬 내용의 연주로 200% 이상 채우고 있다. 특히 B면을 채운 'No Woman No Cry', 'I Shot The Sheriff', 'Get Up Stand Up'의 대향연은 왜 이 LP를 라이브 명반으로 손꼽는지를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 (2016년 3CD 디럭스 버전으로 재발매)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 공연 실황을 발췌한 1978년 발매작 < Babylon By Bus > 역시 밥 말리의 또 다른 걸작으로 언급할 만하다. 말리의 부인 리타 말리가 포함된 백업 여성 3인조 보컬 그룹 아이 쓰리즈(I-Threes)가 핵심 역할을 담당한 이 작품에선 더욱 풍성해진 사운드와 콘서트 현장의 생동감을 만끽할 수 있다.
▲ 밥 말리 & 더 웨일러스의 히트곡 모음집 |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
생전 밥 말리는 수많은 명곡을 남겼지만 정작 우리가 '인기곡'의 기준으로 삼는 빌보드 히트곡을 단 1개도 기록하지 못한 인물이기도 했다. 공연 위주의 활동, 영국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 등이 영향을 끼친 탓에 유명 음악인이었지만 범대중적인 스타는 아니었다.
그런데 그의 사후 놀라운 이변이 연출되었다. 1984년 말리가 남긴 인기곡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히트곡 모음집 < Legend : The Best Of Bob Marley & the Wailers >는 지금까지 미국에서만 1500만 장 이상 판매고를 기록하면서 팝 음악계의 대표적인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전 세계 합계 2500만 장 이상 판매)
▲ 영화 '밥 말리 : 원 러브' 사운드트랙 음반 |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
덧붙이는 글 |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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