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아빠는 죄인이 됐다…밤까지 어린이집 운영하는 나라 [기자수첩]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40대 택배기사 이현칠씨는 최근 어린이집 연장반 상담을 받다 당황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이씨는 한부모 가정에서 다섯 살 아이를 키우는 가장이다.
자기가 퇴근할 때까지 아이를 돌봐줄 방안을 고민하다 어린이집 연장반을 찾았다.
한부모 가정의 다섯 살 아빠도 아이 돌봄에 관한 걱정 없이 일터에 나갈 수 있는 사회,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그런 모습 아니겠나.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40대 택배기사 이현칠씨는 최근 어린이집 연장반 상담을 받다 당황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이씨는 한부모 가정에서 다섯 살 아이를 키우는 가장이다. 자기가 퇴근할 때까지 아이를 돌봐줄 방안을 고민하다 어린이집 연장반을 찾았다.
하지만 어린이집 원장은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 "연장반은 아이에게도 스트레스인 데다 돌봐줄 교사도 마땅치 않아서…." 꼭 연장반을 이용해야 하겠느냐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한 반응. 특히 "정말 돌봐줄 사람이 없나요"라는 원장의 반문은 이씨의 말문을 막히게 했다. 다섯 살 아이 아빠는 졸지에 눈칫밥 신세가 됐다.
어린이집 연장반은 돌봄이 어려운 가정을 상대로 오후 4시부터 7시30분까지 운영을 연장한 정부의 무상 돌봄 정책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하나 같이 어린이집 연장반 이용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가장 큰 문제는 늦은 시간까지 일하려는 전담 교사가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연장반 교사 근무 경험이 있는 한 여성은 "다들 퇴근해서 쉴 시간인데 우리라고 일하고 싶겠나요"라고 되물었다. 7시30분이 지난 이후에도 잡무 처리 등을 하다 보면 오후 8시를 넘겨 퇴근하는 날이 부지기수다. 어린이집 연장반 교사 공급률이 30%대에 머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한부모 가정이나 맞벌이 가정 등 돌봄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야간 어린이집이라는 방안을 내놓았다. 돌봄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도와준다는 취지는 좋지만 현장에서는 역효과가 나고 있다.
정서 발달 시기에 부모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아이는 밤늦게까지 혼자 교실에 남고, 교사는 더 돌보지 못한 아이에게 미안해지고, 부모는 죄인이 되는 상황.
"그냥 부모가 일찍 퇴근하는 사회를 만들면 되는 것 아닌가요?"
현장에서 학부모가 건넨 말이 울림으로 다가온 까닭은 무엇일까. 부모와 교사, 아이 모두 늦은 저녁엔 교실이 아닌 가정에 있길 원한다. 너무 당연한 사실, 가장 중요한 그 부분을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대목이다.
한부모 가정의 다섯 살 아빠도 아이 돌봄에 관한 걱정 없이 일터에 나갈 수 있는 사회,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그런 모습 아니겠나.
이서희 사회부 기자 dawn@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가수 벤 "아이 낳고 6개월만에 이혼 결심…거짓말에 신뢰 무너져" - 아시아경제
- '초가공식품' 패푸·탄산음료…애한테 이만큼 위험하다니 - 아시아경제
- 100명에 알렸는데 달랑 5명 참석…결혼식하다 인생 되돌아본 부부 - 아시아경제
- "범죄증거 있으니 당장 연락바람"…대구 기초의원들 딥페이크 협박피해 - 아시아경제
- "언니들 이러려고 돈 벌었다"…동덕여대 졸업생들, 트럭 시위 동참 - 아시아경제
- "황정음처럼 헤어지면 큰일"…이혼전문 변호사 뜯어 말리는 이유 - 아시아경제
- "번호 몰라도 근처에 있으면 단톡방 초대"…카톡 신기능 뭐지? - 아시아경제
- "'김 시장' 불렀다고 욕 하다니"…의왕시장에 뿔난 시의원들 - 아시아경제
- "평일 1000만원 매출에도 나가는 돈에 먹튀도 많아"…정준하 웃픈 사연 - 아시아경제
- 올해 지구 온도 1.54도↑…기후재앙 마지노선 뚫렸다 - 아시아경제